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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해병대 캠프” 참사로부터 어떠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최근 공주사대부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해병대 캠프”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였다. “교관”이라는 자가 학생들을 구명조끼도 없는 상태에서 바다 속으로 밀어 넣는 바람에 다섯 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학교, 프로그램 진행업체, 고용된 노동자들에게서 음주, 재하청, 시간제 고용 등 사고를 예언하는 각종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어쨌든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을 살펴보자면 구명조끼 없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안전 불감증”일 것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궁금한 점은 앞으로 “사설 캠프”가 아닌 상표 등록이 완료된 “정식 해병대 캠프”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모든 갈등은 제거되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우리가 이 사태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을 모두 얻고 사회는 좀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인가 말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알게 된 것은 학생들이 자발적이라기보다는 학교의 일정에 따라 참가하였고 이러한 캠프는 각 학교에서 꽤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포털에서 검색해보니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업체가 꽤 됐으며, 그들이 내세우는 주요 프로그램을 학생들의 이런 “교육과정”용뿐만 아니라 “기업연수”용으로도 홍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즉, 사회전체가 “병영캠프”로 평생교육을 하고 있는 셈이다.

언제부터 이 사회는 “병영캠프”를 사회의 평생교육 과정으로 간주하게 되었을까? 미디어오늘의 보도에 따르면 매스미디어는 꽤 오래전부터 “병영캠프”를 “극기 훈련”을 위한 훌륭한 과정으로 홍보해왔고, 많은 학교와 기업들은 학생과 직원의 “정신무장”을 위해 캠프참여를 독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정신 무장”은 삐딱한 내 시각으로는 훈육의 대상인 학생과 직원을 복종의 문화에 익숙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사실 더 구조적으로 보면 학교와 기업은 본래 구성원을 서열문화에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고유목적 중 하나이므로 그런 과정이 새삼스러울 것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이 우리의 고유한 병영문화1와 안보 과민증상2이 결합되면서 그 양상이 좀 더 폭력적으로 보이는 것일 뿐인지도 모른다. 학교와 공장, 또는 사무직일지라도 대량생산체제에서 그것은 기본적으로 군사적 규율의 연장선으로 간주한 것이 그 동안의 역사다.

규율과 복종이 노동자의 의무라면 노동권과 부당노동에 대한 저항 등은 노동자의 권리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대부분이 노동자가 될 학생들에게 노동자의 권리를 가르치겠다는 계획에 대해 주류사회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곽노현 교육감 시절 서울시교육청은 근로기준법 등을 포함한 노동인권교육을 실시할 계획을 가진 바 있다. 여당과 사용자 단체는 강하게 반발하였다. 의무는 있으되 권리는 없는 절름발이 교육을 받으라는 것이다.

어쨌든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으면 이를 방지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고 재발방지책을 세우는 것은 당연한 순서고 나아가 사태의 근본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봐야 한다. 학생들을 얼차려 줘서 복종이 살아남을 길이라 가르치는 극단적인 훈육이 과연 옳은 교육인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고, 지엽적인 문제만 가지고 변죽을 울리는 보도를3 보면 과연 이 사회는 시행착오의 로드맵이 있는지 하는 의문이 든다.

p.s. 그런데 왜 “병영캠프”는 훈련병으로 박박 기는 프로그램밖에 없나? 만약 사단장의 지위를 경험할 수 있는 “병영캠프”가 있다면 내 돈 내고 참가하고 싶다.

p.s.2 억울하게 죽은 다섯 명의 젊은이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