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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운하, 모든 절차 밟아 1년 안에 착공한다니

연합뉴스 기사를 보니(원 기사 보기) 이명박 당선자가 “대운하는 모든 절차를 밟아 추진하겠다”고 이경숙 인수위원장에게 말했다고 한다. 좋은 일이다. 이제사 뭔가 좀 제대로 되가나 싶었다. 그런데 그 다음 말이 재밌다. “국내 민간 투자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 착공까지는 취임 후 1년이 걸린다고 확실히 (이 당선인(주1)이)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은

“모든 절차를 밟아 5개월 안에 애를 낳겠다.”
“모든 절차를 밟아 열다섯 살이 되기 전에 성인이 되겠다.”

뭐 이런 멘트랑 비슷한 수준이다.

이 블로그에서도 몇 번 추진기간의 무리함에 대해 이야기했고 다른 매체에서도 같은 소리를 냈지만 민간투자사업을 추진하려면 필요한 각종 절차, 즉 사전타당성 검토(VFM;Value For Money), 기본계획 수립, 각종 영향평가, 민간사업자 선정을 위한 사전절차 및 협상, 자금조달이 각각의 절차에만도 몇 개월 길게는 1년이 넘게 걸리는 일이다. 그러니 어림잡아도 3~4년은 걸려야 정상이다.

그런데 당선자는 그런 사업을 “모든 절차를 밟아 1년이 걸린다”라고 이야기하신 것이다.

기사는 그런 한편으로 이 당선자가 이천 화재사고에 대해 언급한 내용도 보도했다. 이 당선자는 “소방안전 시설이 준공되기도 전에 검사가 끝났다는 보도를 보면서 현장에 안 가보고도 어떻게 준공했느냐는 생각이 든다”면서 “원인을 처음부터 제공하지 않겠다는 마음의 대비와 새로운 각오를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비와 각오는 대운하에도 그대로 적용해야 옳은 일이다. 냉동창고 하나 짓는데도 안전시설이 준공이 되어야 검사가 끝났다고 할 판에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대운하를 만드는 마당에 모든 안전여부, 환경영향 여부, 자금조달 가능성 여부, 향후 국민부담의 정도에 대해서는 하나하나 꼼꼼히 짚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모든 절차가 1년이 소요된다면 … 그것은 돌관 공사도 이만저만한 무식한 돌관 공사가 아니다.

 

(주1) 어느 블로그에서도 지적한 바와 같이 당선인이라는 표현은 틀렸고 당선자가 맞다고 본다. 필자도 얼마 전에 모든 매체가 당선인이라고 하기에 무심코 당선인이라고 했다가 다시 고쳤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계속(물론 초지일관은 아니지만) 당선자라는 표현을 쓰는 매체가 있다. 바로 조선일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