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대운하, 빚잔치 자신있으면 추진해라

한반도대운하의 추진속도가 예상외로 빨라지고 있다.

장석효 인수위 국가경쟁력강화특위 한반도대운하 TF팀장은 건설사 사장들이 대운하 사업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하고 있다. 또한 이명박 당선자 핵심 측근은 또 “두바이 소재 펀드가 한반도대운하 사업에 투자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며 “대통령 취임식 직후에 MOU(주1)를 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인수위는 2월 초 공청회를 열고 네덜란드 운하 기술진이 다음 달 입국해 기술적인 부분을 조언할 것이라 한다. 각종 실무도 발 빠르게 진행되어 당분간은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한 전문가들을 민망하게 만들고 있다. 역시 불도저 추진력이라는 말을 실감나게 하는 상황이다. 어떤 이는 총선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진위야 알 수 없다. 하여튼 의지표명이 상상외로 강하다.

지난 번 짧은 글에서도 잠깐 언급하였지만 대운하의 추진가능여부는 자금조달에 달려 있다. 적게 잡아도 인수위 주장의 20조원 정도로 예상되는 사업비를 국고로 댄다는 것은 나라 곳간을 거덜 내겠다는 발상이고 이를 잘 아는 이명박 당선인 측은 경부대운하의 15조원의 자금조달은 민간투자사업을 통해 조달하겠다고 말한바 있다. 바로 그 이유로 5대 건설사, 두바이 펀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단편적인 정보를 통해 한반도대운하의 사업타당성 여부를 검토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나 일단 그 재무적인 타당성 여부를 간단하게나마 가늠해보도록 하겠다.(주2)

재무적 타당성의 기본은 투입과 산출에 대한 정확한 예측이다. 투입은 건설비용을 비롯한 각종 부대비용이 될 것이다. 산출은 대운하를 통해 얻어지는 통행료 수입, 골재판매, 기타 관광 등 부대사업 등 경제적 이득이다.(주3) 투입에 대해서는 아직도 말이 많으나 그래도 어느 정도 오차가 적게 예측이 가능하다. 문제는 산출이다.

대운하는 국내에서 유례가 없는 사업이다. 외국에서도 내륙운하에 대한 사례가 많지 않을 것이다. 국내에 적용도 어려울 것이다. 한마디로 수요분석에 대해서는 시계제로인 사업이다. 도로사업의 경우에도 예측 교통량과 실제 교통량의 편차가 40~50%가 나는 바람에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는 상황인데 운하는 어떻겠는가.(주4)

투입은 예측할 수 있는데 산출을 예측할 수 없으면 투자는 이루어질 수 없다. 민간투자사업의 자금조달 방식인 프로젝트파이낸싱의 전제조건이 재무타당성 분석이기 때문이다. 산출예측이 불가능하면 자금조달도 없다. 기업의 돈은 “신정부에 대한 자선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수위는 그래도 대운하를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해관계가 그렇다면 방법은 있다. 바로 수요에 상관없이 투자를 보장해주는 방식을 채택하면 된다.

“관건은 과연 경부운하가 그만한 수익이 날 것이냐는 점. 건설사들은 선박 통행료나 정박료 등을 받아 투입공사비를 회수하게 될 텐데, 건설사들은 이 부분을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사업비 규모가 얼마든 수익성을 보장해줘야 민자사업이 진척될 수 있을 것”이라며 “만약 수익확보가 되지 않으면 정부가 예산을 받아 공사비손실을 보전해줘야 하는 부담까지 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대운하 본격 시동] 건설업계 “구미는 당기는데…”, 2008년 1월 1일, 한국일보)

이를 전문용어로 “정액구매보증계약(take-or-pay contracts)”이라고 한다. 현재 민자 발전소 사업, BTL 사업, 과거의 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에서의 운영수입보장이 이에 가깝다. 운영수입보장은 폐지되었다. 민간사업자가 수요위험을 책임지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국내건설사와 두바이 펀드가 수요위험을 못 지겠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사업은 추진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고 싶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투자를 보장해주면 된다.

통상 민간투자사업의 사업운영기간은 20년의 장기이고 이 기간 동안 민간의 회수분은 초기투자에 수익률과 물가상승률을 감안하여 계산할 때 대략 4~5배 된다. 20조원이 최종투자비라 가정할 때 80~100조 원을 국가가 지불하여야 된다는 이야기다. 이를 운영기간으로 나누면 매년 4~5조 원의 돈이다. 적은 돈이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이명박 당선인은 민간투자사업 추진을 재고할 수도 있지 않은가. 또는 대운하 자체를 재고하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지만 그대로 밀고 갈 동인도 있다. 자신의 임기 안에 민간에게 그 돈을 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자신은 임기 안에 공사 진행상황이나 보고 있고 이에 따른 경기부양효과를 누리면 되는 것이고 뒤치다꺼리는 차기정부의 몫이다.

