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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시장과 hedge에 대한 간단한 설명

뉴스에서 보도하는 유가는 사실 선물시장에서의 가격이다. 이 시장에서 거래자들은 유형(有形)의 석유를 교환하는 것이 아니다. 그 대신 장래에 – 통상 몇 달 후에 – 어느 시점에 약정된 가격에 석유를 교환하는 계약들을 교환한다. 그러한 계약을 통해 기업들은 초기에 가격들을 묶어둠으로써 포지션을 헤지한다. 항공사는 연료가격이 올라감에 따른 그들의 익스포져(exposure)를 줄이기 위해 선물계약을 구입하기도 한다. 반대로 석유회사들은 미래의 가격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이윤을 확실하게 하기위해 선물계약을 팔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그 대신 석유 공급업자가 선물계약을 사서 그들의 위험을 증가시키면서 유형의 석유의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막대한 이익을 거두게 된다면?[유가는 조작되는 것인가? 中에서]

이 문단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hedge라는 개념을 정확히 이해하여야 한다. 우리말 사전에서 그 의미를 살펴보자.

1 산울타리, 울타리;울타리 같은 것(⇒ fence [유의어])
a dead hedge 마른 나무 울타리
a quick(set) hedge 산울타리
2 경계;장벽, 장애 《of》
a hedge of convention 인습의 장벽
3 (손실·위험 등에 대한) 방지책 《against》;(내기에서) 양다리 걸치기;【상업】 연계 매매(連繫賣買), 다른 상거래로 한쪽 손실을 막기

여기에서는 3번의 의미로 쓰였다. 즉 손실이나 위험에 대한 방지책, 그리고 매우 적절하게 표현되어 있는데 일종의 양다리를 걸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즉 개념을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김치가게 하는 A가 한달 후에 현재 한 포기 1천 원 하는 배추를 살 생각인데 아무리 생각해도 한 포기 1천5백 원으로 오를 것 같았다.(꿈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이야기해주셨다) 그래서 배추 파는 B한테 가서 한달 후에 한 포기 1천원에 배추를 사겠다고 약속한다. A는 결국 배추가 5백 원이 되든 2천원이 되든 포기당 1천원에 가격을 고정시켰기 때문에 위험을 방지한 셈이다.(그런데 배추는 5백 원으로 폭락하여 A는 할아버지 욕을 엄청 했다) 결국 A는 한달 후에 자기가 팔기로 예정되어 있는 김치의 원가상승을 헤지하기 위해 배추를 미리 사두는 양다리 걸치기 전략을 구사한 셈이다. 어쨌든 결국 현재 각종 경제신문이나 전문가용 자료에도 hedge 는 그냥 그 영단어를 우리말로 표기한 ‘헤지’가 쓰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유가폭등으로 인해 운영비용이 크게 증가하여 손익이 크게 줄었다 한다. 심지어 운행을 하면 할수록 손해가 날수도 있다. 그래서 심지어 직원들에게 무급휴가를 권장하기도 하였다 한다. 그렇다면 아시아나항공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내 관련부서 혹은 어드바이저가 현재 배럴당 110달러인데 3개월 후 배럴당 115달러까지 갈 것이라고 예측하였다고 하자. 그런데 그 시점에서 1만 배럴이 필요하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아시아나항공은 선물시장에서 1천 배럴짜리 10계약에 대해 롱포지션, 즉 계약을 사들인다. 그들의 예측대로 유가가 115달러까지 갔다면 그들은 5만 달러를 절감한 셈이다. 오히려 구매한 계약을 그 시점에 다른 이에게 넘기면 5만 달러를 버는 셈이다. 물론 필요해서 샀으니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이제 석유공급업자 C를 보자. 아시아나항공과 달리 배럴당 110달러가 100달러로 떨어진다고 예측했다고 가정하자. 그렇다면 이들은 현물시가인 110달러 언저리에 미리 팔아두는 것이 유리하다. 그래서 자신들이 3개월 후 시점에 인도할 10만 배럴에 대해 지금 가격인 110달러에 계약을 판다. 그들의 예측대로 가격이 100달러로 떨어졌다. 그러면 그들은 더 손실을 입을 100만 달러를 그대로 지킨 셈이다. 그런데 이 미친 석유 공급업자 C가 선물계약을 파는 대신 사들였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는 예측대로 유가가 100달러로 곤두박질쳤다. 그렇게 되면 그들이 공급할 현물 석유에서 100만 달러의 기회비용을, 선물계약에서 추가로 1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여 총 200만 달러의 거금을 하늘로 날려버렸다. 확실히 미친 짓이다.

