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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 랜드(Ayn Rand)

그린스펀은 독특한 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이번엔 러시아에서 추방당한 소설가이자 사회철학가이며 사이비종교의 교주와도 같은 아이 랜드라는 사람과의 만남이 그 계기였다. 그린스펀은 1952년 첫 만남 이후, 매주 토요일 그녀의 집에서 열리는 모임에 참가하기 시작했다. 그 모임에서 랜드는 극단적인 개인주의 철학으로 추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린스펀은 훗날 자신의 사상에 랜드가 미친 영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랜드를 만났을 때, 나는 아담 스미스식의 자유기업인으로서 그녀의 이론적 구조와 효율적인 시장론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자본주의가 능률적이고 실용적일 뿐만 아니라 도덕적인 이유를 생각해보게 만들었습니다.”[그린스펀 효과, 데이비드 시실리아/제프리 크뢱쉔크 지음, 정순원 옮김, 21세기 북스, 2000년, p23]

두어 권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쓰기도 했던 아인 랜드(Ayn Rand)는 이른바 객관주의(Objectivism)라는 철학이론을 주장한 철학자이기도 하였다 한다. 기본적으로 그는 기본적으로 재산권을 포함한 개인의 권리, 자유방임 자본주의의 주창자였다. 소비에트 혁명 후 미국으로 피난 오면서 자연적으로 생성된 반(反)집단주의, 그리고 반(反)스탈린주의의 역반응으로 짐작되는 그의 이러한 입장은 ‘이타주의 윤리’를 거부하는 ‘이기주의 윤리’로까지 발전한다. 

“난 원래 자본주의의 지지자가 아니라 이기주의의 지지자다. 그리고 원래 이기주의의 지지자가 아니라 이성의 지지자다. 만약 누군가 이성의 우월함을 인지하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적용한다면, 모든 나머지 것들이 따라올 것이다.”
“I am not primarily an advocate of capitalism, but of egoism; and I am not primarily an advocate of egoism, but of reason. If one recognizes the supremacy of reason and applies it consistently, all the rest follows.”

여기에서 말하는 “이성(reason)”이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는 그의 사고를 좀 더 들여다봐야 알 것이나, 통상적인 그러한 계통의 철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주장하는 바에 비추어 판단하자면, 뭔가 초월적이고 우생학적인 무엇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철학에 젬병인 나는) 무슨 초인적 의지 .. 뭐 이런 거 말이다.

여하튼 그의 이러한 사고체계가 한때 “경제 대통령”이라고까지 불린 알란 그린스펀에 꽤 오랫동안 영향을 미쳤고, 그린스펀의 자유방임적인 경제운용이 현재의 경제위기를 불러온 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꽤 설득력을 얻고 있는 형편이니, 어쩌면 그는 – 그리고 그가 혐오하던 공산주의는 – 오늘날 자본주의 위기의 ‘맹아’가 아니었을까 하는 잡념이 들기도 한다.

아인랜드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