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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계급별로 차별화될 금융자산에로의 접근성

은행(영란은행 : 역자주)의 자산 매입이 아니었다면 대부분의 영국인의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을 것이다. 경제성장은 더 낮았을 것이다. 실업은 더 악화되었을 것이다. 더 많은 기업들이 망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사회의 다른 모든 그룹과 더불어 저축을 하는 사람과 연금을 타는 사람들에게 매우 심각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자산매입의 여하한의 효과 측정은 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은행의 자산매입은 거의 대부분 영국의 국채에 집중되었었고, 이로 인해 국채의 가격은 오르고 수익률은 떨어졌다. 그러나 이 때문에 회사채나 주식과 같은 다른 자산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였다. 결과적으로 은행의 자산 매입은 국채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자산가격의 상승을 초래했다. 사실 은행의 평가에 의하면 자산 매입이 국채 가격을 끌어올린 것만큼이나 주가를 끌어올렸다. [중략] 자산 가격이 올라감으로써 자산 매입은 연금 펀드 이외에도 소유하고 있는 가구의 금융 자산의 가치를 상승시켰지만, 이는 이들 자산의 40%를 소유하고 있는 상위 5% 가구에게로 보유고를 심하게 왜곡시켰다.[The distributional effects of asset purchases]

영국 의회의 재무위원회가 2012년 예산 리포트에서 통화정책의 재분배 기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 영란은행 내부가 작성한 일종의 답변서 요약내용 중 일부다. 잘 요약되어 있다시피 “양적완화”와 이를 통한 자산 매입은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회사채나 주식과 같은 금융 자산의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 이들 자산의 대부분은 부자들이 들고 있었고 결과적으로 재분배 효과는 부자에게 유리하게, 그리고 대부분의 무산계급에게 불리하게 영향을 미쳤다.

서구사회에서 자산 불평등이 심화되어가고 있다는 것은 경제학자뿐 아니라 재닛 옐렌 Fed 의장이 지적할 정도로 보편적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위 보고서는 비록 자산 매입의 보편적인 효과를 전제로 하고 있지만 중앙은행의 자산 매입이 이러한 경향에 기여하였음을 일정 정도 인정하는 내용이다. 금융위기와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지는 동안 대다수의 시민들은 무리해서 매입한 부동산 자산의 폭락에 신음하고 금융 자산의 상승 기류에 편승하지 못함으로써 이중으로 고통 받게 된 셈이다.

물론 양적완화가 지속될 수 없을 것이기에 금융자산가들이 일방적으로 수혜를 받는 시기가 계속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풍경은 모든 자산이 증권화되고 세계화되는 와중에 계급별로 그 자산에 대한 접근성이 차별화되어가는 경제체제의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다. 자산가는 연기금뿐 아니라, 새로이 탄생하는 각종 투자펀드나 인기 있는 공모주에 그들의 재산을 투자한다. 그 와중에 서민들이 누릴 수 없는 세제혜택도 누린다. 이제 실제로 프라이빗뱅킹이 빛을 발하는 시대가 온 것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