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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꿎은(?) CD금리

CD금리는 10개 증권사의 거래 금리를 평균해 금융투자협회가 결정한다. 이렇게 하면 시중 자금사 정이 반영될 수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증권사들은 요즘처럼 CD 거래가 없으면 시장상황을 적당히 감안하거나 다른 증권사에 물어본 뒤 추정치를 보고했다고 한다. 담당부서에선 금리 보고를 다들 귀찮아해 말단 직원이 맡아 했다. 가계생활에 영향이 큰 CD금리 결정이 증권사엔 사소한 일로 여겨졌다면 큰일이다.[주먹구구 CD금리]

시중은행장들이 CD금리에 연동돼 있는 대출금리의 결정 방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은행은 16일 배포한 `금융협의회` 결과에서 “시중은행장들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CD금리기준 대출금리결정 방식을 개선할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며 “다만, 개별은행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고객의 신뢰를 얻기 어려운 등 한계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은행장들 “CD 연동 대출금리 체계 개선해야”]

정기예금에 양도성을 부여한 상품인 양도성예금증서(CD)가 뭇매를 맞고 있다. CD금리가 가계 및 중소기업 대출의 기준금리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CD금리와 연동하여 움직이는 대출자금은 약 400조원으로 가계대출의 60%, 중소기업대출의 40%의 기준금리로 활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가계대출의 64%를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은 90%가량이 CD금리 연동대출이다. 그만큼 중요한 금리가 최근 급등하면서 대출자의 이자부담이 크게 늘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위의 기사들과 같이 그것의 산정방식의 진상(?)과 그 대안이 모색되고 있는 것이다.

엄밀하게 볼 때 CD금리는 여신의 기준금리로 적당하지 않다. 시장성 수신인 CD는 사실 은행의 총수신 중에서 불과 10~20%의 적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신에 있어서는 최근 몇 년간 급속히 그 비중을 늘리며 앞서 본바와 같이 그 비중을 초과하는 기준금리로 자리잡아왔다. 이에 따라 CD금리가 정상적인 궤도를 이탈하여 움직일 경우 은행의 수익구조는 기형화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융위기 이후 CD금리의 급락에 따른 은행 수익구조 악화, 그리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가산금리의 인상이었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기형적인 금융시장이 형성된 것일까? 이는 우리나라 대출시장이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싸 보이는 착시현상 등으로 인해 변동금리, 즉 시장금리 연동대출의 선호도가 높다는 점, 그리고 이중 CD금리 연동대출 상품이 추세적으로 가장 쌌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우리나라의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90%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반면 지난 2002년까지는 이 수치가 50% 미만이었던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 것인가? 대출자들이 금리변동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된다는 점이다. 실은 리스크는 수익과 손실의 변동가능성 모두를 내포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대출자는 그간 어느 정도는 인위적인 변수에서였든 아니든 간에 비정상적인 CD금리 하락에 따른 혜택도 누린 것이 사실이다.(물론 이 혜택도 ‘역마진의 공포감’에 휩싸인 은행의 가산금리 인상으로 곧 희석되었지만) 이제는 거꾸로 CD금리가 오르면서 대출자는 손실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결국 사상최저의 기준금리 상황에서 CD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시장예측이 커지면서 이러한 위험은 더 커져가고 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대안은 ‘CD와 예수금, 금융채, 차입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바스켓 방식의 금리 결정 구조’, ‘프라임레이트(고객의 신용도 및 대출기간 등을 감안해서 은행이 자체적으로 산출한 기준금리) 방식’ 등이 있다. 하지만 쉽게 대안을 찾을 수 없는 제약이 있다. 자칫 하다가는 이러한 논의가 금융기관 간의 담합으로 여겨질 소지가 있으며,(주1) 은행 수익성과 고객의 요구는 결국 서로 상충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 사회적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기준금리가 바뀐다할지라도 이는 현재의 기형적인 금융시장 구조에 대한 제한적인 대안에 불과할 수도 있다. 우리 금융시장은 은행의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이 2008년 3월말 126%까지 상승한 점, 이 자금이 연체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가계 및 중소기업에 몰려 있다는 점, 그 자금의 상당수가 3년 이내의 단기 변동금리 상품이라는 점, 그리고 결정적으로 가계대출의 상당수가 부동산에 몰려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런데 현재의 기준금리 변경 논의는 그 연결고리 중에서 변동금리 상품의 기준금리만 바꾸겠다는 논의일 뿐이다. 결국 개선이 성공한다 할지라도 부실화 가능성의 이연에 불과할 뿐이다.

그간 주택담보대출의 낮은 담보비율(LTV) 규제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의 회수는 어느 정도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고는 있지만, 이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똑똑히 살펴보았듯이 결국 주택담보대출 시장의 담보력이란 것은 매우 불안정한 것이다. 금리가 오르면 연체가 증가하고, 주택소유자가 대출부담으로 인해 싼 값에 부동산을 처분하고, 이 경우 담보가치가 상실되어 은행의 대출부실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부는 이러한 악순환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금리를 인위적으로 바닥에 깔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CD금리가 오르자 언론과 당국은 뒤늦게 그 결정방식이 주먹구구였고, 은행이 가산금리로 폭리를 취하고 있고, 기준금리를 바꾸겠다고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주1) 실제로 은행들이 지난 4월 시중금리가 하락할 때는 기준금리 변경에 나섰지만 감독당국의 반발로 무산되었다가 금리가 오르자 이번에는 감독당국이 나서고 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