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g Archives: Jaws

“공공의 정신(public-spiritedness)”

Vaughan ignored the remark. “I don’t want you to close the beaches,” he said.
“So I see.”
“You know why. The Fourth of July isn’t far off. and that’s the make-or-break weekend. We’d be cutting our own throats.”
“I know the argument, and I’m sure you know my reasons for wanting to close the beaches. It’s not as if I have anything to gain.”
[중략]
Brody sighed. “Shit,” he said. “I don’t like it. it doesn’t smell good. But okay, if it’s that important.”
“It’s that important.” For the first time since he had arrived, Vaughan smiled. “Thanks, Martin,” he said, and he stood up. “Now I have the rather unpleasant task of visiting the Footes.”
“How are you going to keep them from shooting off their mouth to the Times of the News?”
“I hope to be able to appeal to their public-spiritedness,” Vaughan siad, “just as I appealed to yours”
[Jaws, Peter Benchley, 三志社, 1984년, pp 86~92]

Steven Spielberg의 걸작 영화로 잘 알려진 Jaws의 원작 소설 중 일부분이다. 뜨내기 여인이 해변에서 상어의 습격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당해 온 몸이 찢긴 채 해변에서 발견된 다음 날, 이에 해변을 폐쇄하려는 경찰서장 Martin Brody와 이를 말리는 읍장 Larry Vaughan의 설전을 묘사한 장면이다.

읍장의 논리는 여름 한철 장사로 그 해를 탈 없이 지내는 조그만 휴양지촌인 Amity가 뜨내기 여자의 죽음 때문에 망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경찰서장 Brody는 공공의 안녕을 위해 2~3일 간 해안을 폐쇄하겠다고 고집을 부렸으나 자치조례에 따라 자신을 해임할 수도 있다는 읍장의 협박에 굴복하여 자신의 주장을 철회한다.

그런데 묘하게도 읍장이 서장의 입을 막으려는 또 다른 논리 역시 서장의 논리와 유사하다. 즉, 그것은 바로 “공공의 정신(public-spiritedness)”이다. 서장의 논리가 불특정 다수인 공공의 안전을 보장하려는 목적이라면, 읍장의 논리가 공공, 즉 Amity 읍민들의 경제적 이해를 해치지 않겠다는 – 더불어 스스로 부동산 개발업자인 자신의 경제적 이해도 – 의지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물론 서장에게 가장 큰 위협은 읍장의 해임 협박이었지만 그 역시도 읍민들이 공유하고 있는 정서, 즉 ‘다수의 이익을 위한 소수의 희생’이라는 정서에 공감한 바도 크다. 소설에서는 그 해 여름 장사를 망칠 경우 Amity읍민의 1/3이 생활보호 수당을 받아야 할 정도의 가난한 읍으로 그리고 있다. 투표에 의한 선출직인 서장 역시 이러한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동일한 문제에 봉착할 경우 우리는 어떠한 선택을 하여야 할까? 경제적 피해는 다수에게 미치지만 상어의 습격은 극소수, 그 또한 지극히 희박한 확률 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전자의 보호가 더 시급한 문제라고 판단하면 될까? 원작에서 Amity읍은 전자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이어지는 상어의 습격으로 말미암아 결국 후자의 결정으로 선회하였다. 우리 역시, 특히 ‘경제적 이익’과 결부된 의사결정에서는 ‘경제적 요소’가 일차적인 고려사항이 되는 경우가 많다.

FTA에서 그러했고, 환경문제와 경제적 이익이 상충할 때에 그러했고, 지난 선거철 뉴타운 이슈가 그러했고, 기업 및 공공기관의 구조조정 시에 경쟁력 강화라는 슬로건을 채택할 때에 그러했다. 하지만 때로 불특정 다수에 대한 적은 확률적 문제에 불과하기에 간과되었던 ‘상어의 습격’으로 인해 그간 얻었던 경제적 이익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때도 있었고, 지불할 개연성도 있는 상황이 많다.

이는 또한 소수자의 보호의 이슈일수도 있다. 즉, 다수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과 소수자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는 것이 있을 때에 우리는 다수결의 원칙이 민주주의라는 논리를 들어 소수자의 이익(또는 권리)을 쉽게 포기하곤 한다. 하지만 다수의 이익을 관철하는 것이 대의민주제에 반드시 합치하는 것은 아니다. 해변의 안정이 보호되어야 하는 이유는 어느 누구든지 해변에 나가서 수영하는 한 상어의 습격은 무차별적이기 때문이니 말이다.

요컨대 “공공의 정신(public-spiritedness)”이라는 개념은 고정불변의 진리가 내포되어 있다기보다는 우리가 공화제를 채택한 이래로 시대와 장소에 따라 그 크기와 내포하는 의미가 변화되어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과거 왕이나 귀족이 누리던 특혜를 공공(public)이 함께 누린다는 이상향의 큰 틀은 당연시되지만 세세한 항목은 때때로 정치적으로 악용되기도 했고 공공 스스로에 의해 수정되기도 했던 것이다. 이전의 공공성 개념이 그랬듯 21세기 형 공공성은 어떠해야 할지는 결국 현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죠스(Jaws)에 숨어 있는 계급갈등(?)

