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시스트 정부 하에서는 기업들 역시 피해자였을까?

지금까지 일본 법원은 한국인 강제징용자들이 제기한 소를 기각시켰다. 전쟁 배상 문제는 1965년 조약으로 끝났다는 이유였다. 당시 일본은 한국에 전쟁 배상금으로 차관을 포함해 8억 달러를 지급했으며 대부분은 개발 및 인프라 프로젝트에 사용됐다. 일본 법원들처럼 한국 하급 및 항소 법원들도 전쟁 배상 사건을 기각해왔지만 지난 봄 한국 대법원은 하급법원의 판결을 뒤집었다. 1965년 조약이 민간기업에 대한 개인의 보상청구권을 무효화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전쟁 보상 전문가인 일본인 변호사 이와츠키 코지는 “개인 보상청구에 관해서는 일본과 한국 대법원이 인식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일본 강제징용 피해자들 이번엔 보상받을까]

월스트리트저널이 한국인 강제징용자와 이들의 노동력을 저임금 내지는 무임금 노동으로 착취한 일본 기업 간의 재판에 관한 소식을 보도했다. 한국의 고등법원은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이 손해배상을 청구한 피해자들에게 강제노동을 시켰다며 피해자들에게 4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금액은 이 거대한 기업들의 규모에 비해서는 극히 미미하지만 그 상징적 의미 때문에 한일 정부와 일본기업들이 엄청 신경 쓰고 있을 사안이다.

기사에서 언급한대로 일본 정부는 일관되게 1965년 한일수교 당시 지불한 배상금과 차관을 통해 정부 차원과 민간 차원의 각종 손해배상을 모두 지불했다는 입장이다. 일본 정부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한국 정부는 그 동안 불편한 침묵을 지켜왔는데, 일본 정부의 주장이 틀린 사실이라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이 준 돈의 꼬리표에는 강제징용자나 한일 어업배상권이 포함시키기로 합의한 심증이 짙지만 박정희 정부는 이 돈을 그대로 포항제철 건설에 써버렸다.

드디어 1969년 12월 韓日간에 종합제철에 관한 기본협약이 체결되어 건설에 착수하게 되었다. 韓日 국교정상화 때 양국간에 합의된 청구권 및 對韓차관 공여액은 무상자금 3억 달러, 유상자금 3억 달러, 상업차관 3억 달러 이상으로서 무상 및 유상자금 각 3억 달러에 대해서는 항일독립유공자보상, 對日민간청구권보상, 평화선철폐에 따른 어민보상 등 국민적 요구가 방대했다. 朴대통령은 국민적 반발이 적지 않을 것을 각오하면서 낭비보다는 건설이라는 견지에서 종합제철건설에 상당한 액수를 투자하는 대영단을 내렸다.[김정렴, 한국경제정책30년사, 중앙일보사, pp138~139]

강제징용자 등 피해자들은 포항제철에 대해 자신들의 몫을 가져간 것에 대해 재판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포스코는 “사회 공헌 차원”에서 일제 강제징용자 재단에 100억 원을 지원한다. 이렇게 한국 정부와 한국 기업에게 발길질 당한 일제 피해자들이 찾아간 곳이 일본 기업인 셈이다. 일본 기업이 일본 정부의 독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징용자를 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으로 노동력을 착취한 사실을 인정하라는 것이고 현재까지 그 시도는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 재판은 그 최종결과에 따라 ‘파시즘 정부 하에선 모두다 피해자였다’고 주장하는 자본가들의 변명의 위선을 밝혀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제 올린 글에서도 보다시피 파시즘은 反자본주의적 행보를 취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본가들의 이윤착취를 보다 폭력적이고 교묘한 방법으로 정당화시켜줬다. 추축국이었던 일본 역시 이런 상황에서 예외일리 없다. 파시스트 정부의 뒤에 숨어 타민족에 대한 착취를 향유해온 기업들은 이제라도 정당한 배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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