이것이 대충의 예측 시나리오다. 이보다 더 암울한 시나리오를 쓴다면 두바이 펀드 등 해외 투자펀드들이 더 높은 (확정) 수익률을 요구하는 경우다. 그렇게 되면 국가채무(주5) 는 곱절로 뛸 것이다. 그들 입장에서 한국은 신용도가 그저 그런 제3세계일뿐이다. 아부다비 국부펀드가 세계 최대의 금융회사 씨티그룹에 투자할 때조차도 확정수익률이 10%를 넘었다.(주6) 그러면 우리는 그보다 낮은 수익률로 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정말 그렇게 할 수 있다면 그대가 챔피언이다.

(주1) MOU는 “양해각서 [memorandum of understanding, mou]”의 약자로 통상 지방/중앙정부와 투자자간의 향후 사업추진에 대한 개략적이고 느슨한 사업추진방안을 규정하는 문서로 아무런 법적근거는 없다. 보통 사업추진을 대내외에 선전하기 위해 요식행위로 추진한다.

(주2) 기술적 타당성과 환경에의 파급효과에 대해서는 능력 밖이므로(!) 논외로 한다. 이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한 만화를 http://blog.naver.com/etacarina85/130021721758 에서 보시도록…

(주3) 사회적 효용은 민간투자사업 타당성 분석에서 민간 측의 고려요소가 아니다.

(주4) 그래서 현재 신공항 고속도로도 주민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비싼 통행료를 책정하였고, 별도로 국고지원까지 받고 있다.

(주5) 사실 현재 민간투자사업을 위해 국가가 지불하는 돈은 채무로 계상되지는 않는다. 일종의 말장난인데 사실이 그렇다.

(주6) 지금 우리나라 민간투자사업의 Take-or-pay 방식 사업의 통상수익률이 6% 초반 언저리다.

17 thoughts on “한반도대운하, 빚잔치 자신있으면 추진해라

    1. foog

      ㅎㅎ 삽질이 다중적인 의미로 쓰이는군요.

      암튼 댕글댕글아빠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댕글댕글도 건강하게 키우시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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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난 운하찬성

    대운하 찬성에 한표
    도로뚫는다고 산깍고 산뚫고 땅길 막는것 보다 훨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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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일리있는 말씀입니다.

      다만 그렇다고 대운하는 환경피해가 없느냐 하면 확신을 할 수 없는 것이 문제죠. 유사이래 이렇게 대규모로 운하를 건설하는 데 있어 그 환경영향은 쉽게 예측할 수 없어 환경영향평가만 해도 족히 1년은 넘게 잡아야 할 것 같은데 내년 2월 착공하겠다죠? 환경영향평가가 완전히 요식행위로 전락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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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민노씨

    역시나 한말씀 해주셨군요. : )
    삽질 명박씨의 자신감은 정말 인정하는데..
    제발 좀 이번만은 신중하게 스스로 돌아봤으면 좋겠네요.

    관련은 (별로 ^ ^ ) 없지만 트랙백 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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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egoing

    귀한 분석 잘 봤습니다.
    문제는, 이명박이라면 정말 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는거죠.
    퇴로조차 만들지 않고 덤비는 모습이 참 위태로워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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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그러게 말입니다. 다른 사람이라면 불가능해보일 것 같은 일인데도 이 양반은 또 그게 가능하단 말이죠. 그러니 비리를 비리로 막아가며 대통령까지 당선되셨겠지요. 참 신기한 캐릭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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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Espalier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민간투자 대신에 호남운하쪽 같이 국고지원으로 간대도 문제는 크다고 봅니다.
    대운하가 과연 경제성이 있을까 문제인데 회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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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애초에 만화같은 발상이라 그려러니 했는데 만화같이 추진되는 모습을 보니 섬뜩합니다. 말씀대로 국고로 건설한대도 보통일이 아니죠. 이글은 여하한의 타당성 중 경제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 글이고 이에 비추어도 타당성이 없음을 말하고자 한 글입니다.

      좋은 의견 감사하고 보람찬 연초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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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foog

    “통행요금은 가장 판단이 어려운 부분이지만 수익형 민간투자산업(BTO·Build Transfer Operate)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만큼 물동량이 예상보다 적을 경우 정부가 건설비(18조원 추산) 손실금을 보전해주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5대 건설사, 대운하 사업성 검토 착수, 2008-01-02 , 문화일보)

    이 부분은 오류다. 수익형 민간투자사업은 물동량이 예상보다 적을 경우 민간이 수요위험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건설비 손실금을 정부가 보전해달라는 것은 언급된 사업방식과 모순된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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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명심 또 명심

    딱 한마디면 돼요~!! ㅎㅎㅎㅎㅎ [ 성질 급한 한국인은 대운하를 이용하지 않는다 ] 결국 수익은 커녕 엄청난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 부담은 민간인들에게 돌아간다.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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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ㅎㅎ 그런가요? 일리가 있는 말씀이네요. 한데 성질 급한 한국인이 일단 지어놓고 본다.. 이렇게 되면 골치아프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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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Pingback: 샛길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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