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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본위제, 그리고 외상장부의 처리

금본위제 문제와 케인지언의 재정정책 부문은 참으로 어렵군요. 만일 금본위제로 있었다면 지금과 같은 글로벌 불균형은 없었겠지요. 그치만 케인지언 주장대로 라면 금본위제는 경제 성장이나 경기 침체시 정부 정책에 제약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제 생각엔 너무 지나친 성장 일변도로 나갈 생각이 없었다면 금본위제를 유지하는 것도 좋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네요. 우리는 빨리 돈을 벌고 잘 살려는 욕구가 너무 강한 것 같습니다. 금본위제 폐지가 미국의 패권 전략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나 기본적으로는 성장을 앞당기기 위한 저의도 있다고 봅니다. 이제 다시 금본위제로 가기는 힘든 상황이지요.[포카라님]

중상주의라고 통칭되어지는 초기의 경제사조는 사실 다양한 주장과 다듬어지지 않은 이론이 난무하였기 때문에 ‘무슨 주의’라고 한데 엮기는 조금 곤란하다고 여겨지는, 일종의 시대적 흐름일 뿐이다. 그러나 그것이 공유하는 공통점은 분명히 존재했다.

“많이 팔고 조금 사자.” “금이 짱이다.”

“중상주의(重商主義, mercantilism)”라는 단어에서 분명히 알 수 있듯이 이들은 상업, 즉 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들은 부의 창출이 무역을 통해 실현된다고 보았다. 후에 아담 스미스가 지적하고 칼 마르크스가 발전시킨 노동가치론을 통해 노동이 진정한 부의 창출수단이라고 보기 전까지 사람들은 이를 당연시했다.(주1) 더불어 그들은 그 부의 최종결과물을 금으로 보았다. 왜냐면 금은 곧 돈이기 때문이다. 즉 중금주의(重金主義)로 이어지는 논리다. 아주 단순하다.

그 당시 사람들은 지폐는 돈으로 보지 않았다. 그것은 일종의 차용증서일 뿐이다. 지금도 통용되는 지폐를 보면 그것이 돈이라는 말은 없다. 그것은 ‘은행권’일뿐이다. 은행이 돈을 – 다시 말해 금을 – 맡겨놓은 이들에게 금을 맡았다고 확인해주는 ‘은행권’이다. 이것이 오늘날 부분지급준비제도의 시초라 할 수 있다. 결국 이것이 금본위제의 초기형태가 된다. 부는 무역을 통해 창출되고, 금으로 표시되며, 은행권은 그것의 차용증서다.

그런 의미에서 금본위제로의 복귀는 중상주의로의 복귀 정도의 의미 이상을 부여하기는 어렵다. 전 세계가 달러본위제를 포기하고 – 포기하게 미국이 양허한다면 – 금본위제로 돌아간다면 다시금 금이 국력이 되는 시절이 돌아온 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우리는 자국 화폐의 힘을 키우기 위해 반도체나 배를 생산하기보다는 금을 캐러 산으로 들로 쏘다녀야 할 것이다. 이것은 농담이다. 🙂

포카라님 말씀대로 금본위제로 다시 복귀하는 것은 힘들뿐 더러 불필요하다. 21세기의 금본위제는 그 나라의 경제력에 부합하는 통제된 발권력의 형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과연 개별 국가들이 이성적으로 자신의 경제력에 – 즉 예전에는 금보유고로 측정되었던 – 대해 진솔할 수 있고, 그에 대해 화폐주권을 올바로 행사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지금은 달러라는 오직 한명의 깡패가 지 마음대로 화폐주조권을 행사했고 나머지 국가는 울며 겨자 먹기로 달러에 페그했던 시스템이라면, 달러본위제의 폐지는 깡패가 대략 100개 나라가 넘게 되는 사태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달러패권을 필요악이라 볼 수밖에 없다. 아주 더러운 경우지만 이러한 특수한 변수가 전후 자본주의를 이끌어온 것이 사실이다. 달러는 단순히 경제력만이 아닌 군사력과 결합하여 통화질서를 이끌어왔다. 그렇지만 결국 기축통화의 자격에 어울리는 강한 달러를 유지하는 동시에 유동성 공급을 위해 약세로 전환될 수밖에 없는 모순에 처해지면서 – 이것이 바로 ‘트리핀의 딜레마’ – 전 세계는 금융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개별 국가가 독립적인 화폐주권을 보유하면서 그것이 통일성을 가지게 하는 방법이 달러본위제나 금본위제 말고 무엇이 있을까?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안은 세계화폐일 것이다. IMF가 시도한 것이 특별인출권(SDR, Special Drawing Rights )이다. 하지만 이것은 달러의 위력에 눌려 천대받고 있다. 결국 실질적으로 패권국가가 사라진 호혜 평등한 세계에서의 세계정부가 권위를 가지고 있는 진정한 세계화폐가 나오기 전까지는 우리는 그저 다음 패권통화는 어떤 것이 될 것인지 지켜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

