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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비판에 엄밀한 사실관계 확인 필요

필자 역시도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대운하란 사업은 애당초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할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러한 반대 입장을 표명하는 데 있어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바로 비판을 할 때에 사실관계를 엄밀히 따져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게 되면 결국은 아마추어라는 소리를 듣고 비판의 진실성이 왜곡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이러한 소지가 있는 글이 바로 경향신문의 “[집중진단]하려는 사업마다 ‘민자 만능론’···과연 善인가”란 기사와 이를 인용한 오마이뉴스의 “왜 건설사가 운하에 뛰어드나 했더니”라는 제목의 기사다.

이 기사들에서 볼 수 있는 오류는 바로 프로젝트파이낸스(또는 프로젝트파이낸싱)에 대한 잘못된 설명과 이에 대한 확대재생산이다.

“하지만 민간이 사업성에 대해 100% 책임을 진다하더라도 재정부담이 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통상 대형 국책사업의 경우 전체 공사비의 10~20%를 건설사가, 50~60%는 은행·보험사·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스 방식으로 투자하고 정부가 보증을 서는 방식이기 때문이다.”[경향신문]

여기에서 주의해서 읽어야 할 대목은 “50~60%는 은행·보험사·연금 등 기관투자가들이 프로젝트 파이낸스 방식으로 투자하고 정부가 보증을 서는 방식이기 때문이다”라는 대목이다. 이것이 프로젝트파이낸스에 대한 설명이라면 잘못 되었다. 국내 민간투자사업에서 정부가 법률적이고 금융적인 용어상의 보증을 서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해외에서도 대부분의 사업이 국가보증 없이 프로젝트파이낸스가 진행된다.(주1)

굳이 넓은 의미에서의 보증의 형태라고 한다면 경향신문도 언급하고 있는 예상 운영수입에 대해 일정비율을 보장해주는 운영수입보장 제도다. 그런데 이 제도는 2006년 사업의 형태에 따라 그 제도 자체가 폐지 내지는 대폭 축소되었다. 따라서 현행 제도로만 본다면 BTO 방식으로 시행될 경우(주2) 민간사업자가 상당수 예상수입에 대한 부담을 지는 것은 사실이다.

요컨대 “보증”과 “운영수입 보장”은 서로 다른 개념이므로 기자가 사용한 보증이란 개념이 무엇인지 정확히 규정해주었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경향신문 기사를 인용보도한 오마이뉴스의 기사를 읽으면 이런 점을 바로 느낄 수 있다.

“정부는 2006년 1월 민간제안사업의 최소운영 수입 보장제를 철폐하고, 정부 고시사업의 보상 수준도 크게 줄였다. 이명박 당선인이 “기업들의 제안이 들어오면 추진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민간에서 제안한 사업은 정부의 법적인 책임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향>은 그렇게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두 가지 때문이다. 첫째는 전체 공사비의 50~60%가 결국 정부가 보증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으로 조달 될 것이라는 점이다.

둘째로는 정부가 결국 코가 꿰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경향>이 한 건설사 관계자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했다. “건설사가 일단 수익성이 있다고 판단해 대운하 사업을 위해 하천을 파내다가 수익성이 안 맞아 공사를 못하겠다고 나오면 정부가 공사를 그만두라고 할 수 있겠느냐?”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의 기사는 최소운영수입 보장제가 철폐되었음을 지적하면서도 새 정부가 대운하 민간투자사업에서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질 것이라는 논거로 “결국 정부가 보증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 주장은 틀린 주장이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은 엄밀히 말하자면 정부보증의 여부가 아닌 사업의 재무적 타당성을 담보로 하는 금융기법이고 더욱이 프로젝트파이낸싱이기 때문에 정부가 책임을 질 것이라는 것은 맞지 않는 주장이다.

둘째 정부가 코가 꿰일 것이라는 전망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 그런데 그것은 민간투자사업이랄지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제도 자체가 잘못 되어서기보다는 바로 저 말을 한 건설사 관계자 자체의 못된 마음, 즉 배째라 정신이 문제인 것이다. 저런 못된 마음을 먹으면 어떤 일이든지 안 되게 마련이다. 저 말을 한 건설사 관계자와는 관계를 끊는 것이 좋다.

분명히 지금 대운하는 재무적, 경제적 타당성도 없고 환경파괴가 눈에 선한 사업을 억지로 끌고 가고 있는 반(反)시장적, 반(反)환경적인 사업이다. 두 기자들이 우려하듯이 이대로 사업을 진행할 경우 정권과 자본의 결탁으로 하나의 거대한 재정적, 환경적 재앙을 맞을 개연성이 크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것을 비판할 때에 주의하여야 할 것은 사실(facts)의 확인이다.(주3) 그렇지 않으면 상대로부터 진실(truth)에 대한 거센 도전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1) 민간이 국가보증을 요구하는 사례는 주로 제1세계의 사업자가 제3세계에서 프로젝트파이낸스를 진행시키는 경우다

(주2) BTL의 경우는 임대료의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100% 수입보장의 성격이 강하다. 다만 이러한 안정성으로 인해 약정수익률은 국고채+a로 매우 낮은 편이다

(주3) 한때 유행하던 표현으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