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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웃 파업, 새로운 미디어의 탄생을 촉발할 것인가

미드팬들을 따분하게 만들고 있는 헐리웃 작가조합의 파업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주1)

워너브로스(Warner Brothers), 유니버셜(Universal), 디즈니(Disney) 등의 냉대때문에 가슴에 대못이 박힌 작가조합이 전혀 새로운 우회로를 개발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전통적인 헐리웃 스튜디오 방식이 완전히 혁신을 맞이할지도 모른다.

즉 명망 있는 영화와 TV 작가들, 몇몇 배우들, 감독,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투자가들이 함께 모였는데 이들은 스튜디오 제작방식이 아닌 새로운 벤처의 탄생을 선언한 것이다. 영화작가 Aaron Mendelsohn은 대중에게 콘텐츠를 직접 전하는 전혀 새로운 모델이라고 천명하였다.

간단하게 말하면 이들은 각종 프로그램과 영화를 인터넷을 통하여 배포함으로써 스튜디오의 지배에 도전한다는 구상이다. 이번 구상은 어쩌면 파업 그 자체로부터 배양되었을지도 모른다. 파업을 지지하는 단편을 만든 George Hickenlooper는 바로 파업 비디오 덕분에 인터넷을 통해 시청자에게 콘텐츠를 직접 전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Woody Allen이나 Jay Leno 같은 유명 연예인이 출연한 실험적인 작품 Speechless는 벌써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Speechless 감상하기
http://www.mcnblogs.com/mcindie/archives/2007/12/woody_allen_spe.html
http://www.deadlinehollywooddaily.com/speechless-21/

이제 어쩌면 우리는 헐리웃 작가들의 신작을 스크린이 아닌 Google이나 YouTube를 통해 처음 접하게 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Jay Leno나 David Letterman과 같은 유명 토크쇼 사회자들은 벌써부터 이런 방식으로의 접근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이번 파업의 빅이슈 중 하나가 바로 인터넷을 통한 수입을 스튜디오가 작가들과 공유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 돌파구가 또한 인터넷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대중문화의 새로운 돌파구로써의 인터넷의 중요성과 가능성이 새삼 확인되는 장면이다.

또한 작가와 스튜디오의 배후에 또 다른 이질적인 세력이 존재하는 것처럼 구도가 형성되었다는 점도 흥미롭다. 작가들은 스튜디오가 자신들에게는 인터넷을 통한 수입이 불확실하다고 떠들면서도 월스트리트에 가서는 투자를 끌어오기 위해 온갖 감언이설로 인터넷의 가능성을 떠들어댔다고 비난하였다. 한편으로는 작가조합은 그들 뒤에 있는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은 ‘자유로운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운동(free and open source software movement)’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으며 평등주의적 시스템을 신뢰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오호~ 월스트리트 대 오픈소스 운동! 이거 재밌겠는데?

Hickenlooper는 Jordan Mechner(주2)와 짝이 되어 프로젝트를 개시했는데 하루 단위로 발표되는 필름을 만들고 있다. 저예산으로 하루 단위로 배포되는 이 영화는 George Clooney가(!)… 출연하지는 않지만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배우들이 출연하고 30일에서 50일 정도까지 연재되다가 최종적으로 DVD로 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어떻게 보자면 이미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하드웨어의 성능이 일취월장하면서 이러한 생산방식의 혁신은 예고되어 왔다. 그러나 여전히 거대 스튜디오의 힘은 막강하였기에 그리고 그에 소속되어 있는 작가들은 여전히 법적으로 어디까지나 고용인이었기에 이러한 시도는 그리 많은 호응이나 동기를 부여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 구석으로 내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듯 작가조합은 스스로의 능력을 다른 수단을 통해 배출할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생산방식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이러한 양상들이 Karl Marx가 분석하였던 생산력에 조응하지 못하는 생산관계의 타파의 한 사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즉 거대 스튜디오들은 여태껏 생산수단을 소유한 전통적인 공장장의 위치였다. 그들은 제작 공간, 배우, 제작 장비, 배포망 등 모든 것을 소유하였다. 작가들은 공장의 노동자였다. 그들에겐 생산수단과 배포망이 없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하였다시피 인터넷, PC의 발달 등 하드웨어/소프트웨어는 괄목상대할 만큼 발전하였다. 어느덧 이미 노동자들은 그들이 원하기만 한다면 생산수단을 소유할 수 있게끔 된 것이다. 새로운 Punk Rock 의 시대, DIY(Do It Yourself)의 시대가 왔음에도 작가들은 눈치를 못 채고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공장장이 정당한 이윤을 공유하지 않으려 욕심을 부리자 – 개과천선하기 이전의 스크루우지처럼 – 노동자들은 파업으로 응수하였고, 피켓을 들고 돌아다니면서 궁리를 하다 보니 그들의 손에는 생산수단과 약간의 투자를 지지해줄 오픈소스 운동가들이 있었던 것이다. 유레카!

하지만 여전히 장벽은 곳곳에 존재한다. 우선 실리콘밸리의 투자자들이 월스트리트와 완전히 다른 종자라고 믿을만한 구석이 있는지 모르겠다. 그들이라고 투자수익률의 개념이 없는 것이 아닐 텐데 말이다. 그들 모두에게 Richard Stallman과 같은 정신적 지도자 이미지를 기대할 수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적정수익 없는 작가주의 영화는 그들을 지치게 할지도 모른다.

두 번째는 커다란 스크린이 아닌 YouTube의 화면으로 블록버스터의 감동을 느끼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싶다. 몇몇 실험적인 작품들은 나름대로 호응을 얻을 것이지만 최신식 전투기가 360도 회전하면서 창공에서 해면으로 수직으로 비행하면서 적군에게 포화를 퍼붓는 장면을 소화해내지는 못할 것이다. 영화는 진실의 전달체인 동시에 꿈의 공장이기도 하다.

