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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보 모랄레스, 쿠데타, 그리고 일론 머스크

한때 전 세계 좌파들에게 건강한 진보적 대안이 되리라 여겨졌던 ‘중남미 사회주의 블록’은 우고 차베스의 죽음과 베네수엘라의 처참한 경제난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게 되었다. 물론 베네수엘라의 이러한 불행은 단순히 체제 실험의 실패로만 간주할 수 없는 보다 복잡하고 구조적인 역사, 정치, 경제적 맥락이 존재하지만, 어쨌든 베네수엘라의 난맥상은 그 지역의 좌파 블록을 주도했던 나라로서의 상징성으로 인해 많은 진보주의자들을 심난하게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그러한 그로기 상태에서의 또 하나의 결정타는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前 대통령의 사임이었다.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前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와 함께 중남미 좌파 블록의 하나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사회주의자라는 이념적 지향성과 더불어 스페인이 볼리비아를 점령한 이래 470년 만에 그 나라 최초의 원주민 출신 대통령이라는 역사적 의미와 함께 미국이 반대하는 코카나무 재배를 합법화시켰다는 이유로 당시에 큰 화제를 몰고 왔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4선을 무리하게 시도했다는 이유 등의 군부의 반대로 국외 망명을 하게 되자 중남미 좌파 블록의 큰 두 축이 모두 경제적 정치적으로 큰 외상을 입게 된 것이 현재까지의 상황이었다.

한편, 그의 국외망명의 원인을 두고 제기된 설 중 하나가 바로 리튬(Lithium)의 확보를 위한 서구 자본의 기획이라는 설이 있다. 원자번호 3인 리튬은 오늘날 고효율 배터리의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자원이다. 리튬이온 배터리가 처음 등장한 1991년 이후, 아직까지 리튬을 완전히 대체할 차세대 충전식 배터리 소자는 개발되지 않고 있다. 전자기기의 이동성이 계속 강조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리튬은 오랜 기간 동안 미래경제를 위한 유용한 자원으로 남을 것이다. 그리고 볼리비아는 주요한 리튬 산지이기도 하다. 그러한 정황이 바로 에보 모랄레스 망명 음모론의 배경이 되고 있다.

모랄레스 정부는 최근 중국 및 독일회사의 총 30억 달러에 달하는 리튬 개발계약을 체결한바 있다. 그런데 작년 11월, 그는 독일과의 계약을 파기했다. 계약 파기는 개발지역인 포토시(Potosí) 지역의 저항 때문이었다. 결국 이러한 정황은 모랄레스의 사임은 다국적 기업의 이해와 관련 있다고 생각하는 근거가 되었다. 이에 대해 포린폴리시는 리튬이 중요한 자원이기는 하지만, 석유와 같은 자원은 아니라고 말한다. 즉, 중요한 자원이기는 하나 채취보다는 기술개발이 핵심이라는 취지다. 그러니 서구가 리튬 확보를 위해 모랄레스를 쫒아낸다는 것은 좌파의 망상이라는 주장이다.

한편, 이와 관련 트위터에서 지난 7월 재밌는 해프닝이 있었다. 주인공은 테슬라의 아이언맨 일론 머스크다. 지난 7월 24일 일론 머스크는 “사견으로는 다른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국민들의 최선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다”라고 트윗했다. 이에 historyofarmani 라는 계정이 “국민이 최선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 뭔지 아냐? 미국 정부는 볼리비아에서 에보 모랄레스를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조직했고, 당신은 거기에서 리튬을 계속 조달할 수 있다”고 그를 비난했다. 그러자 일론은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그 누구든지 쿠데타로 몰아낼 것이다. 받아들여!”라고 대답한 것이다.

