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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깜짝 실적 비결의 미스터리

조선일보의 “[심층분석] 기아차, 세계최고 ‘깜짝 실적’ 비결은?”이라는 기사 중 일부를 적어본다.

기아차 김득주 이사는 “매출 원가가 낮아진 이유는 기아차가 다각적인 원가혁신 활동을 벌인 데다, 노조 협조로 생산성 개선을 이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vs

기아차가 좋은 실적을 내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노사갈등이다. 기아차 이재록 전무는 “하반기 가동률을 95%까지 끌어올릴 방침인데, 파업이 지속되면 실적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기자가 인터뷰하고 인용한 전무와 이사의 의견이 서로 다르다. 기자는 어떤 주장을 하고 싶은 걸까?

강성노조 때문에 GM이 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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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nCen” by Yavno at en.wikipediaOwn work (Original caption: “I created this image entirely by myself”). Licensed unde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하버드비즈니스스쿨의 John Quelch 교수가 최근 How General Motors Violated Your Trust 라는 글을 통해 GM이 왜 망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어느 변방 나라의 어느 장로님이 노조를 GM이 망하게 된 주원인으로 지적하였고 언론이 ‘노조경제학’ 운운하면서 화답한 것과는 사뭇 다른 해석이다. John Quelch가 제시한 GM이 망한 여덟 가지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Focus on products, not customers.(소비자가 아닌 생산물에 집중한 것)
2. Too many products, too many brands.(너무 많은 생산물, 너무 많은 브랜드)
3. Too many dealers.(너무 많은 딜러들)
4. Losing market control.(시장통제의 상실)
5. Bigger is better.(더 클수록 좋다)
6. No global brand.(세계적 브랜드의 부재)
7. Not invented here.(여기서 발명되지 않았다)
8. Finance focus.(재무에의 집중)

정확한 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Quelch 교수가 거론한 이유들을 보면, 거대기업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교과서적인 관료주의의 오류들을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혁신부재 상황은 노동자가 경영에 참가할 수 있는 여지가 많지 않는 한에는 상당부분 경영진의 잘못이다. 그러한 상황을 우리 통치자와 언론은 노동탄압의 도구로 사용하려 하고 있는 현실이 씁쓸할 따름이다.

본 글에는 노조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지만 댓글을 보면 노조에 관한 언급도 등장한다. 주요 댓글을 살펴보자.

I’m surprised (well, not really) there was no mention of the terrible union deals.(Nick)
형편없는 노조와의 협약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이 놀랍다(음 사실은 아니지만).(Nick)

I have to disagree with Nick. “…terrible union deals…” have little to do with the current situation at GM. On the contrary, I believe that unions deserve to as for even more money. The bulk of overhead is not in the union salaries, but in management and managerial bonuses. So, cutting down on managerial overhead is the way to go. By the way, Lucent did just that – they laid of 1000 managers.(Aleksey)
나는 Nick의 견해에 반대한다. “..  형편없는 노조와의 협약 ..”은 이번 GM사태와 거의 관련이 없다. 그와 반대로 나는 노조가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는다. 엄청난 간접비에 노조의 임금은 없었다. 그러나 관리자급과 경영진의 보너스는 있었다. 그러므로 경영진의 간접비를 삭감하여야 하는 것이 가야할 방향이다. 그런데 Lucent는 그저 1000명의 관리자를 해고했을 뿐이다.(Aleksey)

진실은 알 수 없다. 내가 알기로도 분명 미국의 자동차 노조는 어느 노조보다도 강력한 협상력을 가지고 있는 노조였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요구하였을 것이다. 그러한 대가가 위의 Aleksey가 말하듯 충분히 받을 자격이 있는 정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분명한 사실은 한 기업의 흥망성쇠가 오로지 강성노조의 횡포나 굴복에 좌지우지하는 것 인양 호도하는 반노동적 기업관으로는 상황을 전혀 개선시킬 수 없다는 사실일 것이다. 노조를 기업몰락의 원흉으로 보는 이가 국민은 어떻게 볼지 또 한번 걱정스럽다.

노동자 출신 의원이 하나도 없다는 이용득 위원장님께 부탁 하나

이런 남씹는 포스팅 자제하려고 했는데 참세상의 기사를 읽다보니 어이가 없어서 불가피하게 다시 한 번 ‘한국노총의 이명박 지지 사건(해프닝, 사태, 쇼 whatever)’에 대해서 한마디 하려 한다.

참세상 기사에 따르면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께서 “한국노총 출신들이 한나라당에 많이 가면 많이 갈수록 좋다”며 한나라당에 내년 총선 공천권을 요구할 뜻을 밝히셨다고 한다.