유로 아니면 위안?

지금 규제 없이 무차별 달러 살포가 과연 작금의 위기를 진정시킬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달러를 정도껏 풀어야 분석을 하든지 하지 무제한 방출이라니 생각이 막막합니다. 어쩌자는 짓인지 FOOG 님 고견 좀 듣고 싶네요.[포카라님]

결국 이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위에서 주절댔습니다만… 🙂 깡패가 배때기 긋고 행패 부리는데 말릴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더 이상 외상은 안 된다고 아무리 외쳐봐야 그래도 외상을 먹겠다고 하는 놈을 누가 주저앉히고 차분히 설명해줄 수 있을지 저도 잘 감이 안 오네요. 결국 어느 순간 외상장부를 태워버리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있을까 싶습니다.

추 1. 다들 잘 아시겠지만 참고로 본원통화가 얼마만큼 통화량을 늘리는지는 다음 그림을 참고하실 것.
추 2. 금본위제가 통화안정을 가져올 것이라는 가정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금본위제 하에서도 역시 통화증발의 가능성은 상존할 뿐 더러 현대 금융시스템의 가공할 신용창출력은 각국의 금보유고를 충분하고도 효과적으로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주1) 물론 아직도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거나 이제는 정보(informantion)가 부를 창출한다는 변종도 등장했다

하나의 현상, 두개의 처방, 그리고 기축통화

미국은 구제금융 제공과 국유화 등으로 이 위기에 대응하고 있고,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에게 향후 더 과감하고 대규모 재정지출이 제안되고 있다. 그러나 대공황의 경험을 통해 살펴볼 때 이것은 인위적인 이자율 인하로 인해 유발된 동시다발적인 잘못된 투자문제를 해결한다기보다는 이를 지연시키고 더 심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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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순환에서 경기침체기는 고통이 수반되지만 종전에 행해진 잘못된 투자들을 재조정하는 치유의 과정이다. 비(非)팽창적인 통화정책 속에서 긴축재정(혹은 최소한 비(非)확장적 재정정책)과 감세를 동시에 실시하는 것이 이런 조정의 과정을 빠르게 종결시킨다. 확장적 통화정책과 마찬가지로 확장적 재정정책도 잘못된 투자들의 조정을 지연시키고 지속될 수 없는 붐을 만들어내기 때문에 불황의 장기화를 초래한다. [출처]

한국사이버대 김이석 교수의 글이다. 전형적인 시장자유주의자의 논리다. 긴축재정(최소한 비확장적 재정정책), 고금리(최소한 인위적인 이자율 인하 금지), 감세정책 등등. 이들은 이를 통해 ‘잘못된 투자들을 재조정하는 치유의 과정’을 신봉한다. 시장은 물 흐르듯 흐르게 내버려두면 침체기에 자연스럽게 적자생존이라는 진화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논리다.