지금은 그 트윗 들을 볼 수 없지만, 정부의 부양책을 비판하는 자본가의 트윗에 그의 위선을 지적하는 댓글, 다시 그것을 초강력 핵펀치로 반박하는 자본가의 대댓글은 당시 언론에 기사화될 정도로 화제를 낳았다. 이를 본 많은 이들은 복잡한 심경이었을 것이다. 괴짜로 소문난 일론 머스크이니 만큼 그의 개성을 높이 산 이도 있었을 것이고, 다국적 자본의 본질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일갈한 좌파도 있었을 테고, 농담이든 실언이든 그러한 무심함에 분노를 한 볼리비아인도 있었을 것이다. 어떻게 받아들이든 그 발언은 서구 자본가의 오만함을 보여주는 한 편린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최근 그 트윗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사건이 일어났는데, 바로 모랄레스 정부의 경제 장관을 지낸 루이스 아르세가 이번에 치러진 대선에서 54.5%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으며 새 정부의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트위터 좌파들은 다시 일론 머스크의 그 트윗을 거론하며 그를 조롱하고 있다. 어쨌든 이번 선거결과가 지리멸렬해가고 있는 중남미 좌파 블록의 새로운 희망이 될지 중남미 포퓰리즘의 한 사례로 남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팬데믹와 저유가 상황, 그리고 자원수탈 위주의 경제는 이 블록에게 지속적인 위협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재러드 쿠슈너는 어떻게 이념적 경직성에서 탈피하였는가?

그 대출 덕분에 쿠슈너의 회사는 매릴랜드와 버지니아에서 수천 채의 아파트를 퍼 담을 수 있었는데, 이 거래는 10년 동안의 업계에서의 최대의 구매량이었다. 블룸버그에서 처음 보도한 이 거래는 프레디맥에게 있어서도 역사상 가장 큰 거래였다. [중략] 쿠슈너의 변호사는 재러드가 회사의 의사결정에 더 이상 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략] 프레디맥은 2019년 8월 이 16건의 대출을 채권으로 묶어서 투자자들에게 팔았다. [중략] 쿠슈너 가족의 회사는 이 대출을 통해 유사한 다른 통상적인 대출보다 더 낮은 월 금리와 더 많은 대출금액을 얻어낼 수 있었다. [중략] 트럼프 정부가 이러한 의사결정에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증거가 없다. 그러나 프레디맥은 연방주택금융청의 수장이 오바마 행정부의 피지정인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前 수석경제자문이었던 마크 칼브리아로 바뀐 그 순간에 대출 승인에 착수했다.[The Kushners’ Freddie Mac Loan Wasn’t Just Massive. It Came With Unusually Good Terms, Too.]

회사 설립 이후 상당기간 동안 정부보증기관(GSE; government-sponsored enterprise)이라는 독특한 지위를 가진 민간회사로 미국 주택시장에서 금융기관의 역할을 영위해왔던 프레디맥과 패니메는 2007년 서브프라임모기지로 인한 금융위기의 중심이 되어 회사가 망할 지경에 이르게 되었지만, 당시 막대한 정부자금을 투여 받은 “법정관리(Conservatorship)” 회사로 사실상의 국유기업이 되어 여전히 미국 주택금융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1 그런데 이러한 두 기업 중 프레디맥이 이방카 트럼프의 남편인 재라드 쿠슈너의 회사에 엄청난 규모의 대출을 실행하여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을 현재 몇몇 정치인과 매스미디어가 주의를 환기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이들 회사의 독특한 지위로 인해 회사는 사실 시장경제를 지고지순의 가치로 여기는 – 여긴다고 여겨지는 – 미국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종종 이념적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예를 들어 공화당의 짐 버닝 상원의원은 두 회사의 구제금융 계획을 듣고 “미국에서 사회주의는 여전히 살아 있고 훌륭하게 기능하고 있다”고 비아냥거린바 있다. 또한 Cato Institute는 Fannie and Freddie: Socialist from the Start라는 글에서 두 회사가 시작부터 사회주의적인 것이었고 사기업이었던 적도 없거니와, 2007년 금융위기는 ‘시장의 실패’가 아닌 ‘정부의 실패’라고 비난한바 있다. 아마도 이들에게 국유기업은 곧 사회주의고 금융위기는 시장에 정부가 개입했기 때문이라는 논리일 것이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이러한 순수한 이념적 기준에 따라 집권 후 두 회사의 소유권을 바로 민간에게 넘겼던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서는 크게 기술적 이유와 정치적 이유가 있다고 본다. 기술적 난제는 GSEs가 발행하는 MBS가 이제 민간이 아닌 정부의 비즈니스가 됐다는 점이다. 현재 MBS의 최대 인수자는 연방준비제도다. 2 금융위기 이전 MBS를 사들였던 월가는 더 이상 그럴 여력이 없다. 그리하여 전 세계에서 미국채 다음으로 큰 채권시장인 미국 MBS시장은 금융위기 이후 더더욱 민간자본이 통제할 수 없는 – 통제할 이유도 없는 –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요하는 비즈니스가 됐다.3 그리고 트럼프가 GSEs를 사유화하지 않는 정치적 이유는 이런 기술적 난제에서 출발한다.


