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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신문의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한 격렬한 저항에 관해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새 경제팀의 핵심정책 중 하나인 사내유보금 과세 정책에 대해 가장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는 매체는 한국경제신문이다. 매일경제신문의 경우 어느 정도 정책도입의 필요성을 찬성하는 편인 반면, 한경은 과세원칙이나 실효성 등과 같은 논란을 뛰어넘어 “사회주의자들의 음습한 노림수”라는 표현까지 등장시키는 이념적 잣대까지 들이대가며 그 부당성을 계속하여 주장하고 있다.

사회주의 이념은 바로 복지국가라는 이름 아래 환생(還生)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사내유보금 과세 논란은 그런 사회주의자들의 음습한 노림수를 사려 깊지 못한 정치권이 수용하려는 태도에서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최소한의 생활보조 차원을 넘어 나이나 계층 등의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보편적 복지비용을 조달하기 위한 전방위적 증세를 알리는 신호탄이다.[유보금 과세, 국가 정체성 훼손하는 강제]

김영용 전남대 경제학과 교수의 칼럼이다. 이 글에서 그는 복지국가로의 지향이 사회주의 이념의 환생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사내유보금 과세는 그 이념의 환생에 기름을 부을 전방위적 증세의 신호탄이다. 보도에 따르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14명중 8명 찬성, 2명 반대, 4명 입장유보인데, 필자의 주장에 따르면 8명 의원은 사회주의자의 노림수를 모르는 사려 깊지 못한 정치권인 셈이다.

사내유보금은 자본의 항목으로서 부채비율의 분모를 증가시키고 부채비율을 감소시켜 신용등급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중략] 이런 정책이 성공적으로 실현되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보자. 임금 인상은 이익 감소로 직결돼 현재도 저조한 추세인 기업의 수익성이 더 낮아진다. 배당 증가는 유보이익을 감소시켜 투자 감소로 연결된다. 현금성자산이 줄어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력이 떨어지고, 미래에 대한 투자여력도 감소한다. [사내유보금은 나쁜 것인가]

좀 더 이성적인 한인구 KAIST 경영대학 교수의 글이다. 재무제표 중 재무상태표의 자본 항목에 해당한다. 이에 자본을 분모로 하는 부채비율의 산정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후 왜 이익잉여금을 남겨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신선하지 않다. 기업수익성 악화방지를 위해 임금도 배당도 늘이지 않겠다는 주장은 주주 자본주의나 이해자 자본주의 모두의 이해관계에 반한다.

배당수입으로 가계소득이 늘어난다면 이미 서민도 아니다. 기업이익을 임금 인상에 반영하라는 것 역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만 더 벌어지게 할 것이다. [중략] 여러번 강조할 이유도 없이 기업이익의 처분은 기업가의 지극히 고유한 경영상 판단에 속하는 문제다. 오늘과 내일, 단기와 장기에 걸친 자원의 배분이야말로 기업가의 선택이요 경영행위의 본질에 속한다.[‘기업소득 환류’로 간판 바꾼 유보금 과세, 정말 이럴 건가]

앞서의 글이 외부필진의 칼럼이라면 이건 사설이다. 배당수입이 있으면 서민이 아니랄지 임금 인상하면 임금격차만 벌어진달지 하는 것은 괜한 오지랖일 뿐이다. 사설의 핵심은 기업이익의 처분이 “기업가의 고유한 경영판단”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최 부총리는 이미 법인세 깎아줬더니 투자를 안 한다고 일갈한 바 있다. 처분할 기업이익의 원천은 정부가 만들어줬다는 이야기다. 이건 정부의 고유한 정책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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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습한 사회주의자들

요컨대 한경의 논조는 사내유보금 과세는 정부가 기업의 고유한 경영판단에 간섭하는 짓이며 기업이익을 감소시키고 종래에는 사회주의자의 음습한 노림수에 놀아나 그 이념의 환생에 기여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과잉주장은 과세의 실효성이랄지 정책연계성 등에 대한 건설적 논의를 가로막을 뿐이다. 한편으로 사회잉여를 선순환 경제에 분배하지 않고 한 푼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스크루지의 추한 얼굴도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