이렇게 속내를 거칠 것 없이 화끈하게 밝혀버리니 그 기상이 놀랍다. 그동안 혼자서 ‘이명박 지지가 한국노총이 차기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공천권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지만 설마 그럴까 싶고 그런 이야기하면 음모론 주장하지 말라고 욕먹지 않을까 생각되니까 그런 소리는 하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했던 나의 소심함이 부끄러워진다.

모름지기 사람은 이래야 된다. 이렇게 화끈하게 자기 속내를 드러내는 사람을 요새는 보기 어려웠다. 다들 자기 욕심 때문에 무언가를 하면서도 다들 나라를 위하고 민족을 위한다고 중언부언하지 않았던가.

근데 아무튼 그 공천대상자가 이용득 위원장 자신은 아니란다. 정계진출을 하지 않겠다고 수십 차례 공약했대나.(안할 줄로 믿고 있겠습니다만 갑자기 이회창이 떠오르네)

그런데 한 가지 재밌는 대목이 있다. 이 위원장이

“사용자 출신들은 많이 있는데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한나라당과 그런 얘기를 해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한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일단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은 우리의 ‘액면 노동자, 행동 노동자, 복장 노동자’의 골수 노동자 의원인 단병호 의원이 있지 않은가. 그 외에도 심상정 의원도 노동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고 노동현장에서 헌신하다 온 이들로 치면 그 수가 상당수를 헤아린다. 막말로 한나라당에 배일도 의원도 노동자 출신이고 더 올라가자면 김문수 경기도 지사도 노동자 출신이다.(도바리를 까서 그렇지)

하여 나는 이용득 위원장이 이야기하는 “하나도 없다는 노동자 출신 의원”은 어떤 노동자 출신 의원을 말하는 것인지 참 궁금하다.(혹시 이명박 후보가 말씀하셨던 바이올린을 연주해서 금속노조에 소속된 금속노조 소속 예술노동자 출신 의원? 그런 분은 아마 국회에 없지 싶다.) 그렇지만 뭐 굳이 혼자서 또 추측을 하자면 ‘노동자 출신이 없다는 것이 국회에서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고 있다는 말을 하려고 하는 것 아니었겠냐는’ 것까지 짐작을 해볼 수 있겠다. 이런 추측은 다음의 이 위원장 말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노조 위주의 정책정당이 없다. 민주노동당은 한국노총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

결국은 자신이 보기에 한국노총과 (이념상 또는 정서상 또는 감정상) 거리가 있는 민주노동당과는 이참에 담쌓고 – 덤으로 민주노총하고도 담쌓고 – ‘노조 위주(?)’의 정책정당의 교두보 확보의 일환으로 우선 한국노총 출신 노동자가 의원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한나라당에 애정공세를 펼치겠다는 이야기로 짐작된다.

결국 이용득 위원장으로 대표되는 한국노총의 기조는 ‘진보와 보수 양 날개를 구성하는 노사정 공동체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한나라당과 공동보조를 펼쳐나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진보는 ‘한국노총’, 보수는 ‘한나라당’인 셈이다. 상생의 정치, 뭐 그런 것 같다.

건투를 빌어주고 싶다. 지난 선거에서는 녹색사민당인가 하는 정당 만들었다가 티끌만한 주목도 받지 못한 채 스러져간 아픈 추억이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노동자의 반노동자 후보 지지’라는 쇼킹한 제목의 해프닝으로 주목을 끄는데 성공하지 않았는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었다 한들 그것이 전적으로 한국노총의 지지 덕분이라고 이 대통령 당선자께서 생각하실 리 만무하리라 여겨지지만 열심히 당사를 출입하면 전국구 자리 말석으로 두어 개는 얻을지 모르겠다. 그렇게만 되면 녹색사민당 시절보다는 성공한 것이리라.

그리고 그렇게 국회 입성하시게 될 경우를 대비하여 지금 부탁말씀 드리자면 부디 한나라당 출신 의원을 배출하시더라도 ‘노동자를 위한 노동자 의원’이 되어 주십사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투명인간으로 여기는 것인지 어떤 것인지 ‘하나도 없다는 그 노동자 출신 의원’ 들이 또는 ‘새로운 노동자 출신 의원’들이 차기 국회에 다시 입성한다면 그들과 손잡고 일하시기 바란다. 가진 자들의 정당 한나라당에서 노동자 출신 의원이라는 희소성에 안주하지 마시고….

참세상 기사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id=418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