정상적인 시장에서 MBS가 유통되는 모습

GSEs를 사유화하여 막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었다면 트럼프가 이를 놓쳤을 리 없다. 하지만 그는 집권 후 한동안 두 회사의 “법정관리” 탈출에 무관심했다가 겨우 취근에야 IPO 로드맵에 시동을 걸었다. 어쨌든 그런 시도도 다시 팬데믹으로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지만, 트럼프 일가는 그런 시장의 “정상화”를 택하기 보다는 두 회사가 국유화 상태에 있고 또 트럼프 일가가 정부의 권력층인 이 시기에 회사의 곳간을 털어먹기로 작정한 듯하다. 두 회사를 사유화하기보다는 정부를 사유화하는 편이 기술적으로 더 간단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우익정권이 그래왔듯 권력을 잡은 우익 트럼프 일가는 이념적인 순수성보다는 경제적인 실리를 추구하기로 맘먹고 프레디맥을 사유화한 것이다.4

따라서 분명하게 미합중국을 개인 자산으로 취하려는 트럼프 일가와 그의 집사들의 – 그리고 백만장자들이 여기에 편승하려는 – 노골적인 프로젝트는 저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바이든/해리스 행정부가 진지한 반부패 개혁을 자발적으로 수행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당신은 오직 월스트리트의 친구들이 어떻게 각 선거진영을 에워쌓았는지를 관찰하기만 하면 된다. [중략] 그들을 정신차리게 하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그들을 뽑아라. 그리고 더더욱 만만치 않은 것이지만, 그들이 사무실에서 집무를 시작하고 의미 있는 개혁을 위한 미래의 장기전에 긴장을 유지하도록 하여야 한다.[How Corruption is Becoming America’s Operating System]

어떤 의미에서 나는 “미국에서 사회주의는 훌륭하게 기능하고 있다”라는 짐 버닝 의원의 발언에 공감한다.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상품 중 하나가 국유기업이 생산하고 중앙은행이 소비하는 시스템을 자본주의라고 부르기에는 좀 어색하니 말이다. 하지만 그 시스템이 경제 선순환적으로 작동한다면 우리는 굳이 이념적 경직성에 매달릴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더 주의를 기울어야 할 것은 “어떻게 부패는 미국의 운영체계가 되었나”라는 인용한 글의 제목처럼 양당을 초월하여 정치인이 부패가 이 시스템에 상주하여 마침내 그 운영체계가 되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운영체계의 채택은 인용문처럼 깨어있는 유권자의 몫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경험을 빌자면 부패한 권력층은 처단된다는 경험은 유권자를 각성시킬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에게는 당장은 쿠슈너의 목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어떤 기념일에 대한 괴롭힘, 그리고 그 이유에 대하여

