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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세금 : 수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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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rd token” by U.S. State Department – http://www.america.gov/st/eur-english/2009/November/20091124175845FJreffahcS0.5918848.html.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수염세는 1705년 수염을 기르는 사람에게 부과되는 세금이었다. 러시아의 표트르 대제는 선진유럽의 모델을 따라 러시아 사회를 선진화시키려는 목적의 일환으로 수염세를 제정하였다. 세금을 내는 이들은 “수염 토큰”을 가지고 다녀야 했는데, 이 토큰은 러시아의 독수리가 한쪽에 그려져 있고, 다른 쪽에는 소염이 달린 코와 입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이 토큰에는 두 개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는데 “수염세가 실시됐다”와 “수염은 불필요한 짐이다”라는 문장이다. 다만, 표트르 대제가 수염세를 부과한 첫 번째 지배자는 아니었다. 그 스스로가 수염을 기르고 있던 영국의 헨리 8세는 1535년 수염세를 도임했다. 이 세금은 누진세였는데 수염을 기르는 이의 사회적 지위에 따라 다양하게 부과되었다. 그의 딸 엘리자베스 1세가 수염세를 재도입하였는데 2주일이상 기른 수염에 대해 과세했다.[원글 보기]

수염을 기르는 이들은 이 토큰을 가지고 다니면서 도시를 드나들 때마다 냈다고 한다. 헨리 8세가 어떤 생각으로 수염세를 도입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후에도 사람들이 꾸준히 수염을 길렀던 것을 보면 그리 성공적인 세금은 아니었던 것 같다. 또 본인도 계속 기르고 있었으니 수염이 표트르 대제의 생각처럼 “불필요한 짐”이라 여기지도 않았을 것 같다.

또는 불필요한 짐이라 생각했더라도 원래 인간은, 특히 “고매한” 지위를 지닌 이들은 그런 짐을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는데 즐겨 사용했으므로 – 예를 들어 유럽 귀족 여성들의 불필요한 머리장식이나 중국귀족들의 긴 손톱 등 – 특별히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결국 세수의 증대가 가장 큰 목적이었을 것이다.

결국 세금은 어떠한 특수한 목적이 명분으로 사용되든지 간에 본질은 정부라는 권력의 재산 상태를 향상시키는 데에 기여하는 것이 종국의 목적이었다. 그 세금이 이렇게 수염을 기르는 이에게 과세될 수도 있고, 집의 창문에 과세될 수도 있고, 소득에 과세될 수도 있다. 앞의 두 세금은 없어진 것을 보면 그나마 가장 합리적인 세금은 소득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