그렇다면 이 미친 짓이 대단한 짓이 되게 하는 방법은? 100달러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시장을 뒤집어서 115달러가 되게 하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될까? 바로 현물시장의 벤치마크 지수가 되는 선물시장에 엄청난 양의 롱포지션을 선점하여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즉 위의 계산대로 C는 10만 배럴짜리 10계약을 파는 대신 거꾸로 사들인다.(자기들은 판매업자 처지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주1) 그렇게 되면 3개월 후 결과가 어떻게 될까? C는 현물을 팔아서 100만 달러의 추가이익을 얻게 된다. 선물계약가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선물시장에서도 적지 않은 이익을 얻게 된다.

바로 이것이 저자들이 주장하는 선물시장 조작을 통한 현물가격의 부당이득의 원리다. 물론 이에 대해 시장참여자, 경제분석가, 심지어 학자들 사이에서도 많은 갑론을박이 존재한다. 특히 폴 크루그먼은 평소 다소는 진보적이었던 학문적 입장에서 벗어나 자기는 정치적 입장을 배제하고 말하건 데 선물시장이 현물시장을 뒤흔들 수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체적인 논지는 현물을 매점할 만큼의 여유고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Guillermo Calvo 같은 거시경제학자는 석유수요가 (특히 단기적으로) 매우 비탄력적이기 때문에 약간의 재고만으로도 충분히 선물시장에서의 개입이 가능하다고 하는 입장이다. 그리고 현재와 같이 수요나 공급의 급격한 변동이 있지 않은 상태에서 – 물론 언론은 이 변동폭이 상당하다고 떠들지만 – 믿어지는 시점에서 많은 평범한 소비자들은 후자의 입장을 지지하는 편인 것 같다.

(주1) 물론 10계약 따위로 시장을 조작, 또는 매점한다는 불가능하지만 여기서는 그 정도의 분위기가 이미 성숙되었다는 것을 가정하고 말하는 것이다.

유가는 조작되는 것인가?

Are Oil Prices Rigged?

Friday, Aug. 22, 2008
By ARI J. OFFICER AND GARRETT J. HAYES

현재의 유가폭등은 투기세력, 그 중에서도 석유 공급업자들이 배후에 있는 투기세력에 의해 조작되고 통제되고 있다는, 약간은 음모론적인 주장이 Time지에 개재되었다. 언뜻 생뚱맞기는 하지만 그만큼 현재의 시장에 대한 대중들의 호기심, 분노, 참을성이 한계에 달했다는 생각도 든다. 각주에도 적었지만 논조가 언뜻 Time지의 그것이 아니라 World Socialist Web Site의 그것이 아닌지 의심될 정도로 급진적이다. 이 모든 주장들을 다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일단 필자들의 주장을 증명할 실증자료에 대한 언급도 특별히 없다. 그럼에도 현재의 시장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여러 개념들을 알기 쉽게 – 몇몇은 약간 오류도 있는 것 같지만(꼭 집어 찾아낼 능력 안 됨) – 다양한 주장의 공유 차원에서 여기 소개한다. 각주는 모두 역자의 각주다.

우리 모두는 투기세력이 유가를 인위적으로 높이고 있다고 들어 왔다. 이 주장은 유가가 최근 115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을 비추어볼 때 더 흥미로워지는 주장이다. 그러나 아마도 우리는 잘못된 관점에서 이를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석유산업에서 메이저 공급자가 바로 이 속임수를 쓰는 투기세력이라고 가정해보자.

유가를 가지고 농간을 부리는 것이 가능할까? 당연하지. 이제 어떻게 하는지 보자.

만약 당신이 석유 공급업자라면 어떻게 가격을 올릴 수 있을까? 공급의 조절은 – 1973년의 OPEC의 엠바고처럼 – 전 세계적으로 석유의 공급처가 다양해짐에 따라 덜 효율적이다. 그리고 석유 공급업자가 실물 석유시장에서 수요를 조절하는 것으로는 확실하게 가격을 올릴 수 없다. 궁극적으로 그들은 석유를 사는 것이 아니라 팔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폭로하는 바와 같은 시장의 비효율성을 통해 석유 공급업자는 또 하나의 다른 시장을 이용해서 수요를 인위적으로 증가시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소위 선물, 선물시장을 관찰하여야 한다.