위와 같은 처방은 또한 IMF의 단골처방이었다. 이른바 ‘워싱턴컨센서스’라는 것. 실제로 워싱턴에서 그러한 컨센서스를 위한 회합을 열었는지는 신만이 알겠지만 🙂 한 정치학자가 명명하고 난 후에 신자유주의적 독트린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현재 진보주의자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이 신자유주의적 조치로 인해 발생하였고 케인즈주의, 또는 보다 급진적인 수단을 통해 위기를 돌파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시장자유주의자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이 정부의 인위적 개입 등 ‘정부의 실패’에서 기인하였고 – 예를 들면 패니메, 프레디맥 등의 우월적 지위에서의 영업 – 이에 따라 오히려 신자유주의적 조치의 강화를 통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인 셈이다. 하나의 현상을 두고 어떻게 이렇게 정반대의 입장을 취하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

한편 김교수는 이번 금융위기의 근본원인으로 “건전화폐의 실종”을 들고 있다.

현행 국제금융위기의 근본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국가의 화폐제도에 대한 간섭으로 인한 “건전한 화폐”의 실종과 만난다. 시장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건전한 화폐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불환화폐를 발행하고 각국의 불환화폐들의 가치가 변동되는 제도 아래에서는 이를 충분히 보장하기 어렵다. 그 결과 경제계산의 척도가 수시로 교란될 수 있다. 국제 금융위기로 환율의 변동폭이 커지면 국제간 거래에서 어떤 것이 사업성이 있는지 경제계산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그만큼 거래가 실종되고 그만큼 세계는 가난해진다. 화폐의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국제적으로 공조해 나갈 필요가 있다.[출처]

일부 논자들은 Fed와 같은 민간기관이 국가의 화폐주조권을 훔쳐갔다고 주장하는 반면, 김 교수는 시장이 가지고 있어야 할 화폐주조의 권리를 – 명백하게 그렇게 주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 국가가 “간섭”하고 있고, 이로 인해 “경제계산의 척도”가 수시로 교란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시장가격과 각국 이자율의 괴리 등이 시장에 ‘자연스럽게’ 반영되면 화폐가치가 ‘자연스러운’ 경제계산의 척도가 될 것인데 국가가 유동성의 확장 또는 회수를 위해 통화정책을 추진하고 이것이 그 척도를 왜곡시킨다는 논리다.

이는 화폐수량설의 고전적 논리(화폐수량설에 대한 빠삭한 해설은 여기를 참고하실 것)로 여겨진다. 논리에 별로 발전도 없는 것 같다. 결국 김 교수도 그렇다면 다시 금본위로 회귀하자는 것인지, 완벽한 민간금융기관을 통한 발권을 지향하는 것인지에 대한 대안은 없다. 그저 “현행 부분지불준비제도 아래에서 신용(외환)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뿐이다. 이런 소리는 나도 할 수 있겠다.

요컨대 시장자유주의자와 진보주의자는 이번 사태의 단기적 원인과 처방에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지만, 그 근원적 원인에 대해서는 단순히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이라는 특수한 형태의 증권이 월스트리트의 탐욕으로 인해 지나치게 공세적으로 발행되었다는, 특수한 국면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만은 공유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현 위기는 보다 거슬러 올라가 달러본위제라는 특수성에서 기인하는 전 세계의 – 특히 중국과 산유국의 – 대미무역 불균형이 한 몫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느 정도 공인된 셈이다.

달러가 현재와 같이 미래에도 그 경제위상에 걸맞지 않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 그것의 현태가 바로 달러에 대한 통화스왑 – 은 세계경제의 또 다른 잠재적인 폭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무제한으로 공급하겠다는 달러가 – 또 그에 대응하여 공급되는 각국 주요통화가 – 단기간에 시장에 유동성을 불어넣지는 않겠지만, 오히려 어느 순간 경기가 어느 정도 풀려 화폐의 유통속도가 개선될 경우 그것은 걷잡을 수 없는 신용공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원자재 가격의 폭발, 애매한 통화정책, 그리고 국부펀드들

저명한 거시경제학자 Guillermo Calvo 가 voxeu.org 에 기고한 글이다. 현재의 원자재 가격의 폭등을 설명하는 글로 이 글의 입장은 역시 세계적 석학인 Paul Krugman 의 입장과는 다소 다른 관점이라 할 수 있다. 다소 어려운 경제적 개념이 등장하지만 인내심을 갖고 읽어주시면 – 나도 엄청난 인내심으로 이 삼류번역을 마쳤으므로 – 고맙겠다. 오역이나 빠트린 부분이 있으면 가까운 경찰서나 소방서 – 는 아니고 댓글로 신고 부탁드린다.

