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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에 관한 잡담

다우와 존스, 찰스 밀포드 버그스트래서(Charles Milford Bergstrasser)라는 제3의 인물은 증권 뉴스를 전달하는 매체를 직접 운영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버그스트래서는 당시 투자은행 드렉셀 모건 앤드 컴퍼니(Drexel, Morgan & Company)에서 일하는 금융인이었다.[중략] 세 사람은 매체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버그스트래서라는 이름이 회사명에 들어갈 경우 발음하기가 매끄럽지 않다는 이유로 회사 법인명을 다우존스(Dow, Jones & Co. )로 정했다. 영문 회사명의 쉼표는 회사설립 이후 50년 동안 없었다. [세계금융시장을 뒤흔든 투자아이디어, 피터 L. 번스타인 지음, 강남규 옮김, 이손, 2006년, pp52~53]

미국의 회사에는 창업자의 이름을 넣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골드만삭스, 제이피모건, 리만브라더스 등 월스트리트의 기업들도 모두 창업자의 이름을 그대로 쓰거나 조합하여 만든 경우다.(물론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이크로와 소프트가 만든 회사는 아니다) 다우존스 역시 같은 경우지만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약간은 독특한 이름 짓기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인용문처럼 버그스트래서 씨는 너무 이름이 어려웠던 때문이다.

버그스트래서 씨가 그렇게 발음하기 어렵고 긴 이름을 가지고 있지 않았더라면? 예를 들어 ‘패트릭(Patrick)’ 정도의 발음하기 쉬운 아일랜드식 이름이었다면 이 셋은 주저 없이 회사이름을 ‘패트릭다우존스’라 하지 않았을까? 그가 작명과정에서 빠져 어떤 불이익을 당했는지는 자세히 모르나 어쨌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다우존스는 다우와 존스 둘이 창업자라고 여겼을 것이니 – 나 역시 그래왔고 –  조금은 억울한 일이다.

실제로 이름이란 것은 어떤 사람이 태어나고서야 갖게 되는 후천적 성격이 강하지만 – 물론 선천적(?)으로 갖게 되는 성(姓)이 있기에 완전히 후천적이라 하기엔 곤란하지만 – 동양의 작명철학에서도 암시하는 바와 같이 사람의 운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들 생각하고 있다. 이름 짓는데 돈까지 쥐어주고 짓지는 않는 것으로 보이는 서양인들도 다양한 인종과 국적이 섞이다보면 위와 같이 은근한 호불호가 형성되는 법인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호불호는 결국 피부색깔이나 출신학교처럼 한 사람을 규정하고 그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특히 그것이 주류사회의 그것에 벗어나 있는 경우엔 특히 그러할 것이다. 당시 미국사회에서 독일인이 주류는 아니었기에 버그스트래서라는 발음이 어렵다 싫어했을 것이고, 같은 이유로 미국의 보수는 오바마의 중간이름이 후세인이라 구태여 끄집어내어 조롱하는 이유가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때때로 – 이런 저런 이유로 – 자기 이름에 만족하지 못하고 이름을 바꾸기도 한다. 얼마 전 여배우 김민선은 이름을 김규리로 바꿨는데 광우병 파동 때의 발언으로 인한 구설수 때문으로 추측된다. 발음을 바꾼 경우도 있는데 로널드 레이건은 대통령 이전까지는 로널드 리건으로 불렸다. 그리고 여기 자의로 바꾼 것은 아니지만 개명(改名)이 역사를 바꾼 – 바뀌었을 가능성이 농후한 – 경우가 있다.

어쨌든 이 뒤늦은 인지는 1876년 6월 6일에 있었고, 11월 23일에 공증된 인지서의 송달을 받은 데렐샤임의  성당 주교는 세례자의 대장에서 알로이스 시클그루버의 이름을 지우고 대신 알로이스 히틀러의 이름을 기입했다. 그때부터 아돌프의 아버지는 법률적으로 알로이스 히틀러로 알려지고, 물론 그 이름은 아들에게도 전해졌다. [중략] 나는 히틀러가 시클그루버로서 세상에 알려졌더라면, 독일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을까 하고 독일인들이 얘기하는 것을 가끔 들었다. 시클그루버라는 말이 남부 독일인의 혀꼬부라진 소리로 발음되면, 약간 우스운 느낌을 주게 된다. 열광한 독일 대중이 우뢰 같은 함성을 지르며 시클그루버를 하일 하고 환호할 수 있을까. 하일, 시클그루버라고 할 수 있을까. <하일 히틀러>는 거대한 나치스 집회의 신비로운 야외극에서 대중에 의해 바그너식의 이교도적 찬가로 사용되었을 뿐 아니라, 마침내 제3제국 시기의 독일인들의 의무적으로 나누는 인사의 형식이 되었으며, 전화에서도 종전의 여보세요를 대신하기까지 했다. 하일, 시클그루버-이것은 아무래도 곤란한 이름이다.[제3제국의 흥망1 히틀러의 등장, 윌리엄.L.사이러 지음, 유승근 옮김, 에디터, 1993년, pp16~18]

버그스트래서의 경우는 가십거리에 지나지 않지만 이 경우는 후덜덜~에 가깝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