뉴스에서 보도하는 유가는 사실 선물시장에서의 가격이다. 이 시장에서 거래자들은 유형(有形)의 석유를 교환하는 것이 아니다. 그 대신 장래에 – 통상 몇 달 후에 – 어느 시점에 약정된 가격에 석유를 교환하는 계약들을 교환한다. 그러한 계약을 통해 기업들은 초기에 가격들을 묶어둠으로써 포지션을 헤지한다. 항공사는 연료가격이 올라감에 따른 그들의 익스포져(exposure)를 줄이기 위해 선물계약을 구입하기도 한다. 반대로 석유회사들은 미래의 가격이 떨어질 것에 대비해 이윤을 확실하게 하기위해 선물계약을 팔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그 대신 석유 공급업자가 선물계약을 사서 그들의 위험을 증가시키면서 유형의 석유의 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막대한 이익을 거두게 된다면?(주1)

선물시장은 유가를 매기는 데에 있어 공인된 주요동인이 되었다. 그러나 실제 세계에서 석유의 절대 다수는 수백만 배럴이 실제로 대규모로 수송되는 사적인 거래를 통해 구매된다. 그러나 일련의 사적인 거래들은 특정 시장가격을 형성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선물시장에서는 그 거래행위가 공개적으로 이루어지는 까닭에 가격산정이 투명하기 때문이다. 그 가격은 유가의 벤치마크로 널리 받아들여진다. 다른 말로 하면 선물시장은 사계가 소비하는 석유의 가격 발견 메커니즘으로 기능한다.

선물시장의 마진(거래:역자 추가) 덕분에 당신은 실제 거래할 수 있는 것보다 10배 이상을 거래할 수 있다. 단 9천 달러를 가지고 최근의 최고 수준으로 보자면 14만 달러까지 컨트롤할 수 있었다.

모두들 말하기를 뉴욕상품거래소 (the New York Mercantile Exchange : NYMEX)를 통해 하루에 상품 원유 10억 배럴이 거래된다고 한다. 이러한 양은 전 세계적으로 하루에 거래되는 8천만 배럴의 석유를 무색하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대규모의 거래량은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 대부분의 거래자는 그저 잡음 일뿐이다. 투기세력들은 단기적인 이윤을 쫓고 특정 포지션을 유지하고 순식간에 거래를 종료시켜버린다.

선물시장에 있어 보다 나은 거래량 계산법은 미결제된 포지션의 총수, 즉 ‘미결제 거래 잔고(open interest)’다. 다음 달에서부터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에 이르는 계약들에서 미결제된 포지션들의 총수로부터 설명되는 거래는 10억 배럴이 존재한다. 매우 흥미롭게도 매년 실제로 300억 배럴의 석유가 소비된다. 이 모든 양에도 불구하고 미결제 거래 잔고에서 실현되는 청구들은 석유의 실제소비와 비교할 때에 희석되어버린다. 선물시장은 실재 석유시장보다 훨씬 작다. 실제로 선물시장에서 ‘매입 포지션’에 투자되는 1달러는 물리적인 석유시장에서 300달러 이상의 레버리지 비중을 차지한다.

요점은 석유의 전채 매입을 휘어잡는데 단지 90억 달러면 된다는 것이다. 막대한 액수처럼 들리지만 석유시장에서의 몇몇 주요한 개인 플레이어들은 시장 그 자체보다도 덩치가 크다. 브루나이 페트롤륨의 술탄 하사날 볼키아 무자딘(Hassanal Bolkiah Muizzaddin)은 23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 사우디의 왕자 알와리드 빈 다랄 알사우드(Alwaleed Bin Talal Alsaud)는 130억 달러를 지니고 있다. 아니 우리는 시장 조작에서 이들 중 어느 특정인을 암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한 백만장자의 리스튼 길다. 요는 이러한 범주의 어느 누구라도 석유 선물시장의 리스크들을 깨끗하게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석유를 배달까지 할 수도 있다. 배달 이전에 석유의 상당 부분을 유보시켜 놓은 채 이들 투기세력들과 반대편에 있는 (석유를 매도하는) 위험회피자들은 그들의 포지션을 청산하기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여야 할 것이다. 석유시장 자체에 대한 석유 공급업자들의 동맹은 시장을 매점하는데 있어 대단히 유리한 위치를 제공한다.