일제가 전쟁 준비에 광분하던 1938년 메이데이도 ‘근로일’로 창씨개명을 한다. [중략] 메이데이는 공산 괴뢰도당의 선전 도구라는 이승만의 훈시에 따라 1957년 대한노총은 3월 10일을 ‘노동절’로 정하고 정부의 승인을 받았다. 생일을 바꾼 것이다. 1963년 박정희 정권은 노동절을 ‘근로자의 날’로 개칭했다. 역사적으로 근로자란 지칭에는 천황과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한다는 일제의 통치 음모가 배었다고 한다. [중략] 1989년 재야의 민주 노동 세력은 “민주적인 노동조합 운동에 대한 탄압의 상징인 ‘근로자의 날’을 ‘노동자 불명예의 날’로 규정함과 아울러 메이데이를 우리의 진정한 노동절로 엄숙히 선포한다”, 그리고 1990년 메이데이 기념 100년 만에 민주노총의 누룩 전노협이 결성된다.[정운영, 심장은 왼쪽에 있음을 기억하라, 웅진지식하우스, 2006, pp22~23]

이 기념일이 뭐라고 이렇게 끊임없이 일제가, 이승만이, 박정희가 괴롭힐 일인가 싶다. 하지만 그만큼 어떠한 대상물에 – 여기서는 기념일 – 대한 호칭은 중요하다. 모욕적인 호칭은 대상물의 지위를 규정하고 많은 경우 정당한 권리 행사를 방해한다. 일제의 창씨개명은 조선인의 주체성을 말살했다. 우리가 건설노동자를 “노가다”로 부르고 나이 어린 편의점 서비스 노동자를 “알바”라고 부르면 그들의 노동자로서의 존엄성을 손상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더 나아가 현재 많은 플랫폼 노동자들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법에 의해 자영업자로 규정 ‘당하고’ 있다. “사장님”이니까 좋은 것이 아니냐고 하지만, 바로 실질적인 사장님이 노동자를 고용하며 응당 치러야할 노동의 대가를 회피하기 위해 그들을 그렇게 부른 것이 문제다. 호칭은 그만큼 중요하다.

어떤 주인의식 없는 주주에 관한 이야기 (한국 버전)

지난 4월 말, 40조 원 규모의 ‘위기극복과 고용을 위한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설치하는 내용의 산업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중략] 코로나19 극복과 국민경제의 안정을 위해 혈세를 투입하는 만큼 기간산업기금 지원을 받는 기업에 대한 대주주의 책임 분담과 고용안정보장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산업은행법 개정안의 내용을 뜯어보면 지원대상 기업의 경영을 정부가 감독하거나 참여할 수 있는 권리는 전무하고, 고용유지 대책은 기업의 자율에 맡기고 있습니다. 일례로, 개정안은 기간산업기금이 출자 등 자금지원으로 보유하게 된 기업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코로나19 시대, 기업 공적자금 지원에 대한 단상, 이지우 경제금융센터 간사, 참여사회 통권 276호, 참여연대, p54]

지난번 ‘재난 자본주의’에 대한 글을 쓴 바 있는데, 위 글쓴이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번 구제 금융이 ‘재난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국가와 자본가와의 결탁의 한 사례일지도 모르겠다. 알다시피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기업은 노동자를 고용하여 산업을 영위하며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존재다. 기업의 규모가 커져온 와중에 이런저런 사유로 기업이 위기에 몰리면 실업이 증가하는 등 전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 악영향이 대공황이나 팬데믹 상황에서처럼 시스템을 통째로 흔들 경우 국가는 기업에 구제 금융을 실시하곤 한다. 문제는 국가가 자본가에게 통제권 및 재산권 제한 등 위기의 책임을 확실히 묻지 않을 경우, 자본가는 위기로부터 이득을 얻는 ‘재난 자본주의’ 혹은 “부자를 위한 사회주의”의 수혜자가 된다는 점이다.

