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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

사람들이 ‘거품’이라는 단어를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에는 십중팔구 ‘필요보다 과다한 것’, ‘불필요한 것’, ‘제거하여야 할 것’ 등의 부정적 의미로 쓰곤 한다. 그렇지만 사실 곰곰이 생각해보면 거품이 그렇게 쓸모없는 것만은 아니다. 거품 없는 맥주를 생각해보라. 그 달콤한 목 넘김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거품 없는 빨래를 생각해보라. 왠지 하다만 것만 같은 찝찝함이 느껴질 것이다.

각설하고 대선 승리 1주년이심에도 현장에서 보내신다고 언론으로부터 칭찬받으신 이 장로님께서 그 현장에서 그만의 거품론을 설파하셨다고 한다. 요는 “기업이 됐든 나라가 됐든 거품을 빼야 한다”는 주문. 언론은 이를 “공기업을 포함한 기업 전반의 강력한 구조조정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하였다. 더불어 그 소리는 이 장로님의 “회사도 노조도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는 주문에서 알 수 있듯이 노동계의 칼바람을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참여정부가 만들어놓은 비정규직 악법을 바탕으로 비정규직 노동착취 시한을 지속적으로 늘이려는 시도에서부터 노동단체에 대한 물리적 탄압, 공무원 조직 흔들기, 이주노동자에 대한 무자비한 단속 등 탄압은 전방위 무차별적이다. 특히 GM이 망한 이유가 노조 때문이고 노동자를 자원봉사자쯤으로 생각하는 이 장로님의 노동관은 우익세력의 태생적인 후진적 노동관과 맞물려 이러한 경향을 지속확대시킬 것이다. 이쯤에서 생각나는 무리들. 한국노총.

현재 여야가 국회에서 생쇼를 벌이고 있는 화두, 한미FTA는 이 장로님의 바람대로 기업과 나라의 거품을 확실히 빼줄 것이다. 미국 자동차 3사는 전례 없는 보조금을 받아가며 국가의 우산 아래 소생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현 시점에, 정작 국내산업과 – 특히 중소제조업과 농수산업을 – 공공부문은 무한경쟁의 전쟁터로 내몰려 아비규환에 빠질 것이므로 거품이 확실히 빠질 것이다. 약간의 부작용은 거품만 빠지는 것이 아니고 맥주마저 함께 엎질러지는 것이지만 말이다.

이 상황을 두고 한나라당만 욕하는 이들이 존재하는데 분명히 더 지랄 맞은 코미디 집단은 민주당과 전 대통령인 노씨다. 미디어 토씨에서도 지적하고 있듯이 한나라당은 그러하기에 일부러 이런 블랙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얼치기 자유주의자들이었던 그들이 창작해낸 한미FTA와 비정규직 악법이 한나라당 집권을 통해 만개하고 있을 뿐이다. 연성독재가 준(準)강성독재의 토양을 마련해준 것이랄까?

장로님 근데 궁금한 게 왜 부동산 거품은 냅두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