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학파?

정부와 금융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 성향에 맞는 ‘서강학파’ 인사가 오를 것이란 관측이 높다. [중략] ‘서강학파’이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씽크탱크인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도 하마평에 올랐다. 김 원장은 2007년부터 경제 공부모임을 주도해 박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박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우리금융 ‘회추위’ 출범… 차기 회장은 누구?]

우리금융지주회사의 회장 자리가 공석이 되면서 그 향후추이를 관측하는 기사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 기사도 그러한 예측기사다. 내 흥미를 자극하는 것은 차기회장이 누구인가보다 기자가 사용한 “서강학파”라는 표현이다. 경제학이라는 학문이 반드시 외래에서 유입된 학문은 아닐지라도 우리가 배워왔고 현실에 적응하고 있는 이론이 거의 대부분 외래에서 유입된 현실에서, 과연 위와 같은 표현이 유효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남 교수의 입각은 한국 현대사에서 경제관료 집단으로 서강학파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서강학파는 철저한 성장론자로 분류되고 있다. 서구식 경제 근대화 모델을 토대로 대기업·중화학공업 중심주의적인 경제정책을 펼쳤으며 수출지상주의, 신성장 후분배 등을 통한 압축 성장을 꾀했다. 한마디로 업적 제일주의적인 경제정책이 서강학파의 특징으로 분석되고 있다.[한국의 경제를 움직이는 인맥 대해부 서강학파 VS 학현학파]

한 신문이 국내 경제학파의 계보를 분석한 기사에서 설명한 서강학파의 특징이다. 이렇게 쓰고는 있지만 기사 논조는, 해외유학파를 통해 외래 유입된 국내 경제학 사조에서 “OO학파”를 지칭할 만큼의 독자성과 사상적 동질성을 가진 학파가 있는 가에 대해 회의감을 나타내고 있고 나 역시 대체로 동의하는 바이다. 특히나 서강학파는 인용문에 언급된 남덕우 씨를 비롯하여, 관료로 활동한 이들을 묶어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들의 공통점이 있기는 하다. 선도적으로 해외 유학을 다녀왔다는 점, 서구의 주류경제학을 공부하였다는 점, 관료로 활동하면서는 성장위주/수출주도의 국가 개입주의적 경제정책을 펼쳤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것은 어떠한 사상적 맥락에서의 공통점이라기보다는 유학을 통한 서구사상의 적극적 수용을 기회로 입각되었고, 이후 위정자의 통치철학을 충실히 따랐다는 행태적 공통점에 가까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 경제를 움직였던 인맥을 학파로는 인정하지 않은 경제학자들이 다수 존재하고 있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즉 이들 대부분이 지향하는 이론은 합리적 시장자율경제를 지향하는 신고전학파로 분류되지만 실제 적용하는 경제 원칙은 자율시장경제 원칙과는 거리가 멀었던 게 현실이었다는 분석이다. 경제평론가 이성태 씨는 “한국의 경제 인맥은 이론적 동질성에 의한 집단이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하나의 이론 체계를 고집하는 학자집단이 아니라 친소관계에 의해 형성된 친목집단이라는 게 이씨의 주장이다.[한국의 경제를 움직이는 인맥 대해부 서강학파 VS 학현학파]

물론 이성태 씨의 독설이 지나치다고 여길 소지도 있겠지만 서강학파에 있어서만큼은 어느 정도 비난을 감수할만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대부분 신고전파 경제학 등 주류경제학을 공부하고 시장경제를 옹호하며 ‘국가개입 최소화’ 등을 역설했지만, 입각 이후에는 “성장주의적 근대화론자”로 바뀌었다는 공통점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출세 경로 상에서의 공통점이지 사상적 맥락에서는 오히려 이율배반적인 성격이 강해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남덕우 씨의 “정치 지도자가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 거시적 이론 테두리에 두들겨 맞추는 테라노크라트 역할을 한 것에 불과”했다는 자괴감 섞인 발언에서도 정황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럼에도 서강학파라는 호칭은 타인에 의한 꼬리표인지라, 당사자들로서는 지나친 한데 묶기 내지는 폄하가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의 적절하게 다시 서강학파가 紙上에 언급되고, 이를 은근히 즐기는 이들이 있다면 여전히 비판도 유효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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