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체제에서의 공공기관의 공공성에 관하여

미국 주택금융시장의 큰 손인 이른바 ‘정부보증회사(GSEs:Government sponsored enterprise)’ 패니메(연방저당협회 : Federal National Mortgage Association)와 프레디맥(연방주택대출저당공사 : Federal Home Loan Mortgage Corp.)이 유동성 위기설에 휘말리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였고 미국의 부동산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 시장에서 프라임 시장으로 옮겨갈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또 다시 미국정부는 두 기관을 국유화 내지는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가 하면 주식시장에서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5일(현지시간) 미국의 양대 국책 모기지 기관인 패니매와 프레디맥 등의 주식에 대한 공매도를 제한하기로 했다.(관련기사)(주1)

패니메와 프레디맥은 어떤 회사인가? 이들은 주택과 관련된 대출을 일으키거나 보증을 설 수 있는 기능을 하는 주식회사다. 패니메는 프랭클린 루즈벨트가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1938년 설립한 정부기관이었다. 이 기관은 그뒤 30년간 미국의 2차 모기지 시장에서의 독점기관이었다. 1968년 베트남전의 전비 등으로 예산압박을 받은 정부는 패니메를 민영화시키고 상장하였다. 1970년 패니메와 똑같은 일을 수행하는 프레디맥이 탄생하였다. 이들은 2차 시장에서 모기지를 사서 이른바 모기지를 채권으로 하는 증권 MBS(mortgage-backed securities) 상품을 기획하여 공개시장에서 투자자들에게 판매한다. 즉 부동산의 증권화(securitization)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이들은 시장의 과점을 형성하고 있는 회사인데 그렇게 강자로 행세할 수 있는 배경은 바로 앞서 말한바와 같이 이들이 ‘정부보증회사(GSEs:Government sponsored enterprise)’라는 독특한 지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이 두 기관은 마치 사기업인 것처럼 주식이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월스트리트에서는 누구나 이들 기관이 도산할 가능성에 대비해 미국 정부가 암묵적인 보증을 서고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이 암묵적 보증으로 인해 두 기관은 싼 비용의 자금 차입을 통해 차입 비중을 높일 수 있다.

Financial Times 에서는 바로 이러한 점을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지난번에 나역시 주장한 바와 같이(!) 미국은 실질적으로 사회주의 국가라는 것이다.

사회주의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미국에서 실현되고 있는 버전은 내가 아는 한 가장 기만적인 것이다. 정직하고 용기 있는 사회주의 정부라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을 것이다. : 이는 사회적 목적(주택소유자들의 자금조달, 월스트리트의 나의 친구들을 돕기)의 의의가 있다; 그러므로 나는 지원을 할 것이다; 그리고 조달을 위해 추가적인 세금(또는 공공지출의 삭감)이 있을 것이다.

There are many forms of socialism. The version practiced in the US is the most deceitful one I know. An honest, courageous socialist government would say: this is a worthwhile social purpose (financing home ownership, helping my friends on Wall Street); therefore I am going to subsidize it; and here are the additional taxes (or cuts in other public spending) to finance it.[Time for comrade Paulson to pull the plug on the Fannie and Freddie charade, FT.com, 2008.7.12]

한편으로 극우적 음모론자의 냄새가 풍기기도 하는 이 기사는 패니메와 프레디맥의 정부보증회사라는 독특한 지위로 인한 시장의 비효율에 대한 우파들의 전형적이고 신랄한 공격이다. 이러한 분위기와 관련해 폴 크루그먼은 “Ideology and GSEs”라는 글에서 이번 사태가 이념적 논쟁으로 비화되는 것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당신이 여기서 알 필요가 있는 사실은 우익들이 – WSJ 사설, 헤리티지 등 – 패니와 프레디를 매우, 매우, 매우 싫어한다는 것이다. [중략] 그러나 패니가 주택시장에서의 핼리버튼인가?(주2) 꼭 그렇지는 않다. 원칙적으로 정부보증회사의 투자의 일면적 특성은 거대한 도덕적 해이를 낳을 수는 있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 정부보증회사의 현실상의 특권남용은 제한적이었던 것 같다.

What you need to know here is that the right – the WSJ editorial page, Heritage, etc. – hates, hates, hates Fannie and Freddie. [중략] But is Fannie the Halliburton of the housing market? Not quite. In principle, the one-sided nature of the GSE’s bets could have produced enormous moral hazard, but in practice the GSE’s actual abuse of privilege seems to have been limited.[Ideology and the GSEs, Paul Krugman, 2008.7.14]

폴 크루그먼은 패니메와 프레디맥의 독특한 위치에 대해 긍정하는 편이고 이들에 대해 정부가 어떠한 형태로든 지원이 있어야 하며 그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이들 회사의 특권남용이 제한적“이었던 같다(seems)”라고 변호하고 있다.

