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

감독은 피해자들을 착취한 포주와 피해자들을 살해한 연쇄살인자와의 싸움을 하는 부조리한 상황을 연출해놓고 우리에게 포주를 편들도록 하는 상황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포주의 행동이 피해자들에 대한 복수라기보다는 자신의 재산권에 대한 보호 차원임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말이다. 한편으로 감독은 영리하게도 포주는 전직경찰에다 인간쓰레기라는 설정을 통하여 포주가 형사 못지않은 추리력을 선보여도, 범죄자 못지않은 야비한 폭력을 휘둘러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도록 복선을 깔아놓았다.

이토록 포주의 개인사가 복잡다단한데 반해 정작 연쇄살인자의 살인동기는 너무 식상하고 그의 트라우마는 놀랍도록 단순하다. 사실 이는 영화의 단점이자 동시에 미덕이기도 하다. ‘양들의 침묵’이래 우리는 연쇄살인자의 기묘하고 충격적인 삶의 그림자에 대해서는 익히 알만큼 알고 있고 또 다른 영화에서 또 그 고리타분한 살인의 변명을 듣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그냥 망치로 조지는 장면만 연출하면 나머지는 관객들이 알아서 상상하면 된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텍사스 전기톱 연쇄살인사건’의 담백함을 오마주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특히 시체를 쇠꼬챙이에 걸어놓는다는 설정에서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김윤식은 ‘타짜’에서 선보였던 야비함을 extended version 으로 무리 없이 선보였고 하정우는 비록 박해일이 자꾸 오버랩 되기는 했지만 나름의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경찰서에서 수줍은 듯한 미소를 지으며 범행을 자백하는 장면이 일품이었다.

8 thoughts on “추격자

    1. foog

      참 안타까운 장면이었지요. 영화 초반에 이미 감독이 보통 냉정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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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eagle2

    저도 며칠 전에 자체 납량특집으로 이 영화를 봤는데 와 압박감이 대단하더군요. 두 시간 내내 초긴장 상태로…

    대단한 영화였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공간, 내가 사는 현실 속에서 발생가능한 참혹한 비극을 그려내서 현실을 다시 환기할 수 있게 했던 것도 좋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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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현실 속에서 발생가능한 참혹한 비극’의 차원을 넘어 현실 속에서 더 처참히 발생했던 비극을 극화하였기에 더욱 소름끼치는 것이 아닐런지요. 바로 유영철 사건에 영감받아 극화한 것이니까요. 더군다나 유영철은 극중 범인처럼 홀로 떨어진 단독주택도 아니고 주택밀집지역의 오피스텔에선가 살인을 저질렀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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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소나기

    이영화를 보고 깜짝 놀랬습니다.
    패를 다보여주고도 긴장감을 그렇게 고조시켜서 유지시킬 수 있다는 것이
    감독의 다음 작품이 너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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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형식이 나름 독특했죠. 예전에 범인 미리 알려주고 시작하는 형사 콜롬보도 생각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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