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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인프라 자금시장에 대한 단상

그러나 환경친화적인 금융조달 프로젝트들이 부담이 되지는 않는다. “그 곳에는 유동성이 많아요.” 도이치뱅크의 프랭크 베커스의 말이다. “중동은 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들의 주요 펀딩 수단으로 프로젝트파이낸스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2006년과 2009년 사이 완결된 3,960억 달러의 중동 프로젝트들 중 약 57%가 대출과 채권으로 조달되었는데 전 세계적으로는 약 5%에 해당합니다.” 예를 들어 카타르는 최근 발표한 250억 달러짜리 철도 프로젝트를 조달할 수 있었는데, 독일의 철도 독점 기업 도이치반AG가 단독으로 4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Financing environmentally friendly projects, however, is not the burden. “The liquidity is there”, says Deutsche Bank’s Frank Beckers. “The Middle East uses project finance as a dominant funding strategy for infrastructure projects. Some 57% of the $396bn Middle Eastern projects completed between 2006 and 2009 were financed with loans and bonds compared to 5% globally.” Qatar, for example, can finance its recently announced $25bn railway project, of which Germany’s railway monopolist Deutsche Bahn AG holds 49% stake, alone.[출처]

도이치뱅크의 전문가(?)님 말씀대로 환경친화적 프로젝트들의 자금을 조달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지는 모르겠으나 그 근거가 해당 지역의 프로젝트 자금조달을 프로젝트파이낸스로 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은 좀 황당하다. 자금시장이 그만큼 발달해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는 논거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사회간접자본 금융조달의 창구가 그렇게나 많이 프로젝트파이낸스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 지역이 금융구조가 매우 좋지 않다는 사실을 설명해줄 뿐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한 나라 또는 지역의 사회간접자본 금융조달 시장에서 정부발주와 민간조달 시장이 어느 정도의 비율로 이루어져야 적절한지에 대해 불변의 답은 없다. 쌔처가 1980년대에 국공유재산 및 사회간접자본의 건설과 운영에 민영화 수단을 도입한 이후 그 효율성을 검증하기에는 아직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용문에도 나와 있다시피 대략 기존 누적치나 신규사업들 중에서 프로젝트파이낸스를 통해 조달하는 비중은 전체 사업의 5% 정도이며, 확실히 57%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치다.

프로젝트파이낸스의 기본개념은 해당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기초로 하여 자금을 조달한다는 원칙이지만 불가분 차주나 해당국가의 상환능력 및 신용도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중동지역이 저렇게 원활하게 프로젝트파이낸스를 활용할 수 있는 이유는 첫째, 해당 기법의 파이낸스가 발달해 있는 유럽과 지리적으로 인접해있다는 점과, 더 중요하게 그들에게 석유가 있다는 점일 것이다. 투자은행들은 최악의 경우 프로젝트 자체가 파산하더라도 해당 국가의 지급보증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동유럽보다는 사정이 나을지 모르겠다. 물론 동유럽도 자원의 보고로 알려져 있지만 중동은 이미 자원채취를 위한 시설이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기 때문에 여하한의 사태에 즉시 상환재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 석유자원만 믿고 멕시코에 돈을 빌려주었다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바람에 미국 은행들이 난리법석을 피웠던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자원과 현금의 디스매칭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석유도 없이 겁 없이 덤벼든 두바이와 산유국은 다르다 하지만 멕시코도 산유국이었다.

위기돌파의 대안으로써의 사회간접자본 투자

어쨌든 60~70년대 내내 케인즈는 여전히 논란거리였는데, 재정정책을 중심으로 보면 약간 구분이 쉬울 것 같다. 유럽의 사민주의 정당들은 케인즈주의를 받아들이면서 의료보험, 퇴직수당, 실업보험, 공공 교육 등의 방향으로 끌고 가려고 했다. 이를 케인즈 좌파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복지 국가’가 그 결과물이다. 반면 일부의 경제학자들은 군사에 대한 투자도 재정정책이라고 하면서 군산복합체를 결국 만들어내게 된 국방산업 그리고 고속도로와 같은 SOC 투자를 주장하였다. 이는 결국 국방산업과 건설업에게 상대적 특혜가 돌아가게 되는데, 이를 케인즈 우파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케인즈 좌파, 케인즈 우파, 그리고 명박파, 우석훈, 프레시안, 2008년 11월 10일]

우석훈씨에 따르면 “고속도로와 같은 SOC 투자”는 케인즈 우파의 재정정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분류법에 따르면 현 정부는 케인즈 우파적인 방식으로 현 위기를 돌파하려 하고 있다. 내년 예산중에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올해보다 26.7%나 늘린 24조7000억원으로 배정”하였기 때문이다. 이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대안이 아니긴 하다. 중국, 미국 등 주요국가들 역시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를 그들 나름의 뉴딜로 여기고 선제적으로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건설시장의 촉진이 진정 효과가 있는가 여부는 많은 갑론을박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전후방 산업연관 효과가 크고, 내수 진작에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사실은 큰 이견이 없다. 또한 사회간접자본은 장기적인 경제개발계획의 밑바탕을 구성하는 요소로 선제적이고도 거시적인 견지에서 접근하여야 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문제는 결국 위기상황에서조차 – 오히려 위기상황임을 핑계로 방기되지만 – 역시 균형개발과 양극화 방지책은 병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새해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가 정면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 74.8%는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가 주장하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증액’보다는 ‘중산층과 서민 구제 예산 증액’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 민정연은 “이러한 의견은 모든 지역과 직업군에서 75% 안팎으로 고르게 나타났으며, 한나라당 지지층도 SOC 예산(34.9%)보다는 중산층과 서민 구제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60.7%)이 훨씬 많았다”고 밝혔다.[국민 75% “SOC 확충보다 서민 예산 늘려라”, 데일리중앙, 2008년 12월 5일]

또 다시 우석훈씨의 분류에 따르면 국민 대부분은 케인즈 좌파식 해결법을 지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분배가 아닌 성장노선을 분명히 했던 정당과 대통령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정치적 투표성향과 모순되는 재미있는(?) 결과이긴 하지만 어쨌든 독특한 한국적 정서의 평등주의가 짙게 배어있는 결과이기도 하거니와 그만큼 현재 서민들의 삶이 고통스럽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는 이러한 국민정서를 유의미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정책적으로 배려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남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에 대해 회의적이지 않을까 생각되고 나 역시 회의적이다. ‘오해 정권’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만큼 이 정권 역시 이전 정권 못지않은 뚝심 정권이다. 다 본래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으나 뜻이 왜곡되어 전달되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라 민심을 오해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 식일 것이다.

그러나 혹시라도 정부관계자가 이 글을 본다면 드리고 싶은 충고가 두 가지 정도 있다. 첫째, 민심을 헤아려 전향적인 재분배 정책을 입안하라는 것이다. 재분배는 낭비가 아니라 향후의 지탱가능한 경제를 위한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소비 진작책이다. 둘째, 산업적인 안배의 측면에서 보자면 사회간접자본 확충도 분명히 필요하긴 하되 그것 이상으로 시급한 농업 살리기 대책을 강구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간접자본 스톡이 선진국에 비해 열등하다는 것이 사회간접자본 확충의 논리인데 그렇게 따지자면 농업은 더더욱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6%에도 미치지 못한다. 독일은 300%가 넘는다고 한다. 사회간접자본의 미비는 비효율을 초래하지만 농업의 자급기반 붕괴는 재앙을 초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