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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테러리즘 명단에서 빠진다

북한의 지도자들이 부시 행정부의 핵사찰 요구를 수용함에 따라 미국의 테러리즘 블랙리스트에서 제외되는 작업이 추진중이다.
North Korea is being dropped from a U.S. terrorism blacklist because leaders have agreed to nuclear inspection demands asked for by the Bush administration, U.S. State Department officials said Saturday.[관련 기사]

예전이면 제법 큰 비중으로 다뤄질 이 소식이 지금은 월스트리트가 돈이라는 무기로 세계최대의 테러리스트 세력이 되고, 남북의 평화에 관심이 없는 정부가 남한에 들어서다보니 한낮 가십거리로 느껴질 정도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조치는 실로 괄목할만한 조치인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성급한 언론들은 미국의 다음 정부에서는 평화협정으로 나아갈지도 모른다는 추측기사를 낼 법도 한 정도의 사안이다.

여하튼 미국은 테러리즘 블랙리스트에 자신도 포함할 생각이 아니라면 그까짓 쓸데없는 블랙리스트는 불쏘시개로나 쓰시길.

미국은 전체주의 국가가 되는 것인가

세상 사람들에게 정치적 자유가 가장 보장된 나라를 뽑으라면 어느 나라를 뽑을까? 대개 미국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미국은 자유세계에서도 자유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911 사태 이후 사람들의 생각도 서서히 바뀌어 가는 것이 사실이다. 경천동지할 그 사건 이후 미행정부는 스스로의 자유를 제한하기 시작하였고 상당수의 미국인도 어느 정도는 이러한 제한을 불가피하다고 받아들이는 편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유에 대한 제약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해져 그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의회는 최근 소리 소문도 없이 404표 대 6표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이상한 법안 하나를 통과시켰다. 이름 하여 “2007 폭력적 급진화와 토착 테러리즘에 대한 방지법(Violent Radicalization and Homegrown Terrorism Prevention Act of 2007)”(법안 보기)이 그것이다.

2002년 제정된 “국토안보법(VIII of the Homeland Security Act of 2002)”에 첨가될 이 법은 말 그대로 ‘소위’ 미국 내에서의 급진세력과 테러리스트들의 싹을 사전에 잘라버리겠다는 법이다. 때문에 미국 진보진영 내에서는 이 법이 여태의 법들 중 미국의 헌법정신을 가장 심하게 유린하는 법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주1)

뭐 보기에 따라서는 점증하는 안보에 썩 좋은 법이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문제는 과격세력과 테러리스트의 감별법과 그 퇴치방법이다. 1. 일단 표현이 지극히 애매한 것이 이번 법안의 특징이다. 2. 또한 이제 그 공격의 대상이 코란을 읽는 무슬림뿐만 아니라 성경을 읽고 예배를 드리는 자국민이라는 점이다. 3. 더불어 인터넷을 급진사상의 유포지로 지목하고 있어 언론의 자유를 크게 제약할 소지가 있다.

먼저 법에서 주요한 몇 가지 개념의 용어정의를 보자.

(1) 폭력적 급진화(violent radicalization)

“정치적, 종교적, 또는 사회적 변화를 촉진시키기 위해 이념에 근거한 범죄를 목적으로 급진주의적인 신념 체계를 적용하거나 홍보하는 과정”
“the process of adopting or promoting an extremist belief system for the purpose of facilitating ideologically based violence to advance political, religious, or social change.”

보기에 따라서는 대단히 모호한 개념이다. 자유민주주의는 분명히 이념과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 조항은 “violence” 하나를 기준으로 이러한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개연성으로 가득 차 있다. 또한 범죄 모의마저도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 위헌적 조항이다.