Exploding commodity prices, lax monetary policy, and sovereign wealth funds

여기 세계적으로 저명한 거시경제학자 한 분이 원자재 가격의 폭등이 몇몇 비(非)G7 국가들에서의 초과 유동성과 연계된, 그리고 G7의 중앙은행들이 주도한 저금리에 자극받은 매우 실재적인 지구적 금융 폭풍의 결과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품가격 폭등은 미래의 인플레이션의 전조다.

석유, 금속, 그리고 이제 식품 가격이 세계 생산성장률의 기반에서 합리화되기 어려울 정도로 – 예상되는 지구적인 침체는 말할 것도 없고 중국과 인도의 빠른 성장의 기반조차도 아닌 – 광폭하게 하늘로 치솟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선물(forward) 시장에서의 날로 많아져만 가는 계약건수와 동반하여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그래서 분석가들과 정책결정자들은 재빨리 상품선물이 금지된 인도와 같은 몇몇 나라에서는 ‘반갑지 않은 사람(persona non grata)’인 투기자(speculator)에게 비난의 손가락질을 하고 있다.

이 칼럼의 취지는 또 하나의 자가발전 형의 버블을 다루려는 것이 아니다. 오늘 날의 원자재 가격의 폭등은 몇몇 비(非)G7 국가들에서의 초과 유동성과 연계된, 그리고 G7의 중앙은행들이 주도한 저금리에 자극받은 매우 실재적인 지구적 금융 폭풍의 결과다. 이러한 가격폭등은 펀더멘탈에 의해 주도될 미래의 인플레이션의 선도적인 지표일 수도 있다.

원자재 사재기

물적 원자재 재고의 실질적 증가가 없다는 것이 투기적 행위가 없다는 주장의 증거로 거론되고 있다.(Martin Wolf, 그리고 보다 신중하게 Paul Krugman의 의해(주1)) 그러나 이는 타당하지 않다. 논쟁을 위해 현재의 소비 또는 생산에 대한 원자재의 수요가 완벽하게 비탄력적이라고 가정해보자.(식품과 석유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좋은 사례이다) 만약 투기자들이 원자재를 사재기하려 한다면, 원자재 가격은 오를 것이다. 그리고 가격은 투기자들이 그들의 재고를 추가하기 꺼릴 정도가 될 때까지 오를 것이다. 이 문제를 쉽게 하기 위해 나는 그 특수한 경우에 초점을 맞춰 무엇이 투기자로 하여금 가격폭등을 자극하게끔 그렇게 공격적으로 사재기를 하려하는지를 설명할 것이다.

원자재 사재기의 동기는 낮은 중앙은행 금리(특히 미국에서의)와 국부펀드(주2) – 내 관점에서는 후자가 중요한 요소다 – 의 증가의 결합으로부터 파생되었다. 국부펀드는 부분적으로 유동성이 크지만 적은 수익률의 자산에서 보다 위험하지만 보다 수익성 있는 투자사업으로 국부의 구성을 전환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므로 초과유동성을 제거하려는 이러한 시도들은 학생들에게 화폐를 자본에 투입하는 포트폴리오의 효과를 추적하라고 요구하는 경제학 입문 연습과 닮았다. 그 해답은? 물론 보다 높은 가격이다. 우선 왜 중앙은행 금리가 또한 중요한가를 설명한 후에 이 문제로 돌아오겠다.

