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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자본주의, 도시

우리는 미국에서 도시 간 또는 도시 내에서 포괄적인 통행자 철도 서비스가 있었다는 사실을 쉽게 잊곤 한다. 1950년대에의 값싼 연료, 경제 활황, 그리고 새로운 주간(州間) 도로 시스템으로 말미암아 철도가 인기를 잃어갔다. 미국인들은 승용차 소유가 가져다 준 개인주의적 자유를 포용했고 보도조차 없는 너무나 자동차 의존적인 광범위한 교외개발을 시작했다.
It’s easy to forget that we used to have comprehensive passenger rail service in America, both between and within cities. Then, in the 1950s, cheap gas, a booming economy and the new Interstate Highway System made rail unfashionable. Americans embraced the individual freedom that car ownership brought and started building far-flung suburbs so automobile-dependent that they didn’t even have sidewalks.[출처]

요즘 석유의 개발에 관한 역사책을 탐독하고 있는데, 실로 미국을 비롯한 서구 자본주의의 전후 활황은 상당 부분 값싸고 이용가치가 너무나 다양한 석유라는 마술과 같은 자원 덕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초기 자본주의의 승자독식 시스템에 대한 반성으로 각광받은 케인즈주의적인 분배 시스템에 의해 경기가 부양되었다는 해석도 가능하지만 그마저도 실은 석유가 전제되어야 함이 합당하다.

이 중에서도 특히 전후 미국의 강대국으로의 성장은 석유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스스로가 세계 최고 수준의 산유국인 이 나라는 2차 세계대전 기간 동안 연합국이 소비한 석유의 90%를 공급하였다. 이는 무기 수출과 함께 미국의 본원적인 자본축적에 막대한 기여를 하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위에 언급되어 있다시피 석유는 미국의 도시화와 산업화를 가속화시키면서 국가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그 결과 넓은 교외주택과 대배기량의 자동차는 미국 중산층의 상징이 되었다.

하지만 이제 그 신화는 깨져가고 있다. 불과 얼마 전의 유가폭등세와 석유고갈에 대한 두려움은 이제 평범한 미국인조차, 아니 전 세계의 문명인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두려움이 되었다. 더군다나 승용차 없이는 일상생활의 영위조차 어려운 미국의 기형적인 도시화는 이제 큰 골칫거리가 되었다. 보기에는 호쾌할지 모르지만 그러한 시스템은 유사시에 ‘지탱불가능한(unsustainable)’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바마가 얼마 전 서둘러 전국적 차원의 철도 신설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미국이 석유 시대의 가장 상징적인 도시 개발 형태이긴 하였지만 다른 나라들도 유사한 형태로 발전하여 왔다. 하지만 이제 그 풍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어갈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