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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투자, 인프라스트럭처, 공익성 등에 관한 단상

“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 시장은 전통적인 투자시장인 주식, 채권 등과 달리 Private Equity, 부동산, 인프라스트럭처 사업, 원자재 등에 투자하는 시장을 말한다. 이 시장은 전통적인 투자시장의 계속되는 낮은 수익에 대한 피난처가 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100개의 가장 큰 규모의 대체 펀드 그룹의 자산은 지난 해 6% 성장한 3조3천억 달러에 달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중 가장 핫한 투자자들이 바로 연기금들이란 점이다.

연기금들은 가장 큰 100개의 펀드 하우스에 투자한 돈 중 1조3천억 달러를 구성하며 대체 자산 매니저들에게 있어서 자본의 가장 중요한 원천으로 남아 있다. 대체 펀드 산업에게 연기금 자금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을 것 같다고 Rajan 씨는 믿고 있다. 그는 유럽 연기금의 약 4분의 1이상이 현재 적자의 현금흐름이며 전후의 가장 큰 규모의 베이비부머들이 은퇴함에 따라 다음 5년 동안 이 숫자는 두 배 더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Pension funds seek ‘sweet spot’ in alternatives]

대체투자 시장은 1980~90년대 이후 금융의 세계화, 국유 인프라스트럭처의 민영화 추세, M&A 시장이 성장 등과 맞물려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왔다. 하지만 여전히 “전통적” 투자 시장에 비해서는 규모가 작았지만 그 규모가 날로 늘어나서 인용기사의 말미에도 나오듯이 앞으로 “대체가 주류가 되는” 시절이 올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러한 성장세에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집단이 각국의 연기금인데 이는 개인적으로 참 흥미로운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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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acuated Highway 401 Color” by Kenny Louie. Licensed under CC BY 2.0 via Wikimedia Commons.

즉, 대체투자, 특히 인프라스트럭처와 같은 전통적으로 국가가 공급하던 소위 “공공재”가 시장화되면서 그 투자자로 다시 공공의 돈이라 할 수 있는 연기금이 참여하는 현상은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국면의 사회적 투자행태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에도 한번 쓴 적이 있듯이 인프라스트럭처의 소비자로서의 공공과 투자자로서의 공공 간의 긴장관계를 낳기도 한다. 소위 “공익성”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지점이다.

앞으로 대체투자 시장이 정말 주류가 되고 국경간 지역간 투자와 소비가 이렇게 다양한 주체로 나누어지다 보면 경제학자 또는 사회학자들은 이러한 새로운 갈등관계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숙제를 떠안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이 미국에 투자한 도로 사업이 미국정부에 의해 “공익성”이라는 이름하에 – 한국인이 보기에 – 부당하게 몰수당한 정황이 있을 경우 한국의 좌파 경제학자는 어떤 해석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인가?

“무상급식”에 대해 주절거린 트윗 모음

# “무상급식”도 사실 “마녀사냥”, “혈세” 등처럼 단어 내에 선입견이 포함된 안 좋은 네이밍이다. 따지고 보면 대개의 재정집행이 이미 무상이지만 그들을 “무상도로”, “무상경찰”이라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 그렇지만 조금은 불가피한 면이 있긴 했다. 이 개념을 정책으로 선도적으로 쓴 정치조직이 바로 민주노동당인데, 당시 정책을 간결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슬로건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다. 그 슬로건이 바로 “무상교육, 무상의료”.

# 무상급식에 대해 보수가 쉽게 공격할 수 있는 이유는 급식이라는 서비스가 가지는 고유한 특성, 즉 배제/경합 가능성이다. 공공재는 배제와 경합이 어렵다는 경제학적 원리가 내재되어 있고 도로나 치안 등이 대표적인 데 급식은 이와는 다르기에 공격하기 쉽다.

# “공공재(Public Goods)”와 “공익성(Public Interest)”는 특정 재화/서비스의 공통적인 속성이면서도 그렇지 않기도 한데, 공익성이라는 특성은 경제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 개념이기 때문이다. 급식을 공공재로 받아들이는 사회 분위기 등.