금리와 가격

Fed 금리를 보자.(예로 연방펀드 금리) 최근 Fed 금리는 급격히 하락했고 시장은 최소한 1 년 이내에 동일한 자극을 받아 상승하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이는 분명히 미재무부채권(US Treasury Bills(주3))으로부터 (다른 자산으로 : 역자 더함) 전환하려는 국부펀드의 결정에 한 몫 하였음이 틀림없다.(주4) 또한 부수적으로 가격상승의 급격함도 설명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T-Bill은 경제학입문에서의 화폐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만약 T-Bill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면 채권가격은 채권소유자가 그들의 다른 투자사업을 포기할 정도로 충분히 매력적인 수익을 찾을 때까지 가격이 떨어질 것이다. 이 경우 일반적인 가격수준에 대한 상승압력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Fed 금리는 유사하게 상승할 것이다. 이는 이어서 Fed 가 재무부채권의 매입을 통해 경제학 입문에 나오는 화폐를 창출하는 (실제적인 고성능의 화폐)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보다 많은 유동성을 펌프질하게끔 할 것이다. 그러므로 낮은, 그리고 재정적으로 연동되는 중앙은행의 금리는 T-Bill의 수요감소가 화폐공급의 확장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이제 우리는 포트폴리오 전환이 보다 높은 가격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경제학 입문의 결과를 확신을 가지고 취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논쟁은 Fed 가 금융 시스템을 구원하기 위하여 유동성을 부채질한다는 보다 통상적인 관점에 의존하지 않음을 주목하라. 이는 장래에는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까지는 Fed는 은행의 포트폴리오의 위험자산을 안전자산으로 교환한 것에 불과하다. 이 정책은 통화 유통량과 가격의 급격한 증가로 귀결될 필요는 없다.

모든 가격이 같은 정도로 변동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 임금은 그렇지 않은 반면 원자재 가격은 변동폭이 크다. 그래서 가격상승 현상은 원자재의 상대적인 가격의 변화를 초래한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궁극적으로 서서히 변하는 가격들이 따라잡게 됨에 따라 가격들 간의 커다란 격차는 사라지고 보다 획일화된 가격상승 현상이 실현될 것이다.(주5) 그래서 어떠한 미래에 대한 전망을 분석할 때에 이러한 모든 에피소드들은 원자재 일종의 시장 신기루, 더 나아가 근본적인 원인 – 중국, 칠레, 또는 두바이와 같은 나라에서의 유동성 자산에 대한 보다 낮은 수요라는 – 뒤에 있는 시장에서의 버블로 보이는 측면이 강하다. 원자재 가격의 오버슈팅은 국부펀드가 부라는 관점에서 큰 부분이 아닐지라도 통화 유통량이라는 관점에서 확실히 크기 때문에 커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몇몇 리포트는 2008년 4월 현재 미국의 M1과 M2가 각각 1조4천억 달러, 7조8천억 달러인 동안 관리되고 있는 국부펀드가 3조5천억 US달러를 초과했고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주6) 분석하고 있다.

다가올 인플레이션

그러나 미국의 통화 유통량은 원자재 가격의 상승폭만큼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 않다.(주7) 그렇다면 우리는 위의 주장이 결정적인 약점이 있다고 결론 내려야 할까? 이러한 예상되는 반대에 대해서 두 가지 다른 대답을 할 수 있다. 첫 번째 대답은 잘 발달된 금융시장 하에서 상기 특징과 같은 포트폴리오 전환이 행해질 것이라는 기대는 예방적인 가격상승을 촉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 대답은 T-Bill이 순수한 채권(특별히 높은 카운터파티 리스크거래(주8)의)보다는 화폐에 가깝다는 관찰에 의존하고 있다.(주9) 한 예로 이러한 적당한 화폐적 개념은 M2와 T-Bill을 연계시켜 하나의 유통량이라 할 수 있게끔 한다. 그래서 Fed 금리의 변화와 관련 없는 포트폴리오 이동은 동등한 정도의 화폐 유통속도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비슷한 인플레이션 암시에 관한 경제학 입문 실험이다. 이 경우 M2는 변화할 필요가 없다!(주10)

간단히 말해(주11) 나의 추측은 국가 투자자, 국부펀드, 부분적으로 애매한 통화정책 – 특히 미국에서의(주12) – 에 의해 유동성 자산으로부터의 포트폴리오 전환의 결과라는 것이다. 이것은 보다 높은 소비자물가지수 인플레이션의 전조인가? 만약 금리가 계속 낮으면 내 대답은 말할 것도 없이 예쓰가 될 것이다. 그러나 그나마 효과적인 반(反)인플레이션 전쟁을 위한 여지가 있다. 이는 아마도 높은 금리상승을 요구할 것이고 특히 금융의 취약성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깊어지는 불황의 위험을 증대할 것이다. 그래서 정책결정자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기 시작하여야 하고 상상 속의 불안정한 투기자들을 쫒는 일을 그만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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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할만한 다른 글

(주1) See Paul Krugman “The Oil Non-Bubble,” The New York Times, May 12, 2008; and Martin Wolf, “The market sets high oil prices to tell us what to do,” Financial Times, May 13, 2008.

