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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주도 경제에서 희생당해왔던 이들을 위한 잡담

환율의 경우를 말씀드리면,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 경제의 특성상 수출이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는 점을 인정해야 합니다. 다만 환율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될 경우 수출기업은 수입기업 등 다른 사람들의 경제적 희생하에서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다른 말로 하면 일종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죠.[돈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임경 지음, 생각비행, 2014년, p127]

한국은행의 금융시장 담당부서 등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던 임경 씨가 내놓은 책의 일부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원화와 외화의 연결고리”를 설명하고 그 안에서 중앙은행, 특히 본인이 재직 중인 한국은행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위 내용은 그가 한 강의에서 한 청강자의 질문에 대답한 내용으로 우리나라 경제에서 환율이 가지는 위상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즉 환율은 국가가 수출기업에게 주는 “보조금”이란 사실을 증언하고 있다.

그의 책 다른 곳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정부는 “환율목표를 명시적으로 공표하지 않”(p125)는다. 환율목표제가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날 경우 “불공정한 무역거래를 하고 있다는 대외적인 비판이 제기”(p125)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도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으면서도 우리를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정부와 중앙은행은 환율에 강력히 개입한다. 우리의 경우 한국은행이 그러한 환율조정(혹은 조작?)의 주요 플레이어임은 한번 글로 쓴 적이 있다.

당국의 “실탄”은 어디서 마련될까?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통화안정증권을 통해 조달된다. 아래 기사를 보면 통화안정증권을 “잠재적 국가부채”라고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은행의 부채는 국가부채로 계상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략] 한국은행의 경우 자체 적립금으로 적자를 메우고 있지만 이 적립금이 고갈될 경우 한국은행법과 국가재정법에 따라 정부재정으로 메우게 되어 있다.[환율방어를 위한 당국의 “실탄”은 누구를 위한 실탄일까?]

물론 “환율방어”가 꼭 수출기업만을 위한 방어라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안정적인 환율은 국가전체적인 경제운용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경향으로 특정 방향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환율을 특정한 환율목표 하에 결국은 국가재정으로 메워질 “실탄”을 계속 쓰는 것, 그것은 바로 특정분야에 대한 “보조금”이라는 것을 한국은행 직원의 증언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이들의 “희생 하”에 말이다.

한국 제조업 전체의 수출 고도화 지수는 2000년 이후 상대적으로 빠르게 상승해 주요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남. 한국 제조업의 수출 고도화 지수는 2000년 94.3p로 독일(104.8p), 일존 (103.4p), 미국(100.8p)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음. 그러나 2013년 한국의 수출 고도화 지수는 106.9p로 상승해 111.7p로 나타난 일본보다는 낮지만 103.0p인 미국을 제치고 독일(108.5p)에 근접한 수준으로 상승.[한국 제조업의 수출 고도화 현황과 시사점, 현대경제연구원, 2015.03.09., p4]

한국의 수출 고도화의 정도는 이제 독일 수준으로 접근했다. 한국기업들의 고도화를 위한 부단한 노력의 결과 덕분일 것이다. 이러한 상황 덕분인지 이제는 원화가 절상하여도 수출기업의 손익에 그리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러한 전반적인 수출경쟁력의 재고에는 다른 이의 “희생 하”에 지급된 “보조금”의 영향을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이제 그 희생을 그만 치를 때가 되지 않았는지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