이러한 개인 또는 기업들은 왜 들통 나면 손실을 입을지도 모르는 그들의 돈과 명성에 두고 도박을 할까? 그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 그들이 선물투기에 있어서 다른 투자자들의 돈까지도 도박할 수 있는 익명의 투자 회사(vehicle)인 헤지펀드가 있다. 비록 우리 모두가 유가에 영향을 받지만 석유 소비자인 우리가 가격을 정하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문제점이다. 물리적인 석유시장의 가격 발견 메커니즘으로 기능하는 선물시장이 오직 엘리트에게만 공개되어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엘리트들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을 신뢰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이 누구인가? 소위 전문가라는 이들은 누구인가? 유가의 지속적이고 엄청난 상승을 통해 이익을 향유하는 헤지펀드, 석유회사들, OPEC 들이다. 이해의 충돌을 인지하겠는가?

석유 공급업자가 가격을 올리기 위해 해야 할 것은 오직 선물계약을 몽땅 사들이는 것뿐이다.

그것은 그리 위험하지도 않다. 공급자/투자자 리스크는 그들의 거대한 재산에 있어 하찮은 부분일 뿐이고 또는 다른 투자자들에게 위험을 분담하게끔 미끼를 던질 수도 있다. 가상의 제한 없는 자원과 근원적인 원자재와의 실질적인 연계를 가지고 석유 공급업자들은 1970년대에 은(銀)시장을 매점하려 시도했던 헌트 형제보다도 훨씬 더 나은 위치에서 조작을 할 수 있다.

모든 공급업자들에게 있어 최대의 이해관계는 가격상승이다. 석유는 유한한 원자재다. 전 세계는 결국에는 보다 효율적으로 바뀌고 대체 에너지원을 개발할 것이다. 한편 공급업자들은 그들의 제한된 자원을 통해 최대한 많은 이윤을 짜내기를 원한다. 비록 유가가 너무 높다는 것을 (수요가 줄 정도까지) 그들이 알지라도 그것을 수정하는 것은 그들의 이해관계가 아니다. 보다 작은 규모지만 “믿을 수 있는” 선물시장에서 설정되는 가격을 통해 석유 공급업자들은 현물 석유 판매에서 곱절의 이윤을 실현한다.

선물시장에서의 가격은 – 그리고 실제로 어느 표준화된 상품에서의 임의의 실재 시장 – 실재의 공급과 실재의 수요가 만나는 지점에서 가격이 형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인지된(perceived)’ 공급이 ‘인지된(perceived)’ 수요가 만나는 지점에서 결정된다.(주2) 선물시장 참여자들은 그들을 둘러싼 세상을 대리할 뿐이다. 대중의 눈에 베일이 씌워져 있고 그들은 ‘하나의 공정가격(a fair price)’에 대한 이러한 환상을 받아들인다.

불행하게도 ‘전체적으로 너무 작은(all-too-small)’ 선물시장에서 설정된 가격이 전체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석유를 능가하고 있다. 많은 면에서 석유는 유사화폐이다. 같은 말로 석유는 미국 달러로 국제적으로 거래되기에 달러는 석유에 연동된다. 유가가 미국의 산업을 쥐어짜는 동시에 달러를 평가절하 시킨다. 우리 경제의 현황은 유가에 반영된다. 미국을 평가하는 새로운 표준이 되었다. 우리는 이 검은 황금 표준의 노예다.

그 결점과 지독한 비효율에도 불구하고 이른 바 자유시장이라 불리는 미국의 시장 시스템은 이러한 취약성에 노출되어 있다. 석유 공급업자들은 올가미를 죌 수 있다. 그러나 진작에 우리 스스로 목을 죄었다. 익명성의 벽 뒤에 숨어서 가해자들은 이런 프로세스로 미국을 끌어들여 이윤을 취하고 그들의 목적을 달성한다.

선물시장은 가격 투명성을 뛰어넘어 참여자 투명성을 공개되어야 하는 닫힌 책이다. 개별 계약들이 만료된 이후 NYMEX와 다른 거래소들은 각 거래의 참여자들을 공개해야 한다. 익명성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그리고 매입은 우리가 이론적으로 구매자가 아니라 판매자라고 믿고 있는 석유 공급업자들에게 연결되어야 한다.

