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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첩보기관의 다이아나 감찰활동 밝혀져

이미 저 세상으로 간지 꽤 오래되었지만 다이아나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여전히 식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짧은 생애를 산 여인이지만 그 삶이 영화만큼이나 극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 그 삶에 영화적 요소를 더 가미할만한 해프닝이 최근 벌어지고 있다.

10월 7일자 가디언지 인터넷판에 따르면 해롯 백화점의 회장인 모하메드알파예드는 최근 변호사를 통해 미국의 비밀 정보기관이 가지고 있는 다이아나 관련파일을 넘겨달라고 요청하였다고 한다. 그는 지난 수년간의 조사결과 그는 미국의 정보기관 NSA(National Security Agency)가 다이아나에 관한 파일들을 상당수 가지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고 주장했고 미당국은 이를 인정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이 이 파일의 공개가 ‘국가안보을 위험에 빠뜨리게 될 것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이다.

당초 미법원은 다이아나의 통화 도청 기록까지 포함된 파일을 넘기라고 판결을 내렸지만 곧 판결은 뒤바뀌었다. 이 도청 기록에는 다이아나가 브라질 주미대사의 부인과의 통화기록도 있으며 그 통화에서는 다이아나의 임신사실, 연인 도디와의 결혼결심 등의 통화내용이 담겨져 있다고 소문이 나돌고 있다. 이외에도 파예드는 단순히 미국 정보기관뿐만 아니라 영국 정보기관 MI6역시 지속적으로 그녀를 둘러싸고 감시활동을 벌였으며 그녀가 죽을 당시의 운전사가 이들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하튼 미국정보기관이 다이아나의 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녔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같다. 그런데도 미당국의 변명은 다음과 같이 궁색하다.

미당국은 다른 정당한 목적 때문에 그녀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지 엿들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The US authorities insist they did not eavesdrop on Diana but recorded her conversations as part of security operations involving other legitimate targets.)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을 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던 어느 가수 같지 않던 가수의 변명이 떠오른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다이아나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론을 끊임없이 재생산하고 있고 영국 국민들의 찰스 황태자에 대한 증오감은 떠 쌓여가게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해프닝은 한 나라의 지도층 인사마저 국가기관의 통제하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하찮은 개인쯤은 얼마든지 농락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The Bourne Ultimatum에서 보았던 가디언 기자에 대한 감청 사실이 과장이 아님을 말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