제29조의4(기간산업안정기금의 관리ㆍ운용 및 회계 등) ⑤ 한국산업은행과 회사등은 제2항제1호에 따른 자금지원으로 인하여 보유하는 기간산업기업의 의결권 있는 주식(출자지분을 포함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아니한다. 다만, 제29조의5제2항에 따른 자금지원의 조건을 현저하게 위반하여 자금회수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42조(자금지원 등에 관한 특례) ① 제3장의2에 따른 자금지원으로 기간산업기업에 출자하는 경우 해당 기업은 「상법」 제344조의3제2항 및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65조의15제2항에 따른 한도를 초과하여 의결권이 없거나 제한되는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개정 한국산업은행법]

위 조항을 근거로 산업은행은 보유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게 된다. 즉,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에서는 상법자본시장법에서 의결권이 없거나 제한되는 주식을 발행하는 경우 이 총수가 발행주식 총수의 일정비율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는 조항 등을 무력화시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 금융위의 보도 자료를 봐도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참여연대의 비판처럼 “고용”을 위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으려는 이유를 굳이 추측해보자면 여전히 산은의 골칫덩이인 대우조선해양, 대우건설 등과 같은 “자회사”를 더는 늘리지 않겠다는 의중이 아닌가 한다. 관치 논란도 싫고, 혹여 골칫덩이 자회사가 되면 처치도 곤란하니 의결권 없는 주식이나 보유하겠다는 심산이 아닐까?

이렇게 관(官)이 굳이 사기업을 통제하지 않으려는 의지의 이유는 개정안 제41조의 “한국산업은행 및 그 임직원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 없이 업무를 처리한 경우 그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면제한다.”는 조항에서도 엿볼 수 있는 데, 그 유명한 ‘변양균 신드롬’이 생각나는 조항이다. 그간의 부실기업에 구제 금융을 실시하는 목표가 기업의 재무적 위기의 해소에 주로 초점이 맞추어져있었다면 이번 구제 금융의 목표에는 팬데믹으로 인하여 악화될 수 있는 고용상황의 안정이라는, 어찌 보면 재무상태 개선과 양립하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는 목표가 또 하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관(官)이 의결권도 갖고 싶지 않고 “중과실이 없으면” 책임도 면제되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쨌든 이런 관치에 대한 두려움은 비단 우리나라 정부만의 두려움이 아니기는 하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의 미행정부의 행태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당시 그들은 씨티그룹에 보통주가 아닌 우선주를 투입한달지, 말 그대로 “국유화”한 패니메와 프레디맥에 대해 실은 정부가 “후견체제(conservatorship)”의 역할만 할 뿐이라는 되도 않는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런 일련의 대(對)기업 통제기피증은 “국유화”라는 개념에 대한 공포감도 한몫했겠지만, 결국 관료 엘리트와 자본가들의 공동운명체적 행보를 통해 “재난 자본주의” 혹은 “부자를 위한 사회주의”가 구현된 전형적 사례인 것이다. 그 결과 위기는 현재까지 이연되었고 지난번 글에서 말한 것처럼 Fed는 또다시 엄청난 부실채권을 사들여 자신의 자산 건전성을 망가뜨리고 있다.

재무부는 250억 달러 규모의 정부 보유 우선주뿐 아니라 그에 상응하는 민간 주주의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하는 데 동의했다. [중략] 놀랍게도 재무부는 씨티에 자구책을 모색하라는 요구를 거의 하지 않았다. 보통주 전환을 통해 정부가 확보한 씨티 지분은 전체 주식의 3분의 1이 넘었다. 그뿐 아니라 연방예금보험공사에는 씨티그룹의 자회사이며 부보은행인 씨티은행의 영업을 정지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이 있었다.[정면돌파, 실라 베어 지음, 서정아/예금보험공사 옮김, 곽범국 감수, 알에이치코리아, 2016년, p302]

그런 “재난 자본주의”의 악몽이 산업은행에서 재연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한국 금융시장의 해외자산 대체투자 모델에 대하여