이러한 취약성은 실존하는 것일까? 경제학은 우리가 공정 가격결정을 부패한 조작과 혼동하게끔 할지도 모르는 공급-수요 이론을 적용함에 있어 그토록 잘못된 것일까? 실행에 있어 동기, 기회, 그리고 탐욕이 있다. 우리는 이외에 무엇을 기대하는가?

Ari J. Officer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금융수학(financial mathematics)을 공부하고 있다. Garrett J. Hayes는 스탠포드 대학에서 재료과학 및 공학(materials science and engineering)을 공부하고 있다.

후기 : 상당히 긴 글을 별 막힘없이 술술 써내려간 저자들의 능력이 대단하다. 그럼에도 위에 잠깐 언급하였듯이 자신들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증명해줄 실증자료, 혹은 정황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 글의 약점이다. 여하튼 참고삼아 말씀드리자면 Fortune誌 가 발표한 세계 500대 기업에서 탑10 업체 중 여섯 개가 석유정제업체들이다.

원문보기

(주1) 즉 선물시장에서 석유 공급업자가 ‘위험회피자(hedger)’가 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투기자(speculator)’가 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주2) 이러한 가격결정 메커니즘을 요즘의 경제연구가들은 소위 ‘기대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지면 노동시장에서의 임금요구로 ‘실재 인플레이션’(앞서 필자들이 설명한 실재 공급과 실재 수요가 만나는 지점에서의 가격이라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가격의 상승)이 있을 것이므로 기대 인플레이션을 초기에 잡거나, 아니면 노동시장에서의 임금상승 주장을 무마시킬 것을 정부에 요구하곤 한다

 

유가폭등의 원인제공자는 연기금 펀드?

“그리고 어느 한 나라에서 금융공황이 발생하였을 때에 과연 그 폭발력은 어떠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리고 분명하게도 그 폭발력은 연기금 등 노동자들의 자산에 의해 더욱 증폭될 것이다. 물론 연기금은 그 폭발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것이다. 노동자들이 미래를 위해 쌓아놓고 있는 연금, 보험과 같은 미래의 자산이 오히려 현재의 다른 노동자들을 해고시키는 M&A의 자산으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 한 나라의 환율을 혼란에 빠트리는 환율조작의 자산으로 쓰일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행여 있을지 모를 금융공황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은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몇 해 전에 어느 인터넷매체에 기고하기 위해 썼던 글의 일부분이다(원문보기). 그 글에서 연기금 펀드의 사용처로 예를 든 것은 M&A, 환투기 등이었는데 Business Week 에 올라온 기사(원문보기)를 보니 하나 더 추가해야 할 것 같다. 바로 ‘원자재 투기’

“그것은 5월 20일 국가안보와 국가문제를 위한 상원위원회의 청문회에서의 증언에 따르면 유가의 폭등의 원인의 상당한 부분이 상품시장에 돈을 들이부은 기관투자가들의 투기 때문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연기금 펀드가 높은 유가를 가속화시키는가?, Business Week, 2008/5/21)
“That’s because speculation by institutional investors pouring money into the commodities market may be largely to blame for spiking oil prices, according to testimony on May 20 before the Senate Committee on Homeland Security & Governmental Affairs.”(Are Pension Funds Fueling High Oil?, Business Week, 2008/5/21)

“Financial Speculation in Commodity Markets: Are Institutional Investors and Hedge Funds Contributing to Food and Energy Price Inflation?”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청문회에서 헤지펀드 스폰서인 Masters Capital Mgmt, LLC의 경영자 Michael Masters는 기업과 국가의 연기금 펀드, 국부펀드(주1) 등이 새로운 투기자로 득세하면서 이들이 각종 인덱스에 투기수요를 불러일으키는 주요원인이 되고 있다는 취지의 증언을 하였다. 정황적으로 최근 2~3년 사이 이들 펀드들은 상품시장에서 주요한 투기자로 나섰고 바로 이 시기에 유가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였다.

그나저나 왜 이 문제와 관련해 연기금 펀드가 특히 가격폭등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것일까? Masters 의 발언을 좀 더 살펴보자.