뭐 이외에도 내가 또는 그들조차 알지 못하는 갖가지 장벽이 존재할 것이다. 혁명은 고달픈 것이다.(주3)

지난번에 David Byrne 이 Wired.com 에 올린 기고문을 번역하여 전달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음악이나 영화 등 대중문화는 이미 생산력의 혁명기에 접어들었음이 분명하다. 70년대 Punk Rock 운동에도 DIY정신이 있었고 덕분에 언더그라운드의 중흥기도 마련되었지만 그랬음에도 여전히 좌익 밴드 The Clash 조차 대형 레이블과 계약을 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생산관계는 여전히 강고하였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은 문화노동자들에게 이 강고한 벽마저도 부술 정도의 힘을 갖게끔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실험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솔직히 밑질 것도 별로 없지 않은가.

 

(주1) 작가조합의 파업의 실마리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는 가운데 LA 시의회는 파업으로 인한 LA의 피해액이 3억8천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2) 이 양반 누구냐면 그 위대한 게임 the Prince of Persia 의 개발자다! 한마디 더 하자면 노래 ‘마법의 성’이 바로 이 게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지.

(주3) 차베스에게 펀딩을 부탁하면 어떨까?

‘꿈의 공장’ 헐리웃, 파업에 돌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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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lywood Sign” by Adrian104Own work.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꿈의 공장’의 파업

헐리웃에서 20년 간 유지되어온 평화로운 노사관계가 목요일 저녁 깨져버렸다. 이날 영화와 텔레비전 작가들이 1988년 이후 처음으로 총파업을 선언했다. “전미작가조합(the Writers Guild of America : WGA)”과 “영화와 TV제작자 연합(the Alliance of Motion Pictures and Television Producers : AMPTP)” 간에 진행되고 있던 그들의 향후 3년 간을 구속할 계약의 협상이 수요일 결렬되었기 때문이다. 약 1만2천 명의 조합원 중 거의 6천 명이 투표에 참가하여 90.3%의 찬성률로 파업을 가결했다.

그렇다면 세계 최고의 꿈의 공장인 헐리웃의 작가들이 파업에 들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차적으로 줄어드는 일거리가 문제다. 지속적인 인기를 끌며 늘고 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은 작가를 그리 많이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작가들의 수요가 줄 수밖에 없다. 또한 급격한 기술변화 등 시대조류도 작가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다. 즉 DVD의 판매나 인터넷으로의 영화보급이 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고 있지 못하고 있는 구조적 요인이 큰 작용을 하고 있다.

왜 파업을 하는가

현재 작가들이 요구하는 것은 DVD와 같이 영화와 쇼를 다른 미디어로 상품화할 경우의 지급되는 재방송료(residual : 영화·TV의 재방영·광고 방송 등에서 출연자, 작가 등에게 지불하는 재방송료)의 인상이다. DVD에 대한 재방송료는 22년 전에 만들어진 조문이 여전히 적용되고 있다 한다. 또한 인터넷, 휴대폰과 같은 새로운 매체에서의 재방송 시에도 현재 지급되지 않고 있는 재방송료를 신규로 지급해줄 것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제네랄일렉트릭, 뉴스콥, 소니, 타임워너, 비아콤, 월트디즈니 등 대형 미디어 산업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AMPTP는 이러한 요구들을 묵살하였다. 이들 업체들은 이러한 새로운 매체에서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있으나 그것을 작가들과 공유할 생각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들은 재방송료의 삭감을 주장하였고 심지어 작가들의 연금 및 보험의 삭감까지 주장하였다. 도망갈 구석도 없이 쥐몰이를 한 셈이다.

파급효과는?

파업으로 인해 직접 피해를 입는 프로그램은 작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데이빗레터맨쇼”와 같은 토크쇼가 될 것이다. 그리고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TV드라마, 영화제작 등도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헐리웃에서의 파업은 미국 전역의 관련 산업 종사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감독이나 배우 등도 비슷한 이슈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업은 현재 주택경기 침체와 대규모 산불로 고통 받고 있는 서부해안의 지역경제를 더욱 쥐어짤 것으로 예상된다. 연예산업은 연간 300억 달러의 규모로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로스앤젤레스 주의 경제규모의 7%에 해당한다. 파업은 또한 이 지역의 관광산업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출판, 게임 등 많은 관련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시사점

이번 파업은 결국 지적재산권과 관련하여 과연 그것이 진정 창작자들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작가들을 비롯하여 감독들, 수많은 스탭들은 하나의 작품을 창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만 이를 통한 이익의 향유는 극소수의 스타 감독이나 작가, 그리고 배우들뿐이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이익의 대부분은 업체의 손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비단 헐리웃만의 문제가 아니고 오히려 우리네 영화판이나 방송국에서 더욱 절실한 문제일 것이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체제의 근간으로 그렇게 금과옥조처럼 섬기고 있는 지적재산권은 실제 창작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현재의 지적재산권 시스템은 몇 십년 전과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저작권자의 권리를 보호해주고 있고 많은 이들이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얼마전에는 음악파일을 다운로드받은 여성이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판결을 받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저작권자가 실질적인 창작자인 경우는 사실 드물다. 많은 경우 창작자는 거대 기업의 노동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지적재산권의 행사의 권리는 상당 부분 자금을 댄 제작자들의 권리일 뿐이라는 것이 문제다. 요컨대 지적재산권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위와 같은 문제에 있어 실질적인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을 정도로 보완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즉 창작자의 이른바 ‘직무발명’ 혹은 ‘직무창작’ 에 대한 권리를 상당한 정도로 인정해주는 법적보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