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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의 공항철도 지분매각 계획에 관한 관전 포인트 하나

코레일이 경영개선을 위한 1조8000억원대 공항철도 지분매각에 본격 착수했다. 국토교통부와 코레일은 연내 매각을 통해 지분매입 5년만에 6000억원대 차익실현을 기대하고 있다. 코레일은 지난 9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서울역에서 인천공항을 오가는 공항철도 지분 88.8% 전량을 매각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고 13일 밝혔다. 코레일은 이사회에서 이달 중 매각주관사를 선정해 매각가치를 산정하기로 의결했다. 이 작업이 끝나면 공항철도는 7월까지 출자자 변경 승인 신청서를 국토부에 제출할 계획이다.[코레일, ‘1.8조’ 공항철도 매각 이사회 의결]

코레일이 “공항철도 지분매각”을 결의했다고 한다. 즉, 공항철도 운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민간투자사업을 영위하는 공항철도주식회사(이하 ‘회사’)의 코레일 지분 88.8%를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회사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을 근거로 하여 민간자본을 투입하여 철도를 건설하고 운영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그러나 2007년 3월 23일 개통한 이 노선은 이후 당초 예측수요의 6% 대의 참담한 실적을 기록하며 코레일이 2009년 9월 민간주주의 지분을 인수하여 “준공영화”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공기업이 되었던 회사의 지분을 코레일이 다시 팔려 하는 상황이다. 다시 시장에 내놓는 것이니 “재민영화”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황에 대해 벌써 트위터 등 인터넷에서는 현 정부를 욕하는 소리가 들린다. “부패한 정부는 모든 것을 민영화한다”는 노암 촘스키의 명언이 다시 인용되기도 한다. 인용한 기사에 따르면 “지난해 3628억원 매출과 1836억원 영업이익“을 시현한 우량기업이니 더더욱 비판이 거세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알짜배기 회사를 민간에 파는 것이기 때문이다.

코레일이 지분을 매각하려는 표면상의 배경은 박근혜 정부가 독려하고 있는 “비정상화의 정상화”, “공기업 경영정상화”다. 하지만 코레일 계열사 중 흑자를 내고 있는 회사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이 “경영정상화”인지는 의문이다. 다만 코레일은 당초 1조2천억 원에 매입했던 지분을 1조8천억 원에 매각할 계획이라 하니 6천억 원의 매각차익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지분매각의 원인은 다른데 있다고 할 수 있다. 회사 이익의 상당부분이 국토부에서 지급하는 “MRG보전분”이라는 사실이 그것이다.

“MRG”는 최소운영수입보장(Minimum Revenue Guarantee)의 약자다. 우리나라에서 민간투자사업을 처음 도입했을 당시 정부는 미적거리고 있는 민간투자자를 독려하기 위해 실제 매출이 그들이 제안하는 예상매출의 일정비율에 미달할 경우 그 차액을 보장해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 제도 덕분에 초기에 인천공항고속도로, 인천공항철도 등에 민간자본이 들어왔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MRG를 보전하겠다는 약속이 재앙이 되었다. 특히 예상수요의 6%에 불과한 공항철도의 경우엔 그 정도가 더 심했다.

MRG 보전 때문에 천문학적인 우발채무가 발생하기 시작한 정부로서는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개해야했다. 정부는 부랴부랴 최소운영수입보장 제도를 폐지했다. 그리고 기존에 MRG를 보전해주고 있던 사업에 대해서는 사업방식을 예상매출 전체에 대해서가 아닌 실제운영비에 대해서만 자금을 보전해주는 표준비용보전(CC : Cost Compensation)방식으로 바꿨다. 더불어 초저금리 상황에서 기존의 대출 금리도 대폭 낮추도록 민간에게 요구했다. 사실 채권으로 보자면 일종의 “헤어컷”인 셈이다.

이런 방식으로의 사업방식 전환은 금융위기 이후 재정여력이 부족한 지자체를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되었다. 2013년 부산과 경남도가 MRG 보전 주체였던 거가대교 민간투자사업이 최초로 MRG를 보전해줘야 하는 사업방식에서 CC방식으로 전환됐다. 초저금리 상황에서 안정적인 인프라 사업에 투자하고자 하는 자금수요를 활용한 것이다. 서울시 역시 MRG를 보전해줘야 하는 지하철9호선을 CC방식으로 전환했다. MRG 보전으로 인한 우발채무를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점에선 정부에 유리한 방식이다.

이에 국토부는 신규노선 확보 등으로 기존의 참담한 운행실적보다는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상당액의 MRG 보전금을 지불해야 하는 공항철도 사업을 CC방식으로 바꾸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이 과정에서 대주주인 코레일의 지분을 함께 매각하려는 계획은 시장에 매물로 내놓아 유효경쟁을 유발함으로써 매각차익 극대화와 MRG보전 최소화라는 효과를 높이려는 것으로 여겨진다. 서울시가 지하철9호선 재구조화에서 수익률을 8.9%에서 4.8%로 낮춘 사례가 좋은 벤치마킹 사례라고 여기고 있다.

20세기 들어 체제와 상관없이 대체로 공공이 공급하던 사회기반시설은 1980년대 이후 급격히 민영화되고 있다. 이에 이 방식이 도덕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대체적으로 “좌파/진보”를 자처하고 있는 이들은 민간이 주도하는 방식에 회의적이다. 공항철도 건도 표면적으로는 “재민영화”의 길을 걸으려 하는 만큼 진보가 불만을 가질 사안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정건전성에는 분명 도움이 될 사안이다. 비록 기존 대주나 시장은 불만이 많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