“그러나 청문회에서 Masters는 그가 전통적인 투기자와 인덱스 투기자 또는 인플레이션에 대비한 장기 헤지의 수단으로 상품시장에 진입한 수동적인 투자자를 구분하였다. 상품거래소는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취할 수 있는 포지션(주2)의 수를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Masters 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는 일종의 허점을 통해 이 시장들에서의 한도 없는 투기를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른바 ‘스왑 허점(swaps loophole)’ 덕분에 골드만삭스나 메릴린치와 같은 투자은행들은 보고의무나 다른 투자자들에게는 적용되는 거래 포지션의 제한 의무로부터 면제된다. 그 허점은 연기금 펀드가 투자은행들과 함께 스왑 계약을 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선물시장에서 제한 없는 수만큼의 계약을 거래할 수 있다.”(연기금 펀드가 높은 유가를 가속화시키는가?, Business Week, 2008/5/21)
“But in the hearing, Masters distinguished between traditional speculators and what he calls index speculators, or passive investors who enter the commodities markets as a long-term hedge against inflation. Commodities exchanges limit the number of positions an investor can take in the market, but Masters says the Commodity Futures Trading Commission has allowed unlimited speculation in these markets through a loophole. This so-called swaps loophole exempts investment banks like Goldman Sachs (GS) and Merrill Lynch (MER) from reporting requirements and limits on trading positions that are required of other investors. The loophole allows pension funds to enter into a swap agreement with an investment bank, which can then trade unlimited numbers of the contracts in futures markets.”(Are Pension Funds Fueling High Oil?, Business Week, 2008/5/21)

정리해보자면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투기수요 급증과 이에 따른 가격폭등의 원인은 다음과 같다.

–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규정상의 허점과 감독소홀
– 달러 약세와 이로 인한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수요 증가
– 위의 요인들로 인한 상품시장의 확대(최근 5년간 20배의 규모로 성장)
– 이에 따른 수요급증, 그리고 가격폭등(지난 5년간 인덱스 펀드의 석유수요는 중국의 그것과 유사한 규모로 증가)

정치가들의 이러한 행보는 물론 소비자들의 후생과도 긴밀히 연결되지만 또한 제조업자, 운송업자와 같은 산업자본의 금융자본에 대한 공격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바로 전미정유업자조합(the Petroleum Marketers Association of America)과 같은 이해당사자가 의회에 에너지 시장에서의 투기행위에 대한 감독을 요구한 것이다.(주3)

물론 이러한 투기적 요인도 가격상승의 원인이지만 석유자원의 궁극적인 고갈이 멀지 않았다는 소위 Peak Oil 주장도 만만치 않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이러한 주장이 점점 현실성을 더해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수요-공급 요인에 의해 설명되지 않는 가격상승의 요인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고 그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여태 말한 연기금 펀드, 헤지펀드, 투자은행 등 주요투자자들의 시장참여에 따른 과잉 유동성이라고 본다. 가격상승을 예상하여 투자했는데 가격이 오른 것인지 가격상승을 예상하고 몰려든 것이 가격을 올린 것인지 굳이 선후관계를 따지는 것이 의미가 없을 만큼 여러 정황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였다고 여겨진다.

유가가 연일 사상최고치를 경신하며 서민들의 주머니를 갉아먹고 있는 상황에서 대안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석유는 고갈되고 있고 대체자원의 개발은 만만치 않고(주4) 달러약세는 반전되기 어렵다. 그 상황에서 투자자 혹은 투기자들은 이른바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다. 관건은 그나마 정책당국이 그러한 투기수요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제하여 거품을 줄여나가느냐 하는 정도에 달려있는 것 같다. 그럼에도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말이다.

참고글

(주1) 고유가에 따라 산유국의 국부펀드가 가장 공격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점은 매우 특이한 모양새다

(주2) 매도와 매수행위를 좀 폼나게 부르는 방법으로 시장에서 매수계약을 보유한 것을 롱포지션(Long Position)이라 하고 매도계약을 보유한 것을 숏포지션(Short Position)이라 한다

(주3) 물론 모든 석유자본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엑슨모빌과 같은 거대석유기업은 고유가로 말미암아 천문학적인 수입을 만끽하고 있다.

(주4) 사실 원유는 단순한 에너지 이상의 의미를 가진 현대 자본주의의 감초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