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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교수의 삼성활용론 중 국민연금의 역할에 관하여

지금 삼성전자의 경우, 국민연금공단이 7~8%의 지분을 갖고 있다. 회장 유고가 발생하는 경우, 국세청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3세들로부터 상속세를 삼성전자 주식으로 받아(주식 가격을 더 높게 쳐줄 수도 있다) 국민연금공단에 인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민연금공단이 삼성전자의 확고한 최대 주주가 되고 삼성 가문의 지분은 크게 줄어든다. [중략] 삼성전자가 국민경제에 유리한 방향으로 경영하도록 압력도 행사할 수 있다. 이건희의 후계자가 엉뚱한 경영을 일삼는다면 일정한 기간 뒤에 CEO 자리에서 쫓아낼 수도 있다.[“필요하면 삼성법도 좋다”]

장하준 교수는 국내의 좌우 진영 모두에서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현실주의자” 혹은 “실용주의자”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에 대한 위와 같은 입장이 그의 전형적인 시각인데 어느 진영도 선뜻 동의할 수 없는 해법일 것이다. 좌파의 입장에서는 “봉건적인” 기업 지배권을 보장해주는 것이고 우파의 입장에서는 “연기금 사회주의”의 도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법 제102조(기금의 관리 및 운용)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연금 재정의 장기적인 안정을 유지하기 위하여 그 수익을 최대로 증대시킬 수 있도록 제103조에 따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서 의결한 바에 따라 다음의 방법으로 기금을 관리·운용하되…

국민연금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금 운용원칙은 “수익을 최대로 증대”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은 우파의 이념공세를 막을 수 있는 무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원칙 자체가 국민연금을 주주 자본주의로부터의 방패막이로 사용하려는 장 교수의 생각과 배치되는 것이다. 국민연금 역시 다른 주주처럼 단기차익을 시현하려는 맘을 먹지 않는다는 것을 누가 보장하는가?

기관투자자에 포함되는 펀드, 연금기금, 생명보험사는 청구권의 만기(maturity of liabilities)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우선 펀드, 특히 공포펀드의 경우 환매요청과 거의 동시에 자금을 인출할 수 있으므로 청구권의 만기는 초단기에 해당한다. 반면, 생명보험사의 보험계약은 비교적 장기이며, 퇴직연금, 국민연금 등 연금기금의 청구권의 만기는 초장기라 할 수 있다.[기관투자자가 자본시장 발전에 미치는 영향 및 정책과제, 자본시장연구원, 2014년 2월]

청구권의 만기가 길다는 점은 확실히 연금의 단기수익 추구 성향을 경감시킬 것이다. 그리고 이런 성향은 다소 안정적인 경영에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연금은 수익 추구 집단이다.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 연금을 동원한달지 하는 여태의 행태가 장 교수가 “국민경제에 유리한 방향”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또 다시 연금을 호출한 명분은 아닌 것이다.

국민연금에 돈을 붓고 있는 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분명 연금은 궁극적으로 수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연금의 주주행동주의가 옳은 것이냐 혹은 국민경제에 유리한 방향이 연금에 유리한 방향이냐 등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의 운용원칙이 좀 더 고유특성에 맞게 조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