현대자산운용은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오피스빌딩 투자펀드의 판매사를 네 곳이나 확보하고도 판매일정을 다음달로 석 달째 연기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삼성전자가 100% 책임임차하는 미국 텍사스 달라스 오피스빌딩 투자펀드를 준비했지만 4월로 예정된 판매일정을 8월까지 미뤘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기 부진이 부동산경기 하락으로 번질 것을 우려한 개인투자자들이 몸을 사리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모집액이 일정 수준에 미달할 경우 총액인수한 증권사가 물량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수익자 모집이 차일피일 미뤄지면 매도자가 딜을 깨버릴 우려도 생겼다. [공모 부동산펀드 ‘잠시 멈춤’이 옳다]

지난번 글에서도 코로나19 사태에 즈음하여 한국 IB시장에서 해외자산 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한 바 있는데, 더벨의 이 기사에서도 이런 상황이 잘 묘사되어 있어 소개한다. 그동안 해외자산에 대한 대체투자의 절차는 자산운용이 해당자산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확보하면 사업타당성분석을 거쳐 증권사에서 이를 총액인수한 후에, 이들 자산을 최종적으로는 통상 기관투자자에게는 사모펀드를 통해 일반투자자들에게는 기사에 나오는 것처럼 공모펀드를 통해 팔곤 했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여 최근 몇 년간 유행처럼 번져 왔던 투자모델이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그간 이런 투자모델이 한국에서 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홍기빈 씨의 말처럼 지구화, 도시화, 금융화라는 현대자본주의의 진행과정이 한국의 상황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도시화를 통해 전 세계의 주요도시에는 오피스 지구가 경쟁적으로 생겼고, 지구화를 통해 한국 투자자도 에든버러의 빌딩에 투자할 수 있게 되었고, 유휴자금이 풍부한 한국의 투자자가 사모펀드니 공모펀드니 하는 금융화를 통해 빠르고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던 것이다. 한국의 증권사의 IB 비중 확대는 이런 투자 과정에 가속도를 붙이는 역할을 했다. 총액인수를 통해 매도자와 최종 매수자 간의 거래의 간극을 좁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사견으로는 해외자산 대체투자가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하면서 이미 팬데믹 이전에도 참여자들의 오버슈팅의 추세가 있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모델인가 하는 의문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팬데믹을 핑계 삼아 급격하게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당분간 참여자들은 인고의 시간을 견디며 투자모델에 대한 지속가능성에 대해 고민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의 마땅한 투자처가 없다는 점에서 이 모델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1 다만, 투자자는 여태 간과하고 있었던 새로운 리스크를 감안한 수익분석 모델의 철저한 검증과 위험분산책을 요구할 것이다. 그런 모델 구축이 가능할지는 조금 의문이지만.

Fed의 무제한 양적완화 도박은 성공할 것인가?

지난 3월 연방준비제도의 의장 제롬 파월은 한 TV인터뷰에 출연했다. 질문자는 파월 의장에게 “Fed가 경제에 투입할 수 있는 화폐량에 제한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했고, 파월 의장은 “우리는 계속 빚을 창출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주안점은 가계와 기업에게 경제에서의 신용의 흐름을 지원하기 위해서다”라고 발언하여 사실상 그런 제한은 없음을 인정하였다. 그리고 3월 23일 긴급성명을 통해 사실상의 무제한적 양적완화를 선언한 이후 최근까지 파월 의장은 자신의 인터뷰 발언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Fed의 자산을 거침없이 늘려 마침내 최근 7조 달러(!)까지 자산이 늘어났다.

