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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핵폐기 전략과 관련한 국제중재 소식과 그 의미

슈피겔 : 십억 유로 소송에 직면한 단계적 핵폐기

한 보도에 따르면 스웨덴의 에너지 기업 바텐팔(Vattenfall)이 독일정부를 고소할 계획인데, 이는 독일의 핵발전소에 대한 단계적 폐지와 관련된 대규모의 손실을 보상받기 위해서이다. 바텐팔은 전에 한번 성공적으로 독일정부와 겨룬 일이 있었다.

올봄 일본 후쿠시마의 핵재앙에 즈음하여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독일에서의 핵에너지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재빨리 결정했을 때, 많은 이들은 이 정책이 법정에서 끝을 맺으리라는 사실을 예상하고 있었다. 경제일간지 한델스블라트(Handelsblatt)의 수요일판의 보도에 따르면, 바텐팔은 독일정부에 대하여 십억 유로의 소송을 제기할 계획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소송은 워싱턴D.C.에 있는 국제분쟁해결센터(the International Center for Settlement of Investment Disputes ; ICSID)에 제기될 예정라고 신문은 전하고 있다.

내부자가 한델스블라트에 전한 바에 따르면 바텐팔의 변호사들은 이미 고소장 작업을 거의 마무리했다고 한다. 회사는 단지 그들이 “핵에너지로부터의 탈피에 따른 보상”을 기대한다고만 기사에 말했다. 바텐팔은 브룬스뷔펠(Brunsbüttel) 핵발전소에 66.7%의 지분을, 크륌멜(Krümmel) 핵발전소에는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이 둘은 모두 함부르크(Hamburg) 근처에 있다. 이 회사는 또한 두 발전소의 운영사이기도 한데, 둘 다 현재 웹사이트는 없다.

메르켈 정부는 2010년 가을, 게르하르트 슈뢰더(Gerhard Schröder)가 이끈 중도좌파 정부가 계획한 단계별 핵폐기의 데드라인을 넘어서 독일의 핵원자로의 생명을 연장키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후쿠시마의 비극 이후, 메르켈의 친핵적인 과정은 정치적으로 연장되기 어려웠고 그는 재빨리 그 과정을 뒤집는다. 몇몇 원자로 — 바텐팔이 운영하는 두 개를 포함하여 — 2022년에 완결하는 것으로 예정한 새로운 단계적 폐지 계획에 따라 즉각 폐쇄됐다.

6월, 회사는 두 발전소의 폐쇄와 관련한 손실의 “공정한 보상”을 요구했고 법률소송을 암시했다. 독일 핵원자로의 다른 운영사들도 그 당시 비슷한 의도를 알려왔다. RWE 와 E.on은 이미 핵발전소 세금에 관해 연방정부를 고소한 상태다.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

바텐팔의 시각으로 보면, 핵발전소를 포기하는 독일정부의 결정은 그들 자산의 가치를 파괴시키는 것이었다. 예전 발전소의 운영주기를 연장시킬 것이라는 계획을 신뢰하였기에, 회사는 두 시설에 7억 유로를 투자했다. 회사에 따르면, 이 투자는 이제 가치가 없다. 다른 여섯 개의 원자로 역시 일본에서 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한 4월 11일의 그 주에 즉시 폐쇄되었다.

한델스블라트에 따르면, 바텐팔은 본사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보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재산권 개입에 대한 조인국의 해외투자자들을 보호해주는 에너지헌장조약(Energy Charter Treaty ; ECT)의 투자규칙을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약문에 보면, 여기에는 투자자의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fair and equitable treatment)”가 포함되어 있다.

이 스웨덴 기업은 이미 2009년에도 독일정부를 상대로 ICSID에서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바텐팔은 함부르크-무부르크(Hamburg-Moorburg)의 석탄화력 발전소에 대해 강화된 환경규정에 소를 제기했는데, 이자를 포함한 손실 14억 유로를 청구했다. 2010년 법정 바깥에서 합의가 이루어졌다.

출처 : 슈피겔

투자 중에서도 발전소 사업은 대규모의 자금조달, 장기의 투자회수 기간, 국제적인 규모의 투자에 따른 폴리티컬리스크 등 투자 사업이 가질 수 있는 주요한 리스크를 모두 망라하는 투자형태에 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기사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에너지헌장조약과 같은 투자위험을 최소화해주어, 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각종 유인책이 마련되곤 한다.

바텐팔에게 있어 메르켈 정부의 결정은 정확하게 폴리티컬리스크에 해당한다. 이전의 단계적 핵폐기 전략을 수정한 우파 정부의 정책결정을 믿고 발전소 사업에 투자했던 바텐팔은 갑작스런 정책변경에 따라 수익창출의 기회를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당연히 이 사안의 일차적인 책임은 정책의 일관성을 잃어버린 메르켈 정부에게 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태라는 사상 초유의 비극이 핵발전소가 많은 특정국에 주는 충격을 감안하면, 그 결정을 마냥 비합리적이라거나 표를 의식한 정치적 결정이라고만 비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이는 “공익에 따른 수용”에 해당할 것이고 이는 전 세계 법체계 모두에서 인정하고 있는 바이다. 문제는 폐쇄될 공익시설이 市場化되어 있는 상황이다.

