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에 관한 일본만화 ‘맛의 달인’을 보면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를 생략하고 엉뚱한 장난질로 음식을 만들었다가 낭패를 보는 장면이 종종 연출되곤 한다. 음식이란 우직하게 생산해낸 재료로 정직하게 만들어야 제 맛을 낸다는 주장이다. 백번 옳은 소리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몇 달 전에 적은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맛의 달인’의 주인공인 우미하라나 지로처럼 절대미각을 가진 이들은 현실에서 극히 드물다. 이 책의 저자 아베 쓰카사가 강연을 다니면서 만든 화학첨가물로만 조리된 고기스프에 거의 모든 소비자들은 깜빡 속아 넘어간다니 두말할 것 없다.
그러니 절대다수의 식품회사의 모토는 자연히 ‘더 싸게 더 근사하게’를 주장할 수밖에 없다. 아베 쓰카사는 이러한 식품회사의 기호에 맞게 식품첨가물을 조언해줘 최고의 실적을 올렸던 영업사원이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큰 충격을 받고 식품첨가물의 위해함을 알리는 전도사가 된다.
“산업폐기물이자 쓰레기 같은 고기, 여기에 첨가물을 무차별 투입해 만든 ‘식품 아닌 식품’, 그것이 바로 오늘 내 딸과 아들이 맛있게 먹던 미트볼이었다.”
큰 딸의 생일잔치에서 자신이 만든 가짜 미트볼을 아이들이 맛있다고 먹자 큰 충격에 빠졌던 당시 상황을 묘사한 글이다. 이후 지은이는 회사를 그만두고 진짜 음식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하고 동시에 식품첨가물의 위해함과 그 대안을 알리는 강연활동도 펼쳐오고 있다고 한다.
이 책,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은 이렇듯 한때 새로운 음식문화를 창조한다는 사명감에 불타 일하던 한 영업사원이 자신의 가족 또한 자신의 가짜 식품의 소비자임을 깨달은 뒤에 내부고발과 함께 그 대안을 모색한 책이다. 라면, 삼각김밥, 참치샐러드 등 우리에게 친숙한 음식들이 얼마만큼 유해한지를 실증적으로 설명해준다.
솔직히 읽고 나서 약간 우울하고 막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