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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왓슨도 힘든기라.

1월 2일 ‘셜록 홈즈 (Sherlock Holmes, 2009)’를 봤다. 또 크리스마스 언저리에는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The Imaginarium Of Doctor Parnassus, 2009)’를 봤다. 연말연시에 즈음하여 이렇게 명절이라고(?) 영화를 꼭꼭 챙겨보게 된 것은 또 살면서 처음인 것 같다. 이제는 이런 풍습이 사라진 것인지 관객도 그리 많지 않았다.(특히 상상극장은 참혹할 정도~)

셜록 홈즈, 가이 리치가 감독을 맡고 루버트 ‘다훈이’ 주니어가 셜록 홈즈 역을 주드 로가 존 왓슨 역을 맡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전의 홈즈 영화와는 달라도 뭔가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은 기정사실이 되었고, 과연 개봉한 작품은 홈즈 시리즈의 연장선상이라기에는 뭔가 스피디하고 신세대 풍이고 뽕스럽고…. 등등의 차별성이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사실 정의감에 불타는 셜록 홈즈가 아닌 이기적이고, 무례하고, 결정적으로 정의감이 아닌 순수한(?!) 자신의 지식욕 때문에 사건을 맡는 – ‘다훈이’가 연기하는 – 셜록 홈즈 캐릭터는 이미 1984년 이후 영국에서 제작된 TV시리즈에서 제레미 브렛(Jeremy Brett)이 닦아놓은 캐릭터다.(주1) 다훈이는 거기에 무술실력을 본격적으로 보여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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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emy Brett” by Unknown. Licensed under Fair use via Wikipedia.

귀족풍의 미모지만 싸가지 없어 보이는..

그래서 결국 다훈이의 매력에 이끌려 영화를 본 이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앞서 언급했다시피 그의 캐릭터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어 신선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 관심을 끈 것은 왓슨의 캐릭터 설정이었다. 신세대 왓슨답게 꽃미남 왓슨답게 주드 로가 맡은 왓슨은 홈즈의 말을 고분고분 듣는, 홈즈의 활약상이나 베껴 적는 왓슨이 아니었다.

‘주드 로’표 왓슨은 홈즈 못지않은 무술 실력을 뽐내고, – 추리력은 여전히 떨어지지만 – 사건 현장에 가길 싫어하고, – 그럼에도 끌려 다니지만 – 선물한 조끼를 뺏어서 길바닥에 던져버리고, 나태한 홈즈에게 호통을 치는 ‘살아 움직이는’ 왓슨이었다. 이러한 캐릭터 설정은 확실히 애드가 알란 포 이래 지속된 ‘수동적인 관찰자’로서의 캐릭터를 거부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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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de Law at TIFF2” by Indian Nomad – Originally uploaded to Flickr as Jude Law. Licensed under CC BY 3.0 via Wikimedia Commons.

이 작품이 비록 셜록 홈즈 외전(外傳) 중의 최고 작품도 아니고(주2) 또한 추리물로 보기에는 다소 억지스러운 면도 많지만 다훈이와 주드의 매력이 충분히 가이 리치의 속도감을 따라가고 있고, 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스팀펑크 풍의 화면도 감칠 맛 나며, 결정적으로 이번 편에서 모리아티 교수의 얼굴이 드러나지 않아 후속편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충분히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때는 왓슨이 주인공이면 어떨까?

(주1) 하우스의 그레고리 하우스 캐릭터가 바로 이 캐릭터를 차용했다는 강력한 설이…

(주2) 셜록 홈즈 외전 중 최고걸작으로 치는 작품은 The Private Life of Sherlock Holmes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