납량특집 공포영화의 대명사 Jaws는 영화중반까지 상어가 등장하지 않으면서 배경음악과 그 분위기만으로 공포감을 점증시키는 그 솜씨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작품으로 기본적으로 인간과 자연의 대립과 갈등을 축으로 하는 명작이다. 특수효과와 물량공세가 몇 십 배에 달하는 요즘 작품과 견주어도 그 긴장감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이 작품의 또 하나의 볼거리는 몇 되지 않는 등장인물 간의 날선 대립과 갈등관계이다.

우선 정리하자면 이 작품에서의 주요 갈등 주체는 네 명을 들 수 있다. 상어가 출몰한 휴양지 아미티 섬의 시장 Larry(Murray Hamilton), 이 섬의 경찰서장 Martin(Roy Scheider), 상어를 전문으로 연구하는 학자 Matt(Richard Dreyfuss), 상어 사냥꾼 Quint(Robert Shaw) 등이 그들이다. 우선 시장 Larry 는 상어 출몰로 인한 인명피해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마을의 한철 소득을 챙기려는 마을 주민들을 대변하고 있다.

그의 천박한 옷차림과 소신 없는 행동은 짜증나는 정치꾼의 전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시장에 대립하는 대표적인 인물은 경찰서장 Martin. 그는 관광객의 안전을 위해 해안을 폐쇄하고자 하여 시장과 대립한다. 한편으로는 Martin 의 편이라 할 수 있는 Matt와 Quint 도 그리 편안한 관계는 아니다. 상어를 잡아야 한다는 기본취지에는 동의하지만 그들이 접근하는 방식은 판이하기 때문이다. Matt 는 과학적이고 이론적인 측면을 선호하는 지식인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반면 Quint 는 직감과 뚝심이라는 실천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이러한 두 축을 이루는 대립과 갈등의 국면은 결국 또 한 번의 해변의 참사로 인하여 Martin, Matt, Quint 가 통통배를 타고 상어사냥에 나서는 국면으로 전환된다. 좁은 배안에서의 셋의 입장 차이는 공동의 목표에도 불구하고 점점 날카로워지고 카메라는 잦은 클로즈업을 통해 출연진들의 긴장감과 짜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결국 이들의 대립은 남자들의 통상의례인 한 차례 술판을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되고, 이어 등장하는 거대한 상어라는 공동의 목표에 함께 매진하게 된다.

결국 나름대로 세 사람의 각자의 역할 수행과 협동 덕택에 상어는 잡혔으니 각 계급간의 조화가 이 작품의 키포인트가 되었지만 결론에서의 셋의 처지는 극명하게 갈린다. Martin 은 상어를 처지 했고, Quint 는 상어에게 잡아먹혔고, Matt 는 산호 뒤에 숨어 목숨을 건진다. 의도하였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노동자와 지식인의 지위가 상징적으로 갈라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성과라면 물에 대한 공포증을 가지고 있던 Martin 이 그 공포증을 극복하였다는 점이다.

요컨대 이 영화는 상어를 소재로 한 공포영화이자 그 위험에 대처하는 각 인간 군상들의 입장과 대처방안에 대한 갈등과 협동이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하는 사람들에 관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영화 <죠스>는 전체적인 스토리 구성에서 원작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것은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이미 소설을 읽은 사람들도 흥미있게 볼 수 있도록 하고 영화만이 가지는 매력을 마음껏 발휘하기 위한 스필버그의 철저한 계산에 의한 것이었다. 우선, 인물 구성에 있어서 해양학자 후퍼의 캐릭터는 원작과 완전히 다르게 설정되어 있다. 원작의 후퍼는 상당히 고뇌하는 청년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영화에서는 밝고 명랑하기만 하다. 또 원작의 후퍼는, 도시에서 살다 남편을 따라온 때문에 욕구 불만인 브로디 서장의 아내 엘렌과 불륜의 관계를 맺지만, 영화에서는 완전히 생략되고 엘렌은 현모양처로만 나온다. 또한 상어를 직접 보기 위해서 들어간 쇠창살 우리 속에서 상어에게 죽고마는 후퍼를, 영화에서는 해저로 피했다가 라스트에 다시 살아나오도록 했다. 상어를 마지막에 처치하는 방법과 퀸트의 죽음도 다르다. 영화에서는 퀸트가 상어에게 물려서 죽고 상어는 산소 탱크 폭발로 죽지만, 원작에서는 헤엄을 계속 치지않으면 질식해버리는 상어의 생리적 특성을 이용해 부력이 강한 통들을 작살에 매달아 상어 몸에 꽂히게 함으로써 상어가 지쳐서 죽도록 되어있고 퀸트는 통을 매단 밧줄에 발이 얽혀서 상어와 같이 바다속에서 최후를 맞이한다.”
http://movie.naver.com/movie/bi/mi/detail.nhn?mb=c&code=10029#01

* 이 글을 쓰고 찾아낸 저 글에 비추어 보자면 결국 원작은 Matt를 영화보다 부정적으로, Quint를 영화보다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의도하였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이라고는 했지만 결국 스티븐스필버그는 뭔가를 의도하였다는 심증이 점점 굳어지는… ^^

2007.1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