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역사

설민석 방송 스캔들에 관한 트윗 모음

# 모든 방송이 예능화되면서 정보 제공 방송마저 예능화된 최악의 사례가 설민석인 것 같다. 백종원 씨도 스푸파에서 팩트 오류를 지적당했지만, 이는 대본대로 진행하는 과정에서의 ‘권위에의 오류’라면 설 씨의 경우는 그에게 엄청난 재량권 부여와 최소한의 팩트체크조차 없었던 참극이 아닌가 싶다

# 그런데 이런 참상의 저변에는 이 사회가 50대 남성 “지식인”에게 과한 발언권을 준 호모소셜의 문화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한도전 유의 예능에서도 그 또래 남성들의 짖고 까부는 예능이 인기를 얻고, 그 “지적인” 버전 알쓸신잡이 인기를 얻고, 진중권의 페북글이 바로 복붙 기사화되는 알탕호모소셜

# 왜 알쓸신잡을 생방송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유시민 발언에 나중에 찾아보면 다 틀린 경우가 굉장히 많았다’ 고 반농반진으로 피디가 대답했지만, 그렇다면 그것이야말로 50대 한남이라는 권위에만 호소하는 형식논리학적 오류의 최고봉이라 할 만하다. 어차피 엉터리면 여성 패널을 쓰면 안 되나?

# 사실 난 설 씨에게 부정적 편견이 있어 그의 방송 기사를 보고 ‘또 무슨 허풍을 떨었나’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다. 절대다수의 피곤한 시민은 팩트체크 기력 없이 연예뉴스로 그의 인기만을 확인할 따름이다. 설 씨의 경우는 도가 지나쳐 얻어맞은 것이고 시간이 흐르면 또 다른 설 씨가 판을 칠 것이다

# 문제는 이번 사태도 그렇게 되겠지만, 방송 스캔들의 주범은 제작진이라는 사실이 쉽게 잊힌다는 점이다. 이희진이라는 주식 사기범 뒤에는 그와 공생한 방송이 있었고, 기안84의 기행의 뒤에는 그를 우쭈쭈해주는 제작진이 있지만, 이들은 비판의 대상에서 제외되고 같은 양아치 짓을 반복할 뿐이다

# 또 하나의 원인으로 방송의 ‘유튜브化’가 있다는 생각도 든다. 제작진이 “방송 시간에 맞춰 편집하다 보니 일부 오류가 있었다”고 했다는데 어설픈 변명임에도 이렇게 방송마저 유튜브 스타일로 패스트푸드처럼 콘텐츠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팩트체크는 뒷전에 밀릴 수밖에 없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는 현재가 규정한다

바로 얼마 전 2월에 풍요부는 1984년 중에는 초콜릿 배급량을 줄이지 않겠다고 약속(공식 용어로는 이를 ‘절대 서약’이라고 한다.) 했었다. 그러나 윈스턴이 알고 있듯 실제로는 초콜릿 배급량이 이번 주말부터 30그램에서 20그램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따라서 처음에 약속했던 내용을 4월 언제쯤 배급량이 감소될지도 모른다는 식으로 바꿔놓기만 하면 되었다.[1984, 조지 오웰 지음, 정회성 옮김, 민음사, pp58~59]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조지 오웰이 스탈린이 통치하고 있던 소비에트 사회주의를 풍자하여 쓴 SF소설이다. 주인공 윈스턴 스미쓰는 진리부(Ministry of Truth)에 근무하며 이렇듯 역사에 대한 오류들을 바로(?) 잡는다. 이 경우처럼 그는 정부가 어떤 약속을 했고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 그 이전의 약속을 고쳐놓는다. 이런 묘사는 실지로 스탈린이 통치 기간에 저질렀던 – 심지어 사진 속의 인물을 지워가면서까지 – 역사 왜곡을 비판한 것이다.

생각해보면 스탈린이 극적이고 잔인한 사례지만 이렇게 과거를 고쳐서 미래를 지배하려 했던 정부는 꽤 많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NLL대화록을 둘러싼 우리의 정치권 논쟁도 비슷한 사례다. 노무현 前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과 어떤 대화를 했는가 하는 것이 대화록만 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을 문제로 보였는데, 그 뒤 수많은 배우가 등장하면서 판을 흔들고, 대화록은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닌 ‘슈로딩거의 대화록’이 되어 현재를 뒤흔드는 과거가 되었다.

다행히 우리의 현실은 1984년에서의 현실처럼 윈스턴의 간단한 업무처리를 통해 과거가 바뀌는 정도로 폐쇄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과정이 덜 폐쇄적이 되었다는 것이 과거를 흔들어대는 행태를 쳐다보는 우리의 시선을 덜 고통스럽게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오히려 그 “현폐(現弊)”가 “적폐(積弊)” 탓을 하는 부조리한 과정을 육안으로 확인하며 – 사실은 통념과 다르다며 끊임없이 과거를 흔들어대는 수구매체에 시달리면서 – 우리의 인식은 한층 혼란스러워진다.

과거는 현재가 규정한다.