정부지출의 일종의 부외금융(off-balace financing)에 해당하는 민영화가 일반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공익시설의 민영화는 어느 정도 정부채권의 변종형태에 해당하지만, 비극은 이렇게 정부가 그 채권의 지불을 중단할 때 발생한다. 그리고 비극은 그 보상이 에너지헌장조약이나 FTA처럼 투자자에게 더 유리한 각종조항이 존재할 경우 한층 배가된다.

결국 이 사태에서 – 또는 다른 사례에서 – 어느 일방을 도덕적으로 매도하기는 쉬우나 그 사태의 본질을 바라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초국적으로 움직이는 자본의 존재, 그 자본의 자유를 보장하는 각종 조약, 행정권역이 제한된 국민국가의 존재, 사법적 판단의 초국적 상태 등이 가지는 의미를 살펴봐야 한다. 이전과는 매우 다른 낯선 풍경 말이다.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 조항에 관한 호주 정부의 결정

시장선거가 끝나자마자 한미FTA 이슈로 나라가 시끄럽다. 지난번엔 찬반 양측이 한바탕 “끝장토론”을 벌였지만 예상대로 끝장은 나지 않은 채 팽팽한 평행선만 그렸다. 하지만 역시 의회는 찬성론자들이 장악하고 있어 한미FTA의 비준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 와중에 반대론자의 대표적 이론가인 송기호 변호사가 정 한미FTA를 통과시키고 싶으면 이 조항만이라도 빼달라고 애걸하는 조항이 하나 있는데,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 조항이 그것이다.

ISDS는 외국 투자자가 투자국 정부의 정책 등으로 피해를 봤을 때 해당 국가를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등에 제소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즉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사법체제를 벗어나 재산권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인데, 이는 주로 “간접수용”이라는 희한한 개념과 쌍으로 같이 다닐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제도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있을 것이나 소위 “사법주권”의 측면에선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초 한미FTA 협상에서도 법무부와 재경부가 이 제도를 다 반대했다. 하지만 통상교섭본부는 이를 무시하고 추진했다. 부처간 힘의 논리에 따라 과거 같으면 가능하지 못할 일이었지만 참여정부 시절 권력이 강화된 통상교섭본부는 이를 밀어붙였다 한다. 한편 FTA에서 이 조항이 빠진 사례도 있다. 2003년 체결된 호주와 미국의 FTA의 경우에는 ISDS 조항이 협약에 반영되지 않았다. 반대론자들은 주로 이 사례를 들어 반대를 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호주에선 이 사례를 계기로 NGO들이 이 이슈를 제기하여 급기야 금년 4월 정부는 향후 호주가 체결할 모든 무역협정에서 이 조항을 채택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천명하였다고 한다. 사실 당시 해당 조항이 협정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이미 양국의 법률 시스템이 분쟁을 조정하는데 있어 충분히 법적권리를 보장할 수 있을 정도로 ‘왕성한’ 제도가 존재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 사례가 호주 사회에 새로운 논쟁을 촉발시킨 셈이다.

금년 4월 국제무역협상에로의 호주의 접근에 대한 보다 광범위한 재고의 일환으로, 길러드 정부는 양자간과 지역간 무역협정에서 더 이상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 조항을 포함시키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이 새로운 정책은 공공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외국 투자자들에게 ‘더 큰 권리는 없다’는 원칙과, 이를 위해 ‘규제를 할 수 있는 정부의 권리’ 라는 원칙에 대한 언급을 통해 정당화되었다. NGO들은 오랫동안 이 원칙을 지지해왔는데 정부는 보통 립서비스로만 일관해왔었다.
In April of this year, as a part of a broader rethink of Australia’s approach to international trade negotiations, the Gillard Government vowed that it will no longer include provisions on 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ISDS) in bilateral and regional trade agreements. The new policy is justified by reference to the principles of ‘no greater rights’ for foreign investors and the government’s ‘right to regulate’ to protect the public interest. These principles have long been advocated by non-governmental organizations (NGOs) but have generally only been paid lip service by governments.[Australia’s rejection of 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 Four potential contributing factors]

ISDS에 대해 ‘위헌이다’, ‘지나친 공포심을 가지고 있다’, ‘힘의 균형상 한국이 불리하다’, ‘투자자 호보를 위해 불가피한 제도다’ 등 갑론을박이 있다. 현재 그 유사한 사례로는 국제중재를 통해 분쟁을 해결한 용인경전철 사업을 들 수 있다. 이 경우를 보면 주무관청의 잘잘못을 떠나 사법권이 해외기관에게 맡겨진 사례의 결과를 잘 살펴볼 수 있다. 과연 이 낯선 풍경이 일상화되었을 때 사법주권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때서야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