이는 전년도 자산 대비 약 70% 증가한 것으로 아직까지는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의 151.4%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현재 반기가 채 지나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연 증가세는 2008년의 추세를 따라잡을지도 모를 일이다. 혹자는 자산이 10조 달러까지 늘어날 수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편, 단순히 Fed 자체의 자산변동에서만 이례적인 것이 아니다. 주요 중앙은행의 행보와 비교 해봐도 Fed의 행보는 압도적이다. 팬데믹은 전 세계적인 재앙으로 각국에서 경쟁적으로 양적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다른 중앙은행의 자산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감히 Fed의 행보와 비할 바는 아니다.1

개인적으로는 제롬 파월의 그동안의 행보를 볼 때 이번 행보는 매우 이례적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사태 전까지만 해도 파월은 그를 뽑아준 트럼프의 금리인하 요구 등 월권행위와 온갖 인신공격에도 꿋꿋이 저항해왔다. 이런 희한한 정황 덕택에 나름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지키고 있다며 초당적으로 칭찬을 들어온 터였다. 그런데, 물론 트럼프 좋으라고 한 일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파월은 팬데믹 사태가 닥치자 트럼프가 상찬을 늘어놓을 만큼 깜짝 놀랄 조치를 단행하였다. 나름 보수적 견지를 유지해온 그이기에 이번 양적완화가 유난히 획기적인 조치임은 틀림없다.

국내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는 파월의 전향적인 조치의 배경으로 주택저당증권(MBS) 시장의 불확실성 증가에 대한 Fed의 우려를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냉각되며 MBS 펀드에서 환매 요청이 급증해 MBS 매도가 이어졌다”고 지적하였다. 예전 글에서도 지적한 바 있는데 MBS의 직접매입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Fed의 주업무가 된 분야다. 당시의 부동산금융시장의 붕괴로 사실상 미국의 부동산증권 시장이 국유화된 상황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며 팬데믹으로 말미암아 다시 그 시장이 요동치고 있기에 Fed는 신속하게 개입할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다.

패니메와 프레디맥은 2008년 당시 미국 내의 12조 달러의 모기지 시장에서 반절에 육박하는 금액을 보유하거나 보증하고 있었다. 2008년 9월 7일 연방주택금융청은 이들 회사의 실질적인 국유화를 선언했다. Fed의 MBS구입 프로그램은 이러한 배경 하에 시작되었다. 망할 회사에 정부가 주식을 취득하여 국유화시키고 그 회사의 대표적인 상품을 Fed가 구입해주는, 사상 초유의 업태가 시작된 것이다.[우리가 “자본주의”라 부르고 있는 어떤 경제 체제]

미국 채권시장 내 MBS 잔액은 약 9조7000억달러로 지난 2018년 기준 미 채권시장의 22%를 차지하며 전 세계 채권 시장에서 미국채 다음으로 중요한 채권이다. 이 채권을 Fed가 매입함으로써 미국의 집값은 안정을 찾게 되었다. 현재 Fed가 들고 있는 MBS 잔액은 전체 잔액의 1/3 정도로 알려져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채권을 중앙은행이 그렇게나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대단히 비정상적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그간 서서히 비중을 줄여오던 Fed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대규모의 채권매입에 나서게 된 것이다. 늪에서 서서히 발을 빼왔던 Fed가 다시 발을 푹 집어넣은 셈이다.

2020년 5월 27일 현재 Fed의 MBS 매입현황은 1조8천5백만 달러로 연초의 1조4천만 달러 대비 무려 32% 증가한 상황이다. 즉, 전임자들이 언젠가는 청산하겠다고 했던 MBS 포지션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었고, 팬데믹이 도래하자 그 자산은 일시에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 것이다. 이번 위기의 심각성은 어쩌면 이전 금융위기에서 입은 깊은 상처가 치유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욱 깊은 상처를 입게 된 상황이라 할 것이다. 미국에서 모기지를 갚아나가야 할 노동자들이 또 다시 대규모 실업으로 내몰리면 Fed가 사들인 증권은 다시 부실채권이 되는 악순환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한 트위터 계정에서 이번 양적완화와 지난 금융위기의 양적완화에 관한 차이점을 분석한 흥미로운 트윗을 올렸는데, 이 분석에 따르면 이번에는 지난번과 달리 미재무부 채권 포지션이 엄청나게 늘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재무부가 이 채권을 여러 프로그램에 사용하게 되면 시중에 통화량이 증가하여 경기부양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지난 3월에는 이런 부양책이 당파적인 입장차이로 미의회에서 부결된 바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엄청난 돈이 “재난자본주의”를 이용하려는 자본가를 위한 잔칫상에만 쓰인다면, Fed의 유례없는 자산과 자본주의의 모순은 청산할 길이 없을 것이다.2

