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의 역주행

늦달님의 블로그에 들렀다가 또 우리 장로님의 아스트랄한 멘트를 접하였다. 우선 기가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늦달님께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어렵다고 하면서도 실질적으로 얼마나 큰 어려움이 우리 앞에 닥쳐오고 있는가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요즘의 시대적 상황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경험하고 상상할 수 있는 것을 뛰어넘는 어려운 상황. 이를 알 수 있는 것은 차량 통행량이며 미국을 가보면 썰렁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되고 가까운 일본 동경만 가도 주말이 되면 차가 한산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유가가 내려가면서 주말에 예전과 같이 차가 밀리는 등 다시 원상으로 돌아간 것 같다.”[출처] 

늦달님의 염려에 상당부분 공감하는 바이며 그 분의 주장은 여기서 읽어보시면 되고, 굳이 내가 이 멘트를 퍼온 이유는 딱 아래와 같은 또 다른 주장이 생각나서이다.

“노동자를 청산(해고)하고, 주식을 청산하고, 농부를 청산(해고)하고, 주식을 청산해야 합니다. 시스템의 썩은 구석을 일소합시다. 높은 생활비와 호화생활이 주저앉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더 열심히 일하고 더 도덕적인 삶을 살 것입니다. 가치는 재조정되고 덜 경쟁적인 사람들의 폐허위에서 진취적인 사람들이 다시 싹틀 것입니다.” 

1931년 미행정부의 재무부장관이었던 앤드류 멜론이 당시 대통령 허버트 후버에게 했던 충고라 한다. 늦달님이 언급한 것처럼 정부가 아직 위축되어 있는 민간경제를 재정정책을 통해 유효수효를 창출하여 경기를 부양시켜야 한다는 개념이 없던 때이다. 그냥 이제라도 근검절약하며 살면 다시 좋은 날 올 것 이라는 생각이 재무장관의 머릿속까지 들어차 있던 시절이다.

장로님의 멘트와 비교하니 딱 어울린다. 누군가 멜론처럼 주말에 차가 많이 다니는 것 보니 국민들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고 더 도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고 충고하고 장로님은 그 말을 공식석상에서 되뇌고 뭐 그런… 1930년대 정서가 물씬 풍기는 분위기다. 이 야릇한 기시감하며… 시대를 거꾸로 살아가는 듯한 역주행의 느낌. 거기에 동양적인 가부장적 냄새가 진동을 한다.

20 thoughts on “과거로의 역주행

  1. polarnara

    “실질적으로 얼마나 큰 어려움이 우리 앞에 닥쳐오고 있는가” 몰랐던게 누구신데 이젠 우매한 국민들에게 훈계까지 하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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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요시토시

    단순히 유가 “올려서” 덜 막히나 했던 길이 다시 막혀서 짜증이 나신게 아닐까 싶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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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BdsChncllr

    경제변동을 도덕적 귀결로 여기는 경우가 의외로 많은듯 싶어요.
    세상이 돌아가는걸 보니 불황 -> 호황 -> 불황 -> 호황 -> … 이더라..
    그러니까 불황은 방탕했던 호황기에 대한 벌이고, 호황은 인고의 세월이었던 불황에 대한 보상이다..
    대충 이런 식이죠..

    이게 좀더 진일보하면 경제적 매저키즘과 근거없는 낙관론이 됩니다.
    “지금 우리가 모두 닥치고 불황속에서 고생해야 호황이 온다”…라거나,
    “작금의 호황은 우리가 불황을 견뎌낸 당연한 댓가이므로 절대 경기과열이 아니다”라고 씨부렁거리다가 결국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나부다, 자 경기불황으로 고고씽”.. 이러고..

    벌주지마시라고 국가경제를 위한 조찬기도회를 벌이는건 좋은데 제발 “우리의 고통”을 댓가로 봉헌하진 않으시길 바랄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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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제발 “우리의 고통”을 댓가로 봉헌하진 않으시길 바랄뿐입니다” 절대공감입니다. ㅎ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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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LieBe

    전 어제 오늘 겪었던 리플이 수십개로 늘어가면서도 조금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대화를 하면서 2MB같은 사람이 확률적으로 현실에 존재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현상 증거를 얻었습니다.
    (인격이나 도덕성..뭐 그런게 아니라 인식체계를 말합니다…)

    말 그대로 단방향으로 사물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이해, 해석하고 그 범주를 넘어서면 도리어 상대방의 모자름을 꾸짖는데….정말…..ㅜㅜ
    (그게 참 또 뭐한게 블로그에 가보면 나름 공감가는 의견도 참 많다는 것이지요. 조금 어조가 강경하고 거친게 문제지만 말하고자 하는 뜻을 가늠해보면…)

    그러면서 생각한게 아…세상엔 이런 사람도 있을수 있구나…..싶더군요…

    어지간히 막힌 …뭐 그런 차원을 넘어서 금성에서나 있을법한 인식체계를 상대하려니 죽을 맛입니다.

    진중권씨 막말한다고 욕하는 사람들은 진중권씨의 대화상대들처럼 상대방이 단방향 스테레오 타입인 사람들을 만나서 아주 호되게 당해봐야 합니다…

    그러면 절대 진중권씨가 막말한다고 욕하지 못할겁니다…..헐헐…

    행여나 심심하시면 http://liebeidea.tistory.com/7 에 오셔서 제 심정을 조금은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주: 혈압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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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그 분은 블로고스피어에서도 강경노선으로 유명하시던 분이신데 논쟁에 휘말리셨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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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sonofspace

    이장로님은 국가의 부는 보유한 금의 양에 달려 있다는 중상주의 관점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처럼 보이는군요. 노동자들은 죄꼬리만 한 월급 받으며 근검절약하며 살고, 생산비를 낮춰서 수출 많이 하면 나라가 부유해지겠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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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그런 점에서 우리 이장로님은 고전파시군요! 곧 있으면 아마 토요일에는 분식하라는 소리 할 겁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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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beagle2

    차량 통행량이 미, 일에 비해 많다는 저 말 자체도 사실이긴 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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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예전에 도로 톨게이트에 관리직이 너무 많다는 소리하면서 엉뚱한 통행량 언급해가지고 밑에 것들이 그 통랭량에 근접한 수치의 톨게이트 찾는다고 쇼하던 생각이 나네요. 참 사서 고생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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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Ha-1

    이거랑 비슷한 결론은 동네 소주집 가도 들을 수 있습니다.

    이장로님의 문제는 그의 정서가 매우 한국에서 보편적이라는 데 있습니다. 그래서 대통령도 되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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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늦달

    foog의 블로그에 제 글이 인용되니 영광입니다. ^^
    뭐 엄염히는 제가 올린 기사지만요. ㅎㅎ

    매번 이곳에서 배워가는 입장에서 늘 감사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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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제가 좋은(?) 소식 알려주셔서 고맙지요 뭐.. 올 한해 잘 마무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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