(주2) 비서구권의 국부펀드에 대한 서구, 특히 미국의 이중적인 태도에 대해서는 다음 글을 참고하라 : 역자주

(주3) 만기가 1년 이하인 국채로 간단히 T-bill이라는 용어로 많이 불린다, 이하 T-Bill : 역자주

(주4)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 대해서는 다음 글을 참고하라 : 역자주

(주5) 대표적인 예로 인플레이션이 임금상승에 대한 요구를 증대시키고 임금이 상승할 경우 제조원가가 상승하여 추가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는, 이른바 기대 인플레이션이 실질 인플레이션으로 전화하는 경우를 말한다 : 역자주

(주6) See JP Morgan Research, Sovereign Wealth Funds: A Bottom-up Primer, JP Morgan, May 22, 2008.

(주7) 그러나 미국의 M2는 2008년 1/4분기에 두드러지게 증가했다. 2008년 1월에서 4월까지의 기간 동안 계절적으로 조정된 M2는 연 10.7% 비율로 증가했다. 반면 2007년 4월에서 2008년 4월까지의 기간 동안의 연간 비율은 6.5%였다. www.federalreserve.gov/releases/h6/ 를 보라.

(주8) 거래상대방의 상환, 결제의무의 불이행으로 인한 위험을 말함 : 역자주

(주9) 최근 문헌에는 국채에 의해 공급되는 유동성 서비스를 강조하는 몇몇 논문들이 있다. Guillermo Calvo and Carlos Vegh “Fighting Inflation with High Interest Rates: The Small-Open-Economy under Flexible Prices,” Journal of Money, Credit, and Banking, 27 (1995): 49-66; and Ravi Bansal, and John W. Coleman “A Monetary Explanation of the Equity Premium, Term Premium and Risk Free Rate Puzzles,” Journal of Political Economy, 104 (1996): 1135-1171.

(주10) 원자재들이 M2를 매개로 하여 거래되는 상품의 부분집합이라고 가정해보라. 더불어 M2가 원자재와 소비자물가 타입의 상품들을 사기에 앞서 필요하다고 가정해보라. 그래서 만약 소비자물가 타입의 가격이 완만하고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면 M2의 완만한 상승은 원자재 가격에서의 커다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것이 왜 원자재 가격이 M2의 상승속도보다 훨씬 큰가에 대한 또 하나의 설명이 될 수 있다.

(주11) 여태 이렇게 복잡하게 말해놓고 이제야 간단히 말한다네요 : 역자불만

(주12) 다음의 분명한 물음은 : 왜 국가가(대부분 신흥 시장경제에서) 국제적인 적립금의 초과 축적에 개입하는가? 나의 추측은 이것은 애매한 통화정책을 통해 불황에서 벗어나려는 미국의 근린궁핍화(beggar-thy-neighbour) 정책에 저항하는 일종의 방어전략(대부분 그렇게 부르는 것처럼 ‘신중상주의’가 아니다)이라는 것이다. 나는 다음 칼럼에서 이에 대해 쓸 것이다.

왜 동전 둘레에 금이 새겨져 있을까?

다들 아시겠지만 동전의 옆면, 즉 둘레를 보면 톱니모양으로 금이 그어져 있다.(10원 미만의 동전은 예외지만) 그런 것 생각해본 적 없다는 분은 지금 한번 주머니에 손을 넣어 동전 옆을 슬쩍 긁어보시라. 까칠까칠한 것이 느껴지실 것이다.

여하튼 이 금이 왜 그어져 있을까?

일단 주화의 둘레를 깔쭉깔쭉한 톱니모양으로 새기는 공정을 밀링(milling) 또는 리딩(reeding)이라고 하며 17세기 중반에 처음 도입되었다 한다. 이것은 돈을 둘러싼 사람들의 욕심과 이에서 비롯된 오래된 눈속임을 방지하기 위해 고안된 방법이다.