# 급식이 또 하나의 교육이 되는 과정에는 급우와 같은 음식을 먹으며 평등 의식을, 건강한 급식을 먹으며 생산 노동의 소중함을 배우는 것 등이 포함될 것이다. 하지만 도지사가 급식을 거부하고 학교가 성적순으로 밥을 주는 사회에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원문

공항철도, KTX 민영화, 코레일, 그리고 노동자의 죽음

‘공항철도’는 현대건설, 동부건설 등 컨소시엄이 지난 2007년 3월23일 개통 후 운영하다 수요창출에 실패해 정부의 합리화 정책에 의해 2009년 11월30일 코레일에 인수됐다. [중략] 코레일은 재정부담 증가라는 정부고충을 고려하고 철도운영 전문기관의 노하우를 살려 다각적인 영업활성화 노력으로, 인수 이듬해인 2010년에 1일 평균 이용객을 인수 이전인 2009년보다 37% 증대시켰다.[민간실패 ‘공항철도’ 코레일 인수 후 이용객 급증]

민간투자사업으로 시행되었던 인천공항철도는 운영수입이 당초 예측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변명의 여지가 없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하며 민영화가 얼마나 큰 폐해를 끼치는가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될 정도로 악명이 높았던 사업이다. 인용한 기사의 제목대로 코레일이 인수한 후 이용객이 크게 늘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기사제목은 코레일의 각고의 노력 끝에 이용객이 증가한 것으로 비춰지는데, 과연 그게 가장 중요한 변수였는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사실상 이용객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이라 여겨지는 ‘인천공항~서울역 구간’ 개통은 코레일 인수 후인 2010년 말 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기사를 살펴보면 코레일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코레일 전국역 공항철도 승차권 발매’ 등 코레일만이 수행할 수 있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축적된 운영 노하우를 통한 비용절감이랄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코레일 만의 장점이라고 내세울 수 있다. 기사는 이런 비용절감 노력을 비교적 자세히 적고 있다. 즉, 코레일이 인수한 후 인천공항철도는 열차횟수를 2배, 운행거리를 3배 늘린 반면, 운영인력은 21%로 최소화하고 급여를 동결하여 운영을 효율화시켰다고 한다. 이런 노력 등이 모아져서 결국 인천공항철도의 채산성을 개선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나는 친구의 죽음 소식을 듣고 철도노조 분들을 찾았었다. 그 자리에서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그 분들은 그런 사고는 너무 흔하고, 맨날 장례식 쫓아다니는 게 일이라고 했다. 구조조정으로 인력은 모자라고, 숙련되지 않은 노동자들을 아주 위험한 방식으로 일을 시키고 있다고 했다. 심지어 천천히 달리는 열차에 매달려 타고 뛰어내려 작업을 한 뒤 다시 뛰어오르는 (‘비승비강’) 작업까지 한다고 했다.[공항철도 노동자 다섯 명의 처참한 죽음 끔찍한 이윤추구 시스템이 죽였다]

공항철도는 사실 수익성을 떠나 국제공항과 수도권을 잇는 철도라는 명분을 가지고 출발한 사업이다. 이런 정책목표는 정부의 부외금융 수단인 민영화를 통해 추진되었지만 –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가 다양하게 혼합된 원인으로 인한 – 형편없는 운영실적 때문에 정부보조 규모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자, 정부는 시설을 코레일에 넘기는 또 다른 부외금융 방식으로 사업을 합리화(!)시킨 것이다. 코레일은 이에 조속한 사업정상화를 위해 인용기사에서 보는 것처럼 가혹하게 허리띠를 조여 왔다. 그 와중에 벌어진 철도노동자들의 죽음에서 정부의 ‘부실자산 떠넘기기’와 코레일의 허리띠 죄기는 얼마나 영향을 미쳤을까?

한편 코레일의 한 간부는 한 언론사에 기고한 칼럼에서 공항철도를 민영화 실패의 대표사례로 비판하고 있다. 이 비판은 ‘KTX일부구간 민간위탁’을 비판하는 근거로 삼기 위함이다. 개인적으로 두 사업은 단순비교에 무리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일리가 있는 항변도 있다. 문제는 “공기업”이라는 코레일 또한 공항철도 사업자처럼 ‘시장의 실패’와 ‘정부의 실패’가 공존하며, 채산성이란 목표가 공익성에 앞서는 기업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즉, 코레일은 예전에도 노동자를 탄압하는 공기업으로 악명이 높았는데, 당시 사장은 “민주투사” 이철이었다. 그러면서도 정부의 요구에 의해 부실자산을 떠안는 공기업의 역할(?)에도 충실했다.

국가기간산업이라는 특성 때문에 수익성을 떠나 정책적 목표를 가지고 추진되었던 철도산업은 철도청이 공사로 전환한 이후, 본격적으로 채산성의 논리가 적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공사는 여전히 공익적 목표를 유지하였겠지만 독립채산제가 된 공사의 특성상 인력 외주화 등 민간기업과 다를 바 없는 가혹한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제표를 개선해온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진정 공익성을 이유로 KTX의 민영화를 반대한다면, 노동자의 죽음에 원인제공을 한 코레일 자체의 非공익적 체계에 대한 반성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