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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사진 조작, 기억도 조작된다

중앙일보가 또 한건 저질렀다. 쌍욕 헤드라인에 이어 이번에는 사진조작 사건이다. 이 사건을 보니 불현듯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이라크전쟁 관련 사진을 임의로 수정, 보도한 자사 사진기자 브라이언 월스키를 2일 전격 해고했다. 미 서부 최대 일간지인 LA 타임스는 이날 사고(社告)를 통해 지난 31일자 1면 ‘바스라, 전쟁전술로 공황상태’ 제하기사와 함께 ‘경고: 한 영국군이 이라크난민들에게 엎드리라고 명령하고 있다’는 설명을 달아 보도한 사진은 월스키 기자가 사진을 합성, 수정한 것으로 사진원본의 수정을 금한 자사 보도윤리강령을 위반해 중징계했다고 공개했다.[LAT, 전쟁사진 조작기자 전격 해고, 연합뉴스, 2003년 4월 3일]

이 기사를 다시 끄집어내는 이유는 굳이 해당 기자를 중징계하라는 을러대려는 것이 아니라 이게 독자사과문 하나로 입 닦을 사안이 아닌 ‘매우’ 중대한 언론조작이라는 것을 주지시키고자 함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지만 사진과 영상은 때로 펜보다도 강하다. 레닌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모든 언론인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사진을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은 그네들이 유포시킨 가장 큰 거짓말이다. 사진이나 영상이 얼마나 강한지는 아래 기사에서 보듯이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이 사건으로 월스키는 파면됐지만 많은 학자들은 디지털 방식으로 조작된 사진들이 공적인 사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기억까지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왔다.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 대학과 이탈리아 파도바 대학의 학자들은 이런 우려를 입증하기 위해 19~84세의 성인 299명을 대상으로 1989년 중국 텐안먼 사건과 2003년 로마 반전 시위의 실제 사진과 조작된 사진을 보여주는 실험을 했다. 텐안먼 사건의 원래 사진은 텅 빈 광장에 진입하는 탱크들 앞을 막아 선 한 남자를 보여주고 있지만 조작된 사진에는 주변에 빽빽하게 둘러싼 시위 군중까지 등장해 긴박감을 더해주고 있다. 로마 반전시위의 원본 사진은 평화를 상징하는 피켓과 깃발들을 든 군중을 보여주지만 조작된 사진에는 평화 피켓은 잘 보이지 않고 대신 시위 진압 경찰관들이 등장한다. 이 실험 결과 조작된 사진을 본 사람들은 장차 시위에 참여할 생각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조작된 사진이 기억도 조작한다, 연합뉴스, 2007년 11월 27일]

만약 중앙일보가 어떠한 정치적 편견을 떠나서 이 사안에 대해 비중이 낮은 사안이라고 스스로 판단 내린다면 나는 그들에게 이제 언론인으로서의 길을 접고 영화인이나 연극인으로의 길을 걸을 것을 권유하고 싶다. 그들이 생각하는 진실(truth)을 표현하기 위해 사실(fact)을 연출하였으니 말이다.

사진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으면 이 사이트를 들여다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