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출신 의원이 하나도 없다는 이용득 위원장님께 부탁 하나

이런 남씹는 포스팅 자제하려고 했는데 참세상의 기사를 읽다보니 어이가 없어서 불가피하게 다시 한 번 ‘한국노총의 이명박 지지 사건(해프닝, 사태, 쇼 whatever)’에 대해서 한마디 하려 한다.

참세상 기사에 따르면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이석우입니다’에 출연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께서 “한국노총 출신들이 한나라당에 많이 가면 많이 갈수록 좋다”며 한나라당에 내년 총선 공천권을 요구할 뜻을 밝히셨다고 한다.

이렇게 속내를 거칠 것 없이 화끈하게 밝혀버리니 그 기상이 놀랍다. 그동안 혼자서 ‘이명박 지지가 한국노총이 차기 총선에서 한나라당의 공천권을 염두에 두고 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들지만 설마 그럴까 싶고 그런 이야기하면 음모론 주장하지 말라고 욕먹지 않을까 생각되니까 그런 소리는 하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했던 나의 소심함이 부끄러워진다.

모름지기 사람은 이래야 된다. 이렇게 화끈하게 자기 속내를 드러내는 사람을 요새는 보기 어려웠다. 다들 자기 욕심 때문에 무언가를 하면서도 다들 나라를 위하고 민족을 위한다고 중언부언하지 않았던가.

근데 아무튼 그 공천대상자가 이용득 위원장 자신은 아니란다. 정계진출을 하지 않겠다고 수십 차례 공약했대나.(안할 줄로 믿고 있겠습니다만 갑자기 이회창이 떠오르네)

그런데 한 가지 재밌는 대목이 있다. 이 위원장이

“사용자 출신들은 많이 있는데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한나라당과 그런 얘기를 해 나갈 것”

이라고 말했다 한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일단 노동자 출신 국회의원은 우리의 ‘액면 노동자, 행동 노동자, 복장 노동자’의 골수 노동자 의원인 단병호 의원이 있지 않은가. 그 외에도 심상정 의원도 노동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고 노동현장에서 헌신하다 온 이들로 치면 그 수가 상당수를 헤아린다. 막말로 한나라당에 배일도 의원도 노동자 출신이고 더 올라가자면 김문수 경기도 지사도 노동자 출신이다.(도바리를 까서 그렇지)

하여 나는 이용득 위원장이 이야기하는 “하나도 없다는 노동자 출신 의원”은 어떤 노동자 출신 의원을 말하는 것인지 참 궁금하다.(혹시 이명박 후보가 말씀하셨던 바이올린을 연주해서 금속노조에 소속된 금속노조 소속 예술노동자 출신 의원? 그런 분은 아마 국회에 없지 싶다.) 그렇지만 뭐 굳이 혼자서 또 추측을 하자면 ‘노동자 출신이 없다는 것이 국회에서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고 있다는 말을 하려고 하는 것 아니었겠냐는’ 것까지 짐작을 해볼 수 있겠다. 이런 추측은 다음의 이 위원장 말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노조 위주의 정책정당이 없다. 민주노동당은 한국노총과 상당히 거리가 있다”

결국은 자신이 보기에 한국노총과 (이념상 또는 정서상 또는 감정상) 거리가 있는 민주노동당과는 이참에 담쌓고 – 덤으로 민주노총하고도 담쌓고 – ‘노조 위주(?)’의 정책정당의 교두보 확보의 일환으로 우선 한국노총 출신 노동자가 의원 공천을 받을 수 있도록 한나라당에 애정공세를 펼치겠다는 이야기로 짐작된다.

결국 이용득 위원장으로 대표되는 한국노총의 기조는 ‘진보와 보수 양 날개를 구성하는 노사정 공동체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한나라당과 공동보조를 펼쳐나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진보는 ‘한국노총’, 보수는 ‘한나라당’인 셈이다. 상생의 정치, 뭐 그런 것 같다.

건투를 빌어주고 싶다. 지난 선거에서는 녹색사민당인가 하는 정당 만들었다가 티끌만한 주목도 받지 못한 채 스러져간 아픈 추억이 있었지만 이번만큼은 ‘노동자의 반노동자 후보 지지’라는 쇼킹한 제목의 해프닝으로 주목을 끄는데 성공하지 않았는가.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었다 한들 그것이 전적으로 한국노총의 지지 덕분이라고 이 대통령 당선자께서 생각하실 리 만무하리라 여겨지지만 열심히 당사를 출입하면 전국구 자리 말석으로 두어 개는 얻을지 모르겠다. 그렇게만 되면 녹색사민당 시절보다는 성공한 것이리라.

그리고 그렇게 국회 입성하시게 될 경우를 대비하여 지금 부탁말씀 드리자면 부디 한나라당 출신 의원을 배출하시더라도 ‘노동자를 위한 노동자 의원’이 되어 주십사 하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투명인간으로 여기는 것인지 어떤 것인지 ‘하나도 없다는 그 노동자 출신 의원’ 들이 또는 ‘새로운 노동자 출신 의원’들이 차기 국회에 다시 입성한다면 그들과 손잡고 일하시기 바란다. 가진 자들의 정당 한나라당에서 노동자 출신 의원이라는 희소성에 안주하지 마시고….

참세상 기사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id=41862

5 thoughts on “노동자 출신 의원이 하나도 없다는 이용득 위원장님께 부탁 하나

  1. 엽기민원

    이젠 정확히 빠이빠이 하면서, 소속 노조들중에 좀더 투쟁적인 노조들이 민주노총으로 탈퇴해야 할듯…

    아는 분이 그러더군요…

    “개가 똥을 끊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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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솔직히 이렇게 확 커밍아웃 하는 편이 장래의 노동운동을 위해서도 좋다고 봅니다. 그동안 괜히 민노당이나 민노총이 그 쪽에 약간은 비굴하게 굴었던 측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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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엽기민원

    아참. 비밀글로 남겨둡니다.

    제가 하는 영화웹진중에 http://0jin0.com 이란 것이 있는데 혹시 가능하다면 필진으로 참가하시는 건 어떠하실런지…

    님의 글이 재미도 있고, 명확하며, 특히 영화에 많은 식견이 있다고 느껴져서 찔러봅니다.
    ^^ 혹시 가능하시면 0jin0.admin@gmail.com 으로 연락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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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moONFLOWer

    처음에 지지성명을 냈을 때부터 일견 짐작하지 않은바는 아닙니다만, 대놓고 이러니 괜히 ‘내 짐작이 맞았지?’ 이런 생각보다 그냥 허탈한 느낌이 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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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위에도 썼지만 어떤 면에선 잘 될 일입니다. 이렇게 전부들 속시원하게 커밍아웃을 해주면 괜히 사람 헷갈릴 일 없을테니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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