한편 파월은 Fed의 양적완화 조치가 불평등을 심화할 것이라는 주장에 반박하며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이 대량실업을 방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상 그다지 설득력있는 사례도 아니고 결국 Fed가 직접 모기지 채무자의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프로그램이라도 만들지 않는 한에는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는 조치는 행정부와 의회의 몫일 것이다. 현재 미네소타 살인사건으로 말미암은 인종폭동까지 겹체 최악의 상황으로 몰린 상황인지라 기득권층이 혁명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에는 난국타개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 불행히도 트럼프는 그 와중에 발포 운운 트윗, 골프 라운딩, 중국 때리기에나 골몰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 관광

재미있는 표가 있어 하나 가져왔다. 가장 경제규모가 큰 20개국에서 관광으로 인한 수입이 GDP에 기여하는 비율에 대한 랭킹이다. 우선 당연히 상위에 자리한 나라들은 이번 팬데믹에 따른 여행객의 급감으로 인해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랭킹을 좀 들여다보면 멕시코가 1위인 것은 조금 의외인데 여하튼 상위를 차지한 나라 면면히 그동안 관광국으로 많이 알려진 국가들이다. 또 조금 의외인 나라는 관광수입 비중이 GDP 대비 9.5%인 사우디아라비아다. 아마도 이슬람 최고의 성지 메카의 영향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어렴풋이 든다.

그리고 또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일본이 GDP 대비 비중이 7%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최근 몇 년간 일본에 몰려가 “오버투어리즘”이라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였으니 일본 역시 관광국가로서의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할 것이다. 제조업의 쇠퇴와 엔화의 하락, 그리고 이에 따른 아베 정권 나름의 꾸준한 관광유치 등이 그 배경이리라 짐작된다. 그리고 그만큼 이번 팬데믹으로부터의 고통도 클 것이다. 벌써 올림픽의 연기가 현재진행형의 고통이고 앞으로 코로나19 통계에 대한 세계의 불신감 등으로 인해 그 고통은 더욱 배가될 것으로 짐작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놀란 사실은 한국의 GDP 대비 비중이 2.8%로 이 랭킹에서 꼴찌라는 것이다. 한때 중국 관광객이 물밀 듯이 몰려오고, 한류니 뭐니 해서 외국인들의 호감도가 급상승했다고 해서 관광으로 돈 좀 버나 했더니 그것도 아니었나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다른 산업의 수입들이 좋아서 관광으로 인한 비중이 높지 않은, 결과적으로 이번 팬데믹으로 인한 악영향이 가장 적은 나라가 될 수도 있다고 봐도 좋을 것 같다. 어쩌면 소위 국뽕을 제거해도 상당한 성과를 체감케 하는 “K-방역”으로 인한 신뢰감으로 향후 안전한 여행국으로 급부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Rank

Country

Travel and Tourism, Contribution to GDP

1

Mexico     

15.50%

2

Spain    

14.30%

3

Italy   

13.00%

4

Turkey

11.30%

5

China

11.30%

6

Australia

10.80%

7

Saudi Arabia

9.50%

8

Germany

9.10%

9

United Kingdom

9.00%

10

U.S.

8.60%

11

France

8.50%

12

Brazil

7.70%

13

Switzerland

7.60%

14

Japan

7.00%

15

India

6.80%

16

Canada

6.30%

17

Netherlands

5.70%

18

Indonesia

5.70%

19

Russia

5.00%

20

South Korea

2.80%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