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마크 주커버그

Social Network를 보고..

남자들은 여자에게 차일 때 어떤 반응을 보일까? 보통 굉장히 찌질해진다. 평소에는 유치하다고 듣지도 않던 사랑 노래가 갑자기 내 사연이 되어버리고, 술 마시며 그녀의 휴대전화로의 통화버튼을 누를까 말까하고, SNS에서 들어가서 그녀가 나 때문에 괴로워하지는 않는지 살펴본다. 가장 찌질한 경우는 그녀의 SNS에 가서 친구신청을 하는 경우인데 바로 영화 소셜네트워크에서의 마크 주커버그가 그 경우에 해당된다.

하지만 그 점을 제외하고는 마크의 행태는 다른 평범한 찌질이의 그것과 큰 차이를 보이는데, 그는 실연의 에너지를 창업의 원동력으로 썼다는 점이다. 극적반전을 위해 허구가 뒤섞인 면이 적지 않겠지만 어쨌든 희대의 기업가인 마크는 – 적어도 극중에서는 – 여자한테 차였다고 술 먹고 찌질거리는 대신 교내 여자들의 사진을 비교하는 사이트 facemash.com을 만드는 geek적인 찌질함으로 슬픔을 승화시킨다.

결국 엄청난 트래픽때문에 학교의 네트웍을 마비시킨 죄로 처벌을 받기는 하지만 이를 계기로 이상한 이름의 엄친아 쌍둥이 형제를 만나 세상을 바꿀 그 어떤 아이디어를 제공받게 된다. 바로 자신의 정보를 등록하고 같이 교류하는 소셜네트워크 사이트를 만든다는 아이디어. 마크는 결국 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 쌍둥이 형제는 생까버리고 – 그의 친구 왈도와 함께 작업하여 TheFacebook.com을 런칭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냅스터의 창시자 숀파커가 끼어들면서 마크와 왈도의 우정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서로 궁합이 맞지 않았던 숀과 왈도, 그 과정에서 서서히 왈도가 권력 밖으로 밀려나기 시작한다. 결국 마크는 페이스북의 엄청난 성공으로 부와 명성을 얻지만 이름이상한 쌍둥이 형제와 왈도를 적으로 돌리게 되고 엄청난 금액의 송사에 시달리게 된다. 영화는 이러한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여 보여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드는 생각은 오늘날 인터넷 라이프에 큰 영향을 차지하는 페이스북의 역사가 불과 7년 전에 한 찌질한 청년에 의해 시작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어떤 자본주의적인 기업가 정신도 없지 않았겠지만 결국 마크를 그 짧은 시간에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은 창업으로 이끈 그 어떤 다른 동기 – 실연으로 인한 정욕? 열정? 단순한 재미? – 는 도대체 어떤 경영학 이론으로 설명이 가능할까하는 의문이었다.

물론 적지 않은 부분이 픽션이 섞여있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영화지만 상당수의 혁신이 이와 유사하게 – 그만큼 극적이지는 않더라도 – 전혀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또는 어떤 예상했던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으로 발전하여 왔다는 사실에서, 때로 나는 역사에 특히 경제사에 있어 역사적 합법칙성에 의한 선형적 발전에서 때로 궤도를 심각하게 벗어나는 비선형의 그 어떤 경향에 대해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특정 기업의 성공에 있어서는 그러한 경향이 적지 않음에 주목해야 한다. 만들기만 하면 척척 팔리는 것이야 교과서적인 상황이고 – 아니지 마르크스도 생산물이 상품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필사의 도약”을 해야 한다고 했던가? – 실제로는 어떤 티핑포인트에 도달하기까지 영화에서와 같은 수많은 좌절과 운이 작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 성공의 핵심이 무엇이었는지는 대개 사후적으로 인정이 될 뿐이다.

그래서 나는 아직 창업을 못하고 있다. 천재도 아니고 새가슴인 관계로… (돈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