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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형 일자리 경제” 모델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어떻게 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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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exander Torrenegra from Secaucus, NJ (New York Metro), United States – On my first @Uber ride in Bogota heading to a Startup Weekend. Priceless easiness and safety. I love disruptive innovation., CC BY 2.0, Link

어제의 여의도가, 요즘의 한국이, 그리고 요즘의 전 세계가 “공유경제(sharing economy)”1라는 신종 비즈니스 모델 때문에 적잖이 몸살을 앓고 있다. “공유경제”라 불리는 분야에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있지만, 가장 큰 갈등을 겪고 있는 분야는 우버나 카카오 카풀 등 최근 몇 년 사이 새로 등장한 신개념의 승차 서비스다. 이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은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 그리고 이 비즈니스 모델을 바라보는 경영인이나 학자들 사이에서 광범위한 논쟁을 촉발하고 있다.

우선 우버가 촉발한 갈등은 현재 서구 언론이 이 비즈니스 모델을 지칭하는 표현인 “독립형 일자리 경제(gig economy)”의 진위(?)를 둘러싼 갈등이다. 기그는 원래 1920년대 미국 재즈 공연장에서 연주자를 즉석에서 고용하여 단기로 공연 계약을 맺던 것을 뜻하는 말이었는데 서구 언론은 “공유경제”라는 보다 애매한 의미의 용어보다는 “독립형 일자리 경제”라는 고용 행태에 주목한 용어를 선호하고 있고 나도 이런 용어의 취사 선택이 어느 정도 합당하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영국의 재판부는 우버와 우버 운전자들 간에 벌어지고 있는 소송의 2심에서 운전자들의 손을 들어주며 “독립형 일자리 경제”라는 정의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즉, 우버 운전자들은 독립적인 사업자라기보다는 우버에 고용된 노동자이며 이에 따른 지위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 판결 내용이다. 1심에서 판사는 “런던에서 우버는 3만 개의 작은 비즈니스가 플랫폼으로 연결된 모자이크라는 개념은 약간은 바보같다.”라며 운전자의 노동자성을 옹호하였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그렇지 않아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버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우버 운전자가 노동자로 인정받게 됨에 따라 회사는 그들에게 최저임금과 휴가 수당 등의 비용을 지급해야 하며, 노동시간은 운전자가 승객을 이동시키는 시간이 아닌 우버 앱을 켜놓은 시간으로 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우버는 그동안 누리고 있던 결정적인 이점, 즉 전통적인 승차 서비스에서 갖추어야 할 노동조건으로부터 자유로웠던 기회비용이 감소하게 될 것이다.

한편,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회적 갈등은 조금은 다른 양상이다. 이미 우버와 같은 전면적 모델은 금하고 있는 와중에 택시 운전사들을 링크시켜 거대한 플랫폼을 형성한 카카오 택시는 이 황금알에서 만족하지 않고 ‘카카오 카풀’이라는 변종의 우버 모델을 도입하였는데, 이게 기존의 택시 노동자들의 분노를 폭발시킨 것이다. 서비스 성공 여부의 불투명함과 여론의 차가운 반응에도 불구하고 10만 명이 넘는 노동자가 모인 것을 보면 사태가 자못 심각함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만났던 택시 운전사나 관련 공무원의 말을 종합해보면 택시 노동자는 플랫폼을 독점한 카카오가 이전의 콜택시나 신규 업자에 비해 우월한 계약조건을 강제하고 있던 와중에 이번에 카택이라는 기존의 서비스와 경쟁관계가 되는 카풀 서비스를 런칭하는 상황에 분노의 폭이 더 커졌다고 할 수 있다. 우버가 내부에서의 노자(勞資)관계의 갈등이라는 카풀은 거대 플랫폼에 포섭되어 공존관계였던 기존 업계가 동업자의 배신에 분노한 형국이 된 셈이다.

이런 갈등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벤처 사업자라면 기득권 세력이 비즈니스의 진보를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승자는 플랫폼의 독점자가 될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그 와중에 영국 법원의 판결이나 한국 택시 노동자의 저항은 그들이 독점자로서 미처 마련하지 못한 자정 능력을 키울 수 있는 사회적 갈등의 초기 증상일 수 있다. 그들의 비즈니스가 “공유경제”와 “독립형 일자리 경제”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인지 고민하는 비용 정도는 치를 가치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