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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은 이윤을 내면 안 된다?

지난번 “美모기지 시장의 두 거인, 법정관리 임박?” 에서 나는 오바마의 프레디맥/패니메에 관한 발언을 인용하면서 다음과 같이 논평한바 있다.

언뜻 명쾌한 논리인 것처럼 보이나 실은 수익성 사업을 영위하는 공기업은 꽤 많으며, 아무리 자유방임을 표방하는 정부일지라도  시장을 크게 교란시킬 정도 파괴력을 가진 대마(大馬)를 어떤 식으로든 그대로 방치하지는 않았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교조적(?)이거나 단순하거나 또는 순진한 발언으로 느껴진다.

다음은 인용했던 오바마의 발언

민주당의 대권후보 오바마 의원은 그 회사들이 “기묘하게 섞여 있다”고 말하면서 “만약 그들이 공기업이라면 이윤을 내는 사업을 하면 안 되었고, 만약 그들이 사기업이라면 우리는 그들을 구제해주지 않아야 한다.”
Sen. Barack Obama, the Democratic nominee, has said the companies are a “weird blend” and that “if these are public entities, then they’ve got to get out of the profit-making business, and if they’re private entities, then we don’t bail them out.”

이 글에 대해 친절한 답변 남겨주셨던 Inigo님은 다음과 같이 언급하셨다.

전 (종류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공기업은 ‘경제적’ 이익을 거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때때로 ‘회계적’ 손실을 보는 건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하구요(KBS).

이상에서 다음과 같이 간단히 두 가지 기본적인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1) 공기업은 이윤을 내는 사업을 하면 안 된다.(Inigo님은 “종류에 따라 다르”다고 전제함)
2) 사기업은 구제해주면 안된다.

이는 비단 오바마뿐만 아니라 거리를 오가는 일반적인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일 것이다. 특히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재벌이 망쳐놓은 부실기업에 수많은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꼴을 묵묵히 봐야만 했던 우리나라 서민들은 2번 생각에 상당수가 동의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간결하고 깔끔한 표현으로 명성이 높은 오바마이니만큼 그의 발언의 한 부분을 맥락을 고려하지 않고 이렇게 뚝 떼어내어 그를 평가하는 것은 그에게는 억울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비단 이 발언을 다시 언급하는 이유는 비단 오바마의 경제에 대한 무지를 탓하고자 함이 아니라 그의 발언을 계기로 일반화되어 있는 위와 같은 두 가지 생각을 다시 반추해보고자 함이다. 오바마씨 이해하세요~

공기업은 이윤을 내는 사업을 하면 안 된다

모르긴 몰라도 자본주의 내에서 국가의 공공적 역할을 지지하는 체제내 좌파들도 상당히 동조할 발언이 아닐까 싶다. 공기업(그가 영어로 표현하길 public entities)의 정의에 대해 우선 한번 돌아보자.

사기업(私企業)과 대조적인 기업 형태이다. 공기업의 목적에 관해서는 ① 공기업이라 할지라도 다른 사적 기업(私的企業)과 똑같이 이윤추구를 직접 목적으로 한다는 설(說)과, ② 공기업의 직접적인 목적은 이윤이 아니라 생산이나 서비스에 있다는 설이 있다. 대체로 ②의 설이 통설(通說)로 되어 있으나,[하략]

이 정의가 맘에 든다. 어떤 공공적 기능이니 뭐니 하는 잔가지붙이지 않고 간단하게 “사기업과 대조적인 기업 형태”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공기업은 사기업의 형태를 띰으로서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재화나 용역에 대해 공공이 소유하는 형태를 띤다. 이때 소유의 주체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연기금이나 각종 국가투자기관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정의를 염두에 두고 공기업의 역할을 되돌아보자. 오바마는 공기업이 “이윤을 내는 사업을 하면 안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상당히 다르다. 사실은 자본주의 발달 단계에서 수많은 이윤창출기업이 공기업의 형태를 띠었다. 이는 시급히 육성하여야 할 필요가 있는 유치산업에 대해 국가적인 차원에서의 보조와 지원을 유지하여야 할 필요성에 의해서였다. 이는 ‘시장의 실패’로 말미암아 불가피하게 국가가 공급하여야 했던, 그리고 Inigo님의 의견처럼 회계적 손실을 감수할 수 있는, 이른바 사회간접자본(infrastructure) 등 공공서비스와는 다른 성격을 가진다.(주1)

장하준 교수의 ‘나쁜 사마리아인’을 보면 이러한 공기업의 역사를 상술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포항제철을 비롯하여 싱가포르의 싱가포르항공, 프랑스의 르노, 독일의 폭스바겐, 브라질의 페트로브라스 등 전 세계에서 (이윤을 엄청나게 창출하는) 수많은 일류 기업들이 공기업이거나 공기업이었다. 다만 이 중 여러 기업들은 1980년대 신자유주의의 맹공에 따라 민간에 매각되기도 했다.

