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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페일린, 기업소득세 폐지를 주장하다

페일린은 세금 낭비, 기업에 대한 특혜, 그리고 구제금융의 중단과 함께 연방기업소득세의 폐지를 요구했다. “이것이 우리가 정실 자본주의를 끝내는 방식인데, 이것들이 바로 거부들을 위한 사회주의 일뿐인 기업 특혜를 조장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이어 말하길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바꿀 수 있습니다.”[Sarah Palin, in Iowa, attacks Obama and ‘crony capitalism’]

지난번 글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기업에 대한 구제금융 폐지와 세금감면을 – 페일린은 더 나아가서 세금 폐지 – 함께 엮는 것은 미국식 보수의 한 주요세력이라 할 수 있는 리버타리안에게는 매우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구호다. 이들은 무능한 정부가 문제가 아니라 도널드 레이건이 주장한 것처럼 “정부가 우리 문제의 해답이 아니라, 정부 그 자체가 문제(government is not the solution to our problem; government is the problem.)”라고 주장한다. 그러다보니 선동자들은 구제금융이라는 눈에 보이는 정부의 뻘짓을 앞에 내세워 정부의 존재의의 중 하나인 과세권 자체를 박탈하려는 시도를 손쉽게 할 수 있다.

페일린이 아이오와에서 했다는 연설 일부분을 소개한 인용문을 보면, 이런 전형적인 그들의 수법을 알 수 있다. 페일린은 서민들 앞에서 정부가 “부자들을 위한 사회주의”를 조장하고 있으니 이를 끝내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언뜻 민주당 내지는 좌파의 주장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포퓰리즘적인 주장이다. 하지만 결국 구제금융과 함께 기업소득세를 폐지하자는 주장으로 가면서 전형적인 리버타리안의 주장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야말로 정부는 ‘뭘 해도 하지 말라’는 소리인 셈이다. 정부가 세금보조를 통해 기업경제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물으면 그들이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하다.

한편, ‘티파티의 지지를 받고 있는 여성정치인’이라는 특징을 공유하고 있는 미쉘 바크먼은 이러한 페일린의 공세에 어떠한 반응을 보였을까? CBS의 이러한 물음에, 그는 페일린보다는 더 지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기에 “세금 코드의 근본적인 재구성(a fundamental restructuring of the tax code)”을 통해 가능하리라 여겨진다고 대답했다. 세금 폐지가 얼마나 극단적이고 반지성적인 표현인가를 알고 있기에, 그렇다고 막연히 대립각을 세울 수 없기에 페일린이 알아들을 수 없는 표현으로 교묘히 상황을 비켜간 것이다. 하지만 그역시 기업의 해외수입에 대한 과세를 없앨 것을 주장하는 극단주의자이기도 하다.

‘기업의 과세부담을 줄여주면 고용을 늘일 것이다’라는 반복되는 주장은 과연 맞는 말인가? 이 주장과 반대 주장은 기업과세가 일반화된 이래, 복잡한 생태계를 가지고 있는 경제시스템에서 특정변수가 다른 변수들보다 더 설명력을 가진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서로 제시할 수 없기에, 오랜 기간 양 측 모두에게 하나의 실천적 구호로 머물고 있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일상화된 자본의 세계화와 ‘고용 없는 성장’의 악순환은 감세 반대 측에 더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이익이 증가되고 있는 와중에도 경제위기를 핑계삼아 해고를 일삼은 행위 – 내가 이름붙이길 ‘우천시 무단방류’ – 역시 한 논거가 될 수 있다.

요컨대, 세라 페일린이 정부의 모든 정실 자본주의적인 기능을 제거하고 싶으면 정부가 일삼고 있는 모든 직간접 행위 일체의 폐지를 주장하면 될 것이다. 우선 그가 주장한 기업에 대한 특혜, 구제금융, 기업소득세의 폐지가 우선이고, 그 다음에 정부비용으로 지불되고 기업이 싼 값에 이용하는 각종 인프라에 대한 보조중지 및 이용가격 현실화, 정부가 제도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기업지원제도, 나아가 기업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놓은 정부의 각종 감독청들의 폐지, 기업의 사유재산 보호를 위해 겹겹이 만들어 놓은 사법 시스템의 종식 등등. 실질적인 야만의 시대로 접어드는 것이 페일린의 소원이라면.

한편 매일경제는 세라 페일린을 무려 “세계지식포럼”에 초대해 얼굴마담으로 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