Punk 略史

Proto-Punk라는 장르는 사후적으로 정의된 장르라 할 수 있다. 즉 1970년대 중반 Punk가 하나의 거대한 물결을 형성한 이후, 그 주된 아티스트들이 이전의 어떤 아티스트들의 음악과 태도에 영향을 받았는지를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에서 무리 지워진 60년대 아티스트들의 음악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 당시에는 이들은 어떠한 공통점도 일치된 정신도 없었다 할 수 있다.

여하튼 이들 Proto-Punk의 대표는 역시 이전의 인습을 깡그리 무시한 정체불명의 음악을 시도한 David Bowie 다. 그의 중성적인 패션과 모호한 음악 들은 수많은 다른 장르에도 그렇지만 특히 Punk 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또한 이 당시 Proto-Punk로 분류되는 이들로는 MC5, Modern Lovers, The Velvet Underground, T-Rex, Television, 심지어는 점잖게 양복을 빼입고 노래했던 Roxy Music까지도 거론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밴드는 단연 Roxy Music. 하지만 다른 이들이 이들의 히트곡 Same Old Scene 을 들으면 대체 이 밴드와 Punk 와 무슨 상관이 있는지 궁금해 할 것은 당연하다. 아무래도 Modern Lovers가 보다 Punk 에 다가섰다 할 수 있겠다. 그들의 담백하지만 반항기어린 곡 Roadrunner 를 들으면 확실히 Punk 의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더 나아가 Television 의 Marquee Moon 은 Punk 는 연주가 딸리는 음악이라는 편견을 여지없이 까부시는 명곡이다.

본격적인 Punk 의 시대에 접어들면 영국과 미국 양쪽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새로운 태도로 무장한 일군의 아티스트들이 등장한다. 어느새 거대화된 록의 상업화와 쇼비즈니스에 노골적으로 혐오를 드러낸 이들은 소규모 공연장에서의 팬들과의 교류를 한층 중요시 여겼다.

The Sex Pistols의 등장이 역시 Punk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일 것이다. 그들의 명곡 Anarchy in The UK 는 Punk의 많은 부분을 함축하고 있는 곡으로 수많은 아티스트들에 의해 리메이크되었다. 한편 이 밴드의 멤버 Sid Vicious 는 Punk 버전의My Way 를 통해 우상파괴를 시도하기도 하였다.

Sex Pistols 가 좌충우돌 형의 Punk Band 라면 The Clash, The Jam, Gang of Four 등은 보다 확고한 사상과 신념을 가지고 음악활동을 하였다. 좌익사상에 대한 신념이 담긴 이들의 곡은 신자유주의가 막 동이 막 뜨던 영국사회의 어두운 면을 냉정하게 묘사하였다. 영국 음악의 주요한 조류 중 하나인 Mod Revival 의 원조이기도 한 The Jam 의 Going Ground 는 메시지와 음악성의 화학적 결합의 모범적인 사례라 할만하다.

한편 전설적인 Punk Club 인 뉴욕의 CBGB에서는 영국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Punk Artist 들이 등장한다. The Ramones, Talking Heads(한국어 팬페이지), Blondie, Patti Smith 등이 이들인데 영국의 그것과는 달리 좀 더 지적인 면, 시적인 면, 아방가르드한 면이 강조되었다는 특징이다. Patti Smith 의 읊조리는 보컬이 돋보이는 명곡 Horses 나 Talking Heads의 보컬 David Byrne 의 뻔뻔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Psycho Killer 를 들어보면 확실히 영국의 Punk 와는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음악 장르든 그렇듯이 Punk 역시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인기가 사그라진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새로이 등장하는 음악들은 ‘후기 펑크’ 즉, Post-Punk 라는 이름을 달고 Punk의 태도를 답습한다. 대표적인 밴드가 리더 Ian Curtis의 자살로 더더욱 전설이 된 Joy Division 이다. 댄서블한 리듬에 어울리지 않는 암울함과 부조리함으로 가득 찬 그들의 명곡 Love Will Tear Us Apart 는 그들의 명성이 헛것임이 아님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Echo & the Bunnymen, Siouxsie and the Banshees, The Cure 등이 이 시대를 함께 한 뮤지션들이다.

Punk 의 역사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다고 여기는 아티스트가 이 와중에 등장하는데 바로 Devo라는 밴드다. De-evolution, 즉 퇴보를 뜻한다는 밴드명에서부터 수상한 냄새가 나는 이들은 50년대 싸구려 공상과학 영화의 상상력, Punk에 충실한 곡진행, 전면적인 전자음악의 도입 등이 뒤섞인, 그 누구에게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독창성으로 무장하고 있다. 그들의 명곡 Whip it 을 들어보라. 어이가 없어진다.

그 당시 뮤지션들이 날카롭던 비판정신은 무뎌지고 배에 살이 찐 90년대 후반과 21세기에 들어서도 여전히 Punk 는 많은 뮤지션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New Wave/Post-Punk Revival 이 바로 그런 조류인데 그 선두주자는 Elastica, The Rapture, Yeah Yeah Yeahs, Arctic Monkeys 등이다. 마지막 입가심으로 The Rapture 의 The House Of Jealous Lovers 를 추천하며 글을 마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