(2) 토착 테러리즘(homegrown terrorism)

“정치적 또는 사회적 목적들에 우선하여 미국 정부, 미국 시민, 또는 특정 분파를 위협하거나 강제할 목적으로 미국이나 미국령에서 태어나거나, 자라거나, 근거하여 주요하게 활동하는 특정 그룹이나 개인에 의해 저질러지는 폭력 또는 범죄의 사용, 계획된 사용 또는 위협적 사용”
“the use, planned use, or threatened use, of force or violence by a group or individual born, raised, or based and operating primarily within the United States or any possession of the United States to intimidate or coerce the United States government, the civilian population of the United States, or any segment thereof, in furtherance of political or social objectives.”

역시 여기에서 “force”나 “violence”를 제외하게 되면 나머지 조항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다.

(3) 이념에 근거한 범죄(ideologically based violence)

“특정 그룹이나 개인의 정치적, 종교적, 사회적 신념을 고양하기 위한 특정 그룹이나 개인에 의해 저질러지는 폭력 또는 범죄의 사용, 계획된 사용 또는 위협적 사용”
“the use, planned use or threatened use of force or violence by a group or individual to promote the group or individual’s political, religious or social belief.”

“토착 테러리즘(homegrown terrorism)”과 유사하다. 외국의 한 블로거( http://www.washingtonyourefired.com/ )의 표현에 따르면 이 정의에 따르면 미국의 영국에 대한 독립전쟁 역시 처벌대상인 셈이다.

이번 법의 또 하나의 큰 특징은 인터넷이라는 매체에 대한 분명한 적의(敵意)다. 다음 법조문을 보라.

“인터넷은 미국 시민들에게 테러리스트와 관계된 선전선동을 광범위하고 지속적인 수준으로 유포함으로써 미국에서의 폭력적 급진화, 이념에 근거한 범죄, 그리고 토착 테러리즘 과정을 촉진시키고 있다”
“The Internet has aided in facilitating violent radicalization, ideologically based violence, and the homegrown terrorism process in the United States by providing access to broad and constant streams of terrorist-related propaganda to United States citizens.”

이번에 어이없는 선거법과 그 적용으로 인해 국내 네티즌들이 고통 받은 바 있는데 이 조항은 미국 네티즌들에게 그러한 고통의 10000배 쯤 더 심한 고통을 줄 것 같다. 인터넷을 아예 불온사상의 온상으로 정의내리고 있지 않은가. 이 조항이 위의 세 가지 유형의 범죄(?)와 결합된다면 환상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는 인터넷 언론과 블로그 대다수는 이 법의 철퇴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미국의 한 웹사이트는( http://www.indybay.org ) 이 법의 가장 웃긴 코미디는 법의 적용에 있어 헌법을 위반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왜냐하면 세 유형의 주요 범죄의 정의 자체가 범죄모의까지도 처벌이 가능하게 만들어진 위헌적 조항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다. 하여튼 읽다보면 그런 부분 말고도 웃긴 부분이 많으므로 심심하신 분은 일독을 권한다. 물론 읽다보면 서서히 코미디가 공포영화로 변한다.

미국은 영국이라는 제국주의 국가에 대항하여 치열한 투쟁을 통해 독립을 쟁취한 국가이다.(주2) 그렇기 때문에 그 건국이념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욱 더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삼고 살아온 나라다.(주3) 그러한 건국정신은 오늘 날에도 미국을 떠받치는 지고지순의 가치 중 하나이다.

그러한 나라가 범인도 잡히지 않은 911사태 이후 급진적으로 우경화되고 전체주의화 되어가고 있다. 안보를 위해 자유를 제한당하고 있지만 미국, 또는 세상이 더 안전해졌다고 생각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국가안보와 이라크전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쓰고, 이제는 자국민의 사상의 자유까지도 제약하는 법을 만들어 스스로를 옥죄는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할 시점으로 보인다.

(주1) 공화당 놈들이 만든 법이겠거니 생각하시는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는데 발의자 15명의 의원 중 11명이 민주당 의원들이었다.

(주2) 중국혁명의 지도자 마오쩌뚱은 미국의 이런 건국의 역사를 알고 있었기에 진심으로 미국이 중국의 대일항전을 도와줄 것으로 판단했었다고 한다.

(주3) 물론 그것을 총 소지의 자유로 비틀어 생각하는 이들도 있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