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랭 회사가자”

어제 휴가를 내고 아내와 ‘퐁피두 센터 특별전 <화가들의 천국>’ 을 다녀왔다. 모레 끝나니 거의 끝물인 셈이다. 마티스, 샤갈, 후앙 미로 등의 작품이 반가웠고 브라크라는 화가는 거의 알지 못했는데 색감이나 구도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피카소는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것들이 대개 그렇듯이 소품 위주여서 그리 와 닿지 않았다.

사실 아내와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앙드레 드랭 Andre Derain’이라는 화가의 작품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화가였다. 나중에 뒤져보니 마티스의 권유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인상파의 영향을 받은 야수파의 느낌이 나는 그림들을 많이 그렸다. 그러나 내가 감동받은 작품은 오히려 훨씬 구상화에 가까운 작품으로 ‘포도가 있는 정물’이었다.

André Derain, circa 1903.jpg
André Derain, circa 1903” by Musée de la Maison Fournaise. Licensed under Fair use of copyrighted material in the context of André Derain“>Fair use via Wikipedia.

그의 작품들 중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인지 인터넷에서조차 이미지가 올라와있지 않고 겨우 찾은 것이 링크해놓은 이 이미지다. 보고 실망하시겠지만 사실 어이없게도 원작의 우아함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원작을 보면 ‘적갈색의 마술’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적갈색을 자유자재로 부리고 있다. 또한 기백 있는 붓놀림으로 포도, 포도나무, 수건을 멋들어지게 표현했다. 그 솜씨가 얼핏 동양화의 붓놀림을 연상시킬 정도다.

쓸데없는, 또한 작품 스스로는 별로 원치 않을지도 모르는 명성을 얻는 바람에 작품의 맛이 고갈되고 있는 – 대표적으로 클림트의 키스 – 작품들에 비해 이런 숨겨진, 그러나 참한 작품이 때로는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오는 법이다. 돌아오는 길에 봄 양복을 샀는데 때마침 적갈색이었다. 그래서 양복 이름을 ‘드랭’이라 붙이기로 했다. 그리고 이렇게 한마디 해주는 거다.

“드랭 회사가자.”

10 thoughts on ““드랭 회사가자”

  1. 하민빠

    앗..휴가 복귀하셨네요. ^^

    글 느낌이 그간 충분히 쉬셔서 에너지를 충전하신 듯 하네요.

    복귀하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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