이쯤에서 왜 자본주의 국가는 ‘시장의 효율’대신 공기업을 선택했는지를 다시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장하준 교수는 경제적 상황과 기술의 격차가 현저한 국가들 사이에서 자유무역 또는 시장의 자유를 통한 경쟁을 부르짖는 것은 미취학 아동이 경쟁력을 갖게끔 학교도 보내지 말고 바로 일터로 보내 일을 시키자는 주장과 진배없는 논리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근대화에 성공한) 대다수의 국가들은 경제발전기에 유치산업 보호를 위해 노력했다.

결정적으로 이러한 유치산업 육성론의 이론과 실천을 다진 나라는 – 꼭 공기업의 형태는 취하지 않더라도 – 오늘 날 예외 없는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영국과 미국이다. 영국은 18세기 무렵 자국의 면직물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고율의 관세, 수입조건 제한 등 보호무역을 강화하였을 뿐 아니라 노예무역을 통한 노동인력 충원, 군사력을 동원한 시장의 개척 등 무차별적이고 폭력적으로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였다. 그리고 유치산업이란 표현은 미국의 초대 재무부 장관 알렉산더 해밀턴의 작품이다.

요컨대 “이윤을 내는 공기업”은 자본주의 역사에서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강국이었던 미국을 제외하고는 대다수의 나라들이 강대국의 일정정도의 용인 하에 자국의 산업을 일정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였고 그 핵심적인 거시 전략은 수입대체 전략/수출지향 공업화 전략 등이었고 그 플레이어들은 자본과 기술의 축적이 일천한 민간기업의 경쟁력을 능가하는 공기업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공기업들이 ‘이윤을 내지 않으면’ 그냥 망하는 것이다.

이제 다시 왜 공기업은 이윤을 내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잠깐 알아보자. 이는 위에서 잠깐 언급한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기업에 대한 일반인들의 선입견이다. 즉 자본주의 사회일지라도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으로 인해 시장이 적절하게 제공할 수 없는 도로, 통신, 국방, 의료, 치안과 같은 공공서비스는 국가에 의해 제공되었다. 이중 일부는 국가기구 그 자체이기도 했지만 일부는 공기업의 형태를 띤다. 요즘 들어 공기업화된 통신, 철도, 체신 등이 대표적인 예였다.

그리고 이들 기업들은 실제로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수요(demand)’가 아닌 ‘소요(needs)’에 부응하는(주2) 서비스를 제공하였다. 이를 통해 지불능력이 없는 저소득층들은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임금이 형편없이 낮아도 국가에서 의료보험을 제공하기에 그나마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이러한 서비스를 민영화함으로써 이윤을 창출하겠다는 것에 요즘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공기업의 이윤창출 불가론의 정서다.

그 정서에 공감하는 한편으로 그 이면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본주의에서의 공공서비스는 – 공기업의 의한 것도 마찬가지거니와 – 소위 복지의 실현이라는 국가목표에 부응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정적으로 자본주의 사기업이 임금수준을 낮게 유지하여 이윤을 초과 창출할 수 있게 만드는 기제기도 하다. 국가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가정해보라.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임금으로 건강도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하거나 반항하였을 것이다. 그것은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위협이다. 모든 것은 사적(私的) 시장에 맡기자는 이에게 그럼 너희가 주는 임금에 노동자들의 의료비용도 포함시키라고 주문한다면 질색을 할 것이다. “그런 것은 국가가 알아서 해줘야지!” 하면서 말이다.(주3)

또 다른 방식으로 공공서비스는 사기업에 봉사한다. 통신, 체신 등의 낮은 비용은 저소득층에게만 혜택을 주는 것은 아니다. 사기업 역시 이들 싼 가격에 양질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원가를 절감한다. 특히 기업이 이용하는 공공서비스는 오히려 더욱 싸다. 전력요금은 산업용이 더 싸다. 철도 역시 마찬가지다. 철도가 적자라고 해서 몇 해 전 살펴본 바에 따르면 여객운송 부문은 흑자였는데 화물수송 부문이 적자였다. 이것이 무엇을 말하는지는 잘 알 것이다.

요컨대 자본주의 국가에서 제공되는 공공서비스는 그것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꼭 지켜내야 할 지고지순한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이라고 신성화하는 것도 또 하나의 편견이다. 공공서비스의 민영화 논리 중 하나인 ‘수익자부담원칙(polluter pay principle)’이 완전 헛소리만은 아니다. 시장가격보다 낮게 책정된 공공서비스 요금에는 분명 누군가 ‘무임승차자(free rider)’가 있게 마련이다. 가장 어처구니없는 무임승차자가 바로 사기업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2) 사기업은 구제해주면 안된다.”에 대해서는 쓰다 지쳐서 다음에 이야기하겠다.(sooner or later or forever)

 

(주1) 바로 이러한 성격의 공기업이 일반인이 생각하는 이윤을 내서는 안 되는 공기업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주2) 수요는 willing to pay, 즉 시장가격을 주고라도 서비스를 제공받을 용의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소요는 서비스를 제공받고자 하나 지불능력이 없는 경우를 말한다