그러나 Doug Henwood 의 책을 살펴볼 것 같으면 그들의 특권남용이 꼭 제한적이라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파니 메이와 프레디 맥은 그들이 누리는 특혜적 지위를 계속 보장받기 위해 통상적인 로비 활동을 아주 특별하게 활용한다. 예를 들어 1996년에 파니 메이는 전 회장이 클린턴 후보 진영의 예산팀을 지휘하게 되자, 자금에 쪼들리는 봅 돌 공화당 후보 진영에 홍보 전문가를 자원봉사자 방식으로 파견했다. 파니 메이의 로비스트 명단에는 민주, 공화 양당의 전직 상원의원, 하원의원, 백악관 관리들이 두루 포함돼 있고, 선거자금 기부도 적극적으로 한다. 이 기관은 또 두둑한 자문 계약료의 유혹을 앞세워 학자들과도 교분을 맺는다. 이는 연준과 세계은행도 활용하는 방법이다. 미국 의회 예산국의 추정에 따르면 연방정부의 암묵적인 보증으로 가능해진 파니 메이와 프레디 맥의 저금리 혜택 가운데 3분의 2는 차입자들에게 전가되며, 나머지 3분의 1은 이들 기관의 경영자나 주주들에게 돌아간다.[월스트리트 누구를 위해 어떻게 움직이나, Doug Henwood, 이주명 옮김, 사계절, 156p)

결국 이들 기관들의 독특한 지위와 일반기업 못지않은 적극적 로비를 통한 저금리가 어쨌든 차입자 들에게 혜택을 주기는 했지만 또 그 상당부분이 주주와 경영자들의 몫이 되었다는 사실은 폴 크루그먼의 변호에도 불구하고 (비록 극우들은 사회주의라고 비난하고 있지만) 자본주의 내에서의 공공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완전히 무관하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특히 특혜적인 저금리는 완전한 공공기관도 아닌 민영화된 정부보증회사라는 어정쩡한 상태에서 시장의 비효율, 그리고 그것이 누적되어 결국 80년대 미국의 저축대부조합 때의 사태보다 더 커다란 규모의 구제금융에 나설 수밖에 없을 처지에 몰리기까지 위험이 감추어져졌다는 개연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이를 두고 “부자들을 위한 사회주의(socialism for the rich)”라고 비아냥거리고 있지만 나는 “부자들을 위한 관료주의”라고 부르고 싶다.

즉 어쩌면 자본주의 내에서의 공공기관의 역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덜 공공적일지도 모르며, 우리는 그러한 기관들이 취해온 행태를 사회주의적이냐 자본주의적이냐 라기보다는 그 기관의 존재의의를 위한 임무수행보다는 내부조직의 온존과 안위에 초점이 맞춰지는 관료주의의 관점에서 고찰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 살펴볼 수 있는 그 한 사례가 최근 이른바 공모PF사업에서 발주처라 할 수 있는 공공기관이 사업신청자가 자신들에게 지불할 땅값에 가장 큰 평가비중을 둔 것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공공’기관이 땅장사를 한 것이다. 그 피해자는 물론 향후 그 개발단지의 입주자다.

(주1) 그동안 헤지펀드가 이러한 공매도 방식으로 막대한 이익을 취해왔던 것을 생각해보면 비록 두 기관의 주식거래에 국한되기는 하였지만 이는 실로 혁명적인 조치가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주2) 이는 말할 것도 없이 딕체니 정부하에서 온갖 특혜를 받아 그야말로 말그대로의 정부보증회사나 다름없는 세계 유수의 건설회사이자 군사기업 핼리버튼의 현재의 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물론 핼리버튼이 정부보증회사라는 사실은 WSJ도, 헤리티지도, 그리고 파이낸셜타임즈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13 thoughts on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공공기관의 공공성에 관하여

  1. 늦달

    자주 가는 블로그에서 퍼온 글입니다.

    “Fannie and Freddie are insolvent and the Treasury bailout plan (the mother of all moral hazard bailout) is socialism for the rich, the well connected and Wall Street; it is the continuation of a corrupt system where profits are privatized and losses are socialized.”

    화니와 후레디는 지불불능사태에 빠졌으며 재무성의 구제책은 모든 도덕적해이의 근원이자 부자들과 정실자본 그리고 월가를 위한 사회주의다. 이것은 면면히 계속되어 온 부패한 시스템의 반복이며 그 부패한 시스템하에서 이익은 사유화되고 손실은 공유되어 온 것이다.

