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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본위’와 ‘금환본위’

가끔 보면 경제적 식견이 상당한 분들도 ‘금본위(gold standard)’와 ‘금환본위(gold exchange standard)’를 혼동되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 그 개념을 정리해둔다.

IMF의 대출 및 정책 감독 기능은 고정 환율 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IMF에 관한 합의 조항>은 IMF 회원국들이 (IMF의 동의를 얻어) 통화 단위들 사이의 공식 환율을 결정하고 외환 시장 개입을 통해 시장 환율이 이 공식 환율을 중심으로 상하 1% 폭을 벗어나지 않도록 할 의무를 명시했다. 회원국들은 자국 통화의 대외 가치를 유지하는 방법으로서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다. 하나는 일정한 금 가격을 정해 놓고 민간이 원하는 대로 중앙 은행이 금을 사고 파는 방법이었고, 다른 하나는 중앙 은행이 외환 시장에 개입해서 다른 통화와의 교환비율(환율)을 일정 수준에 묶어 놓는 것이었다. 만일 대부분 회원국들이 첫 번째 방법을 선택한다면 브레턴 우즈 체제는 고전적인 금본위제도와 매우 유사한 체제가 될 것이었다. 만일 소수의 회원국들이 첫 번째 방법을 택하고 다른 대부분 회원국들이 첫 번째 방법을 택한 나라 통화와의 환율을 고정시키는 방법을 택하면 브레턴 우즈는 금환본위제도가 될 것이었다.
첫 번째 방법을 선택한 나라는 상당 규모의 금 스톡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국제 수지가 안정되어 있던 미국뿐이었다. 미국은 1온스 금=35달러의 비율로 금 태환성을 회복시켰고, 미국 이외의 나라들은 달러에 대한 환율을 고정시키는 방법을 택하게 되었다.
달러 환율을 고정시키기 위해서는 외환 시장 개입이 필요한데 미국 이외 나라들은 여기에 필요한 달러를 <준비 화폐 reserve currency>로 보유했다. 이렇게 해서 브레턴 우즈 체제느 유일한 금태환 통화인 달러를 <기축 통화 key currency>로 하는 금환본위제도로 출발했다.[차명수, 금융 공황과 외환 위기 1870-2000, 대우학술총서, 2000년, p141-142]

이 글에서 보듯이 브레턴우즈 체제는 미국만이 유일하게 금본위제도를 택하고 나머지는 달러를 기축통화로 자국의 환율을 고정시키는 금환본위제도를 채택한, 결국은 금환본위제도를 축으로 하는 체제였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금태환이라는 것은 하나의 심리적 기제였을 뿐 실제로는 ‘달러본위제도(dollar standard)’이었다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금환본위제도는 미국의 금태환 정지 선언으로 막을 내리지만 다른 대안이 없었던 다른 나라들이 여전히 달러를 기축통화로 인정하여 달러본위제도는 현재까지도 유지되어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개입 국가 이데올로기와 정부의 광범위한 시장개입은 브레턴 우즈 체제의 이 두 기둥을 무너뜨린 근본 원인이었다. 우선 미국 정부의 복지 예산 지출이 팽창하고 베트남 전쟁 개입이 심화되면서 미국 재정 적자와 국제 수지 적자가 확대되어 미국 밖의 달러 잔고가 급속히 누적되어 달러의 금태환성에 대한 의구심이 깊어지고 달러를 금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미국은 이에 대해 1971년 일방적으로 금태환 정지를 선언했고 이는 금환본위제도에 종지부를 찍었다.[같은 책, p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