(주3) 같은 이치로 공공적 성격이 강한 부동산 역시 산업경쟁력을 위해 가격을 적정수준으로 유지시키는 것이 국가의 이해관계이기도 하다. 바로 그러한 취지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또한 전세값이나 집값이 오르게 되면 이것이 근로자의 임금인상 요구로 이어져 경제의 경쟁력 저하요인이 되는 등 그 부작용이 매우 큽니다. 그래서 부동산 가격안정을 최우선 정책과제 가운데 하나로 삼아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코자 하는 것입니다.”라고 발언하였다.(관련 글 보기)

너무나 차이나는 프랑스와 한국의 우익

최근 이래저래 스캔들 메이커가 되고 있는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이 가히 혁명적인(!) 발언을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그는 지난 화요일 주 35시간 근무제를 폐지하겠다는 강경발언- 솔직히 우리 입장에서야 주 40시간 근무라 해도 부러울 판이다. – 에 따른 반발 직후인 수요일에는 기업이윤을 주주배당, 노동자, 투자에 대해 각각 1/3씩 나누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이에 대한 국내언론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매일경제는 AFP의 기사내용을 거의 번역한 것이나 진배없는 내용으로 별도의 의견 없이 기사를 게재하였다. 조선일보는 사르코지의 이러한 발언이 주 35시간 근무제 폐지에 따른 좌익과 노동계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회유책이라고 논평하였다. 지난번 프랑스 파업당시 강경책으로 일관한 사르코지에 대한 찬양에서부터 최근 그의 연애 스캔들까지 사르코지를 밀착취재하고 있는 동아일보는 굳이 이 기사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의 발언의 진위가 무엇이든 솔직히 부럽다.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사르코지가 우익에 트로이의 목마를 타고 몰래 잠입한 좌익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물론 농담이다) 적어도 노동자에게 이 정도는 베풀어야 노동자들에게 고통을 감내하자는 발언을 할 자격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사르코지로 비견될만한 어느 분이 비슷한 시기에 하신 말씀을 들어보자. 노동을 자원봉사 하듯이 하란다. 이른바 실용 리더십이라고 두 양반이 닮았다는 보도도 있던데 참 한숨 나온다.

어쨌든 그의 발언은 엄밀하게 말해 뭐 좌익적인 발언도 아니고 분배에 중점을 두겠다는 발언도 아니다. 그것은 상품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곧 노동자이고 이들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지 않으면 경기진작은 있을 수 없다는 자본주의 경제의 평범한 진리를 확인한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사회주의 블록 붕괴 이후의 자비심을 잃은 주주 자본주의 사회는 노동유연성 증가에 따른 노동자 임금손실분을 카드론이나 모기지론과 같은 미래소득에 대한 저당으로 해소하려 하였고 그 부작용이 지금 서브프라임에서 터지고 있는 것이다.

다음의 글들은 사르코지의 해당 발언에 관한 AFP 기사의 전문번역이다. 원문은 여기를 클릭하실 것.

Sarkozy proposes companies pay a third of profits to employees
사르코지가 기업에게 이윤의 3분의 1일 종업원에게 줄 것을 제안하다

프랑스 대통령 니콜라스 사르코지가 수요일 기업이윤의 1/3은 주주와 투자분으로 남겨놓은 양과 같은 양만큼 종업원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그는 의회에서 “기업이윤의 1/3이 각각 주주, 종업원, 그리고 투자에 쓰이는 체제는 일관되고 논리적인 체제입니다.” 라고 발언하였다.

그는 “그게 너무 많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이를 분명히 말하고 무엇보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지 : 역자주)를 말해야 할 겁니다.” 라고 덧붙였다.

중도우익 정부를 감독하는 사르코지는 프랑스의 관습과 경제를 개혁하여 성장과 삶의 수준을 촉진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당선되었다.

이미 지난해 초 대통령 캠페인 당시부터 뜨거운 이슈였던 구매력에 관한 대중적 관심은 여전히 여론조사에서 투표자들의 최우선 관심사이다.

사르코지는 그의 급진적인 제안이 구매력을 촉진시키는데 일조할 것이고, 이와 더불어 그가 이행하고자 하는 노동시간 연장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윤분배가 구매력과 상관없다는 발언, (또는) 임금분배를 위해 내가 제안했던 것만큼이나 근본적인 혁명(적 조치 : 역자주)이 구매력과 상관이 없다는 발언은 사람들을 바보 취급하는 것이다.”라고 그는 말하였다.

그는 “나는 소비력에 관한 이 문제를 (종업원)의 참여와 이윤분배에 대한 일종의 혁명으로 제안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그가 화요일에 금년에 결론내고 싶다고 말한 주당 35시간 노동이라는 뜨거운 이슈로 돌아가 대통령은 이것이 분명히 소비력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분명히 주 35시간 노동은 소비력과 관련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 때문에 (결과적으로) 임금인상에 급브레이크가 걸렸기 때문입니다.”

주 35시간 노동을 끝내자는 사르코지의 화요일의 발언은 좌익으로부터 격렬한 반발을 샀고 우익으로부터는 찬사를 받았다.

이 이슈는 어떻게 프랑스 경제와 후한 사회복지 체제를 개혁할 것인가에 대한 이견들의 피뢰침으로 제기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