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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로의 망명

“모든 책임을 차관에게 미루는 것은 아니지만 환율문제에 대한 최종 책임자는 차관”이라는 개그나 해대는 청와대 최고의 행운아 이동관의 헛소리에 우울한 하루를 보내고 계실 독자들에게 그나마 기쁜 소식 한 꼭지 전하겠다. 우리나라 소식은 아니지만…

Joshua Key라는 이름의 미군은 2003년 이라크로 파병된다. 그는 전투 관련 엔지니어로 이라크의 민가에 대한 야간습격 임무를 8개월간 맡았다. 이 기간 동안 그는 동료군인들이 이라크인 들을 학대하고 모욕주고 착취하는 상황을 지켜보아야 했다. 그가 2주 휴가를 보내기 위해 미국으로 귀향하였을 때 그는 밤마다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다시 이라크로 돌아갈 수 없었다. 군대의 변호사는 그에게 이라크에 가거나 감옥에 가거나 두 가지 선택이 존재한다고 을러댔다. 그러나 그는 두 가지 경우 대신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가서 망명자의 지위를 요청했다.

하지만 상황이 녹록하지만은 않았다. 캐나다 이민국의 망명자 이사회는 미군이 저질렀다고 의심되는 행위가 잔인한 행위이긴 하지만 그것이 전쟁범죄나 인륜에 반하는 범죄의 정의에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사실상 Key의 망명자 지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연방법원 판사 Robert Barnes는 최근 이러한 상황을 반전시킬 판결을 내렸는데 새로운 패널들이 Key의 신청을 재심할 것을 지시한 것이다.

Barnes 는 “탈영병들에 대한 망명자 보호를 오직 전쟁범죄, 평화에 반하는 범죄, 인간성에 반하는 범죄에 준하는 행위에 국한시키는” 오류를 범했다고 말했다. 흥미롭게도 그는 미연방법원의 판례를 예로 들며 전쟁범죄에 미치지 못하는 ‘공식적으로 용인되는 군사적 위법행위(officially condoned military misconduct)’에도 망명자 신청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요컨대 그는 이사회의 기준이 ‘너무 제한적(too restrictive)’이라고 결론내린 것이다. Key의 변호사 Jeffry House는 “이 곳에 있는 수많은 군인들, 그리고 이 곳에 올 것을 고려하는 다른 이들에게 엄청난 승리다”라고 감격스러워 했다.

물론 판결에는 아쉬운 면도 있다. Barnes역시 이라크 전을 부시의 전쟁범죄라고 보지 않고 있다. 최근 석유 메이저들의 이라크 유전 독식을 보아도 누가 봐도 명백한 침략전쟁임을 알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렇지만 용기 있는 판결인 것만은 분명하다. 캐나다 역시 이라크전 참전국이다. 그러하기에 자국의 국방정책 기조까지 흔들 수 있는 판결인 것이다. 우리나라에 이런 판결을 내릴 판사가 과연 있을까?

Joshua Key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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