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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그림자 금융 위기

서구 경제계나 언론이 요즘 중국경제에 관하여 가장 주목하는 부문은 금융부문이다. 이들은 그중에서도 특히 엄격한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도 금융으로 기능하고 있는 그림자 금융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중국 ‘그림자’ 대출기관, 위기 모면했지만”이라는 글을 통해 중국의 그림자 금융의 위험함을 경고하고 나섰다. 보도된 바에 따르면, 이러한 그림자 금융은 신용위기 전의 미국의 상황과 비슷하다는 점이 많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우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기사가 소개하고 있는 중청신탁 사례는 과거의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자산처럼 급증하고 있는 신탁의 자산이 석연치 않은 과정을 통해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갖게 한다. 중청신탁의 경우에는 투자대상이 광산업체인 ‘젠푸에너지그룹’이었다. WSJ에 따르면 해당 회사는 석탄 가격 급락과 지역민원 등으로 채산성이 악화되었음에도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투자자의 도움을 얻어 700여명의 투자자가 약간의 이자만 손해보고 원금을 회수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데이빗 쿠이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중국담당 전략가는 “문제는 쓸모없는 프로젝트에 투입된 대출이 너무 많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하는데, 중청신탁의 자산도 그런 자산 중에 하나가 될 뻔 했으나 돌연 익명의 투자자의 도움으로 생명이 연장된 셈이다. 이 신탁의 33%를 국영 중국인민보험공사가 소유하고 있고, 젠푸 투자상품의 대리인이 중국공상은행이었다는 점에서 그 구원투수의 정체성을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정통파가 아닌 꼼수파 구원투수인 점이 한계다.

공식적으로 중국은 2013년 4분기에 전년 대비 7.7% 성장하여 정부의 목표 7.5%를 상회했다. 하지만 도시 거주자의 실질 가처분소득 연성장률이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는 등 내수기반은 경제성장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중국경제는 이런 수요 공백을 그림자 금융을 통한 필요 이상의 투자로 메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금융이 투자자에게 원금을 돌려주지 못할 때 환매나 신규투자 금지, 대리은행의 건전성 악화 등 신용위기 당시의 풍경이 재연될 수도 있다.

“재무제표를 믿지 마라.”

서로 상쇄하는 것으로 추측되는 재구매 계약과 같은 그러한 거래들은 금융안정성위원회에 따르면 2002년 이후 거의 두 배가 된 그림자 금융 시스템의 일부다. 개념상의 가치가 위험의 수준을 과장하는 반면, 네팅은 이를 과소평가하게 하고 은행에 감춰진 레버리지를 제공한다고 예일 대학의 재무 교수인 개리 고튼이 말했다. “그들의 재무상태표만 봐서는 은행들이 얼마나 크고 어떤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고튼의 말이다. “우리는 위험이 어디에 존재하는지 정말 알 수가 없어요.” 리먼의 추락 이후 몇 년 간 위험을 감추는 은행들의 능력은 런던 고래라 알려진 한 트레이더가 2012년 그의 포지션이 지나치게 컸기 때문에 벌어진 잘못된 방향의 파생상품으로의 베팅으로 입은 JP모건의 62억 달러의 손실에서 드러났다. 이 거래의 개념상의 가치는 1500억 달러에 달했는데 미국에서 가장 큰 이 은행의 재무상태표에는 훨씬 적은 금액으로 표시되어 있었다.[Banks Seen at Risk Five Years After Lehman Collapse]

재무제표는 한 회사의 재무 상태를 보여주는 기본적인 정보이기에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제주체의 현황을 알려주는 가장 유용한 수단으로 간주되고 있다. 물론 재무제표를 아무리 정밀하게 꾸미더라도 소위 인적자원이나 지적재산권과 같은 무형적인 회사의 정확한 가치를 알려주는 데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는 한 이 수단을 계속 애용될 것이다. 하지만 고튼 교수가 이야기하듯이 그 유용성이 날로 퇴색되는 것은 사실이다.

오늘날 경제주체들은 프로젝트파이낸스, 파생상품과 같은 다양한 부외(簿外)거래를 통해 재무제표 상의 수치를 악화시키지 않는 상황에서 경제행위를 영위한다. 인용문에서 말한 것처럼 이러한 거래가 관념적으로 다소 과장된 수치로 표시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러한 거래들이 네팅이나 도관체 거래를 통해 재무제표에 표시되지 않는 것은 분명 중대한 문제다. 이런 지저분한 행위로 가장 유명한 업체가 엔론이겠지만 사실 그들이 예외적인 것도 아니다.

지난 5월 중국은행감독관리위원회(CBRC) 관리들은 올해 중국 경제에서 발생하고 있는 신용 중 상당 부분이 그림자 금융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많은 경우 은행들이 이를 처리하고 있으나 재무제표에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빈드라에게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자산관리 상품으로 만들어진 대출이 잘못될 경우 규제당국과 투자자들은 은행들이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할 것이라 기대할 것이고 따라서 자본이 타격을 입게 된다.[중국의 부채 급증, 되짚어보는 과거 금융위기]

이제 중국이 그러한 관행을 본받아 새로운 거품을 조성하고 있다는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사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신용위기와 같은 상황으로까지 악화되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이런 상황이 중국에 “좀비 기업과 좀비 은행”을 만들어내며 중국경제를 위험에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인도와 달리 흑자국이라 아직까지는 걱정이 덜하지만 분명 문제는 문제다. 또한 미국에서나 중국에서나 재무제표를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은 일종의 체제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