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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일류 직장인의 자살소식을 접하고

이 부사장은 삼성전자의 엘리트코스인 서울대 전자공학과, 미국 스탠퍼드대 전자공학 박사를 따고 일본 NTT에 근무하다가 1992년 삼성전자에 합류한 인재다. 삼성전자에 입사한 이 부사장은 주로 반도체 D램과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 일 해왔으며, 2006년에는 그룹 내 최고의 엔지니어게 주어지는 ‘삼성펠로우’에 선정되기도 했다.[S급 인재 삼성전자 부사장, 업무과중에 투신자살]

직장인이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갖춘 “S급 인재”가 운명을 달리 하셨다. 경찰은 “업무가 과중하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보아 이 씨가 투신자살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번 ‘우울한 슈퍼리치’라는 글에서도 적은 바 있지만 사회적 경제적 성공과 ‘행복’이 반드시 함께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언젠가 엄청난 돈을 버는 헤지펀드 투자 매니저에 관한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다. 단위가 거의 천만 달러 단위였다. 그런 그는 인터뷰 와중에도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업무처리를 하느라 제대로 인터뷰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바빴다. 그래서 멍청한 생각을 했다. ‘노동시간을 1/10로 줄이고 돈을 1/10만 벌어도 남들은 상상할 수도 없는 금액 아닌가?’ 하는…

물론 바보 같은 소리다. 월스트리트 금융업과 같이 전 세계의 금융시장이 실시간으로 전쟁터인 상황에서 그 친구는 24시간 내내 – 잠자는 시간만 빼고 – 긴장을 늦출 수 없을 것이다. 잠깐의 방심은 소득의 일부가 아니라 전액을 날릴 수도 있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금융업 같지는 않겠지만 삼성전자의 저 부사장님도 순간의 과로나 좌절감이 삶을 빼앗아간 경우일 것 같다.

공장감독관들은 현재의 10시간 勞動法이 또한 자본의 단순한 화신으로서의 자본가에 내재하는 난폭성으로부터 자본가까지도 어느 정도 해방시켜 그에게 약간의 “敎養”을 위한 시간을 주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전에는 공장주는 돈벌이 이외의 다른 일을 위한 어떠한 시간도 가져본 적이 없고, 노동자는 노동 이외의 다른 일을 위한 어떠한 시간을 가져 본적이 없다.”[칼 마르크스 지음, 김수행 옮김, 자본론I[上], 비봉출판사, 1994년, p384]

노동해방은 동시에 자본해방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