누구의 어떤 속임수?

사람들이 시장에서 상품을 교환하기 시작하면서 화폐는 교환의 매개기능을 수행하였다. 시장참여자들은 다양한 물건들을 화폐로 쓰기 시작하였는데 그 종류는 조개, 소금, 소, 돌, 심지어 담배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였다. 그러나 가장 인기있는 화폐수단은 금과 은에게 맡겨졌다. 이 두 귀금속은 희소성, 주조와 측정의 용이성 등으로 말미암아 동서양을 막론하고 매우 인기 있는 화폐수단이 되어 왔다.

금과 은이 화폐수단으로 이용되면서 많은 나라에서는 주조된 금속 조각에 군주의 인장이나 얼굴을 새겨 넣어 그 주화의 중량과 순도를 보증하였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주화의 중량을 재지 않고도 주화에 쓰여 있는 숫자로 거래를 함으로써 거래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그러나 중량에 의하지 않고 액면이나 액수에 의한 지불방법은 부작용을 낳았다. 즉 약삭빠른 이들이 깎아내기(clipping : 동전의 면이나 가장 자리를 깎아 금속 조각을 얻는 짓)와 땀내기(sweating : 가죽가방 속에 여러 개의 동전을 집어넣고 흔들어 떨어지는 가루를 모으는 짓)와 같은 주화 훼손 행위를 저질렀던 것이다.

이렇게 실제 액면보다 중량가치가 떨어지는 금화나 은화는 다른 거래자에게 넘겨지게 되고 주화를 훼손한 이는 그만큼의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되는 이치다. 물론 이러한 행위들은 법으로 엄격히 금지되었고 그 위반자는 거의 반역죄에 버금가는 처벌을 받았다.(주1) 하지만 그럼에도 꾸준히 성행했다. 돈이 되니까.(주2)

여기서 우리가 많이 들어본 법칙 중 하나인 ‘그레샴의 법칙’ 이 등장한다. 사람들은 두 개의 동전이 있으면 그 중 가벼운 동전을 쓴다. 이 동전들이 바로 ‘깎아내기’와 ‘땀내기’ 공정을 거친 동전으로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같은 이치로 무거운 동전은 사용하지 않게 된다. 바로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샴의 법칙’이다.

여하튼 ‘깎아내기’와 ‘땀내기’를 중단시키기 위한 조치가 바로 밀링이다. 동전 둘레에 그렇게 톱니모양을 만들어놓으면 동전이 손상되었다는 사실을 금방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주3) 톱니모양의 무늬를 넣는 대신 동전을 꽃모양으로 만든다거나 가장자리에 글자를 새겨 넣는 방법도 사용되었다.

어쨌든 오늘날은 더 이상 금화를 동전으로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구태여 동전을 깎느라 고생을 사서 하지 않는다. 하지만 톱니모양의 동전은 마치 꼬리뼈가 남아있는 인간처럼 여전히 우리의 주머니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다.

p.s. 갑자기 정치인들 얼굴에 밀링을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 이들 얼굴이 얼마나 두꺼워지는지 금방 알 수 있지 않을까?

 

(주1) 1690년 10월 15일 영국에서 Thomas Rogers 와 Anne Rogers 부부는 은화 40개를 깎아냈다는 혐의에서 유죄판결을 받았다. Thomas Rogers 는 목 매달리고, 내장이 꺼내지고, 사지가 사등분 당하였다. Anne Rogers 는 산채로 화형 당했다.

(주2) 사실 화폐주조자 자신들이 이런 좀도둑들보다 훨씬 악랄한 범죄를 저질렀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들은 화폐의 금속함량을 속이거나 편리하게 화폐가치를 평가절하 하는 통치령을 내림으로써 자신들의 낭비벽으로 텅텅 빈 사금고를 다시 채우곤 했다. 아르키메데스가 이러한 유의 장난질 때문에 얼마나 고심했는지는 다들 알 것이다.

(주3) 하지만 이 처방 역시 ‘땀내기’만큼은 쉽게 알아채지 못하는 단점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