    이 말은 뉴욕대 루비니 교수가 했습니다. 우리나라 티비에도 나온 적이 있는 분이죠. 가장 직설적이고, 실날한 비판이지만, 사실 해답은 뻔한 것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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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기왕이면 링크도 달아주셨으면 좋았을 걸요. 뉴욕대학 루비니 교수.. 많이 들어봤는데 현 체제에 대한 대표적인 비관론자던가요? 여하튼 저는 취지야 어찌 되었건 간에 ‘이익은 사유화되고 손실은 공유되어 온’ 것을 두고 부패=관료주의=사회주의 라는 등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전형적인 반공적인 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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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거

    제가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기에, 이 문제에 관해 쉽게 시비를 가릴 수가 없군요.
    분명 도덕적 해이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문제지만, 폴 크루그먼이 이틀 뒤에 쓴 반박의 내용도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이윤은 사유화되고 손실은 공중에게 돌아간다는 것의 전제는 이윤내는 과정에서는 기업이 마음대로 할 수 있었어야 함을 전제로 하는데, 폴 크루그먼 주장은 사실 위험 요인을 막기 위해 정부가 이 두 곳을 아주 강하게 규제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So whatever bad incentives the implicit federal guarantee creates have been offset by the fact that Fannie and Freddie were and are tightly regulated with regard to the risks they can take. You could say that the Fannie-Freddie experience shows that regulation works. [Fannie, Freddie and You:http://tinyurl.com/6xj8sl%5D
    어찌됐건 이 시점에서 페니메이와 프레디맥을 시장의 원리로 그냥 내버려 두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그게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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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저 역시 그곳 시스템의 돌아가는 원리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누가 옳다 그르다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것의 원인에 대해 ‘부자를 위한 사회주의’라고 비아냥거리는 친구들은 좀 말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미국은 패니메와 프레디맥을 시장의 원리에 맡겨놓지 않을 것입니다. 대체 자본주의 시장에서 시장의 붕괴와 신용의 붕괴에 직면하였을 때에 시장의 원리에 맡겨놓은 사례를 찾기가 더 쉽지 않으니까요.

      이번 삼성 판결만 해도 재벌 붕괴를 사법부가 온몸을 바쳐 막아내지 않았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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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거

    아참 폴 크루그먼의 주장이 전적으로 옳다는 말은 아닙니다.
    그리고 재미난 것은 이데올로기적 관점에서 이 사태를 보면 어떤 해답이 나와야 할 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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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이데올로기적 관점에서 보면 가끔 좌파들내에서도 자본주의내의 공공기관이 ‘그래도 나름 공공적’이라는 이유로 그들 기관의 이윤추구행위나 관료적 행위를 옹호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철저히 관료주의적 행위와 공공적 행위를 구분하여 사고하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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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beagle2

    저도 요 며칠간 올라왔던 관련 기사들을 읽으면서 미국 언론과 학자들이 토해내는 은근한 뉘앙스때문에 굉장히 불쾌했었어요.

    지금의 경제위기를 놓고 좌파 일각에선 신자유주의에 파산 선고를 내렸지만 그리고 저는 심정적으로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신자유주의에 안녕을 고하는 건 굉장히 힘들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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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oog

      신자유주의에 대한 대안이 그럼 무었이냐고 물었을 때는 그게 또 ‘낭만적인’ 좌파들이 상정하는 것처럼 조화스러운 국제협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그리 밝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그나마 대안적인 조치는 오히려 블록화, 경제 민족주의화/보호무역주의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2차대전 이후 서구가 자유무역 강화를 부르짖은 데에는 물론 이윤동기적인 측면도 있지만 이러한 블록화로 인한 상호갈등을 해소해보고자 하는 의도도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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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foog

    우리나라 외환보유고, 국민연금, 시중은행 등이 또 이 패니메와 프레디맥에 상당한 금액을 투자했더군요. 사실 투자자 관점에서 본다면 수긍이 갑니다. 세계 최고의 선진국 미국의 정부보증회사가 발급하는 채권을 안사면 어느 채권을 사겠습니까. 그런데 같은 신문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미국이 망한다는 데 돈을 거는 CDS가격이 급등하고 있다고 하네요. -_-; 또 같은 신문에는 사람들은 5년후 최고의 직업을 자산운용전문가로 꼽고 있다더군요. …. 복잡한 세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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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foog

    □ 우리원이 ‘08.1월말 현재 해외 증권화상품 조사에서 관련 채권 등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한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 ‘08.6월말 현재 이들 국내 금융회사들이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Fannie Mae 및 Freddie Mac에 투자한 exposure는 대략 5.5억달러로 잠정 집계되었음
    ◦ 종류별로는 Fannie Mae에 3.1억달러, Freddie Mac에 2.4억달러
    ◦ 권역별로는 은행 0.85억달러, 보험 4.65억달러임
    http://www.kif.re.kr/kif/SearchAll/OthersDetail.aspx?NodeID=402&ControlNo=48313&IsM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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