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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돈으로 환산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회

포털 사이트를 들락날락거리고 있는데 자꾸 눈앞을 괴롭히는 기사가 있었다.

“’우리별1호’ 개발자 200억대 거부로”

뭐 대충 이런 제목으로 같은 내용을 다룬 비슷한 기사제목도 여럿 이런 투였다.

‘500만원을 투자하여 몇 십억 대 부자로’ 이런 기사제목의 꼬임에 빠져 허탈한 기사 읽은 적이 몇 번 되는지라 애써 무시하고 넘어갔는데 끝내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기사를 열어보게 되었다.(아 이놈의 참을성 없음이란)

내용인즉슨 1992년 국내 첫 인공위성 ‘우리별 1호’를 우주에 올리는 데 성공했던 KAIST 출신 개발자들이 인공위성을 파는 회사를 설립하여 이번에 코스닥에 상장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 경우 대주주인 박성동 사장의 보유주식의 평가액이 200억 원 대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500만원으로 몇 십억을 굴렸다는’ 허황된 이야기는 아니라 훈훈한 미담이어서 그나마 낫다. 정부의 인공위성 지원 축소로 한때 실업자의 위기로 몰렸음에도 인공위성 개발의 꿈을 버리지 않은 젊은 과학자들의 성공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미담을 바라보는 언론의 태도다.

당초 이 기사를 열어보기 싫은 이유가 바로 언론이 그의 꿈을 돈으로 환산하였던 물신주의 때문이었고 결국 기사내용도 어떻게 치부를 하였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영 마뜩찮다. 일전에 ‘양수경 주식대박’, ‘방미 땅부자’ 이런 제목만 봐도 삼천리 기사가 허공을 배회하더니 이번에는 한 과학자의 꿈조차 돈으로 환원해버린 기사까지 나온 것이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 많이 번 것이 미덕인 것에 대해 부인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땅 투자로 100억대 부자가 된 39살 아저씨나 주식투자로 떼돈을 번 양수경 씨에게 정도나 돈 이야기를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본인도 물론 부자 되는 것 싫을 리야 없겠지만 나는 박성동 사장이 돈을 뛰어넘는 그 어떤 꿈의 성취를 위해 회사를 차렸다고 본다. 그런 사람의 성공까지 꼭 화폐가치로 환원해야 직성이 풀리는 이 언론, 이 사회가 왠지 염증이 난다.

이랜드, 국내가 아닌 홍콩에서 상장 시도

우리나라에서도 서서히 ‘사회책임투자’라는 표현이 회자되고 있는데 사실 개념상으로 그렇게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다. 예를 들어 주식펀드상품을 기획할 때에 그 투자기준을 사회적으로 도덕적이라고 인정받는 회사의 주식을 편입시키거나, 반대로 비도덕적이라고 인정받는 회사의 주식을 제외시키면 된다. 그 판단기준은 투자자나 운용사의 판단기준에 따라 다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만약 ‘oo자산운용사회책임투자펀드제1호’ 뭐 이런 제목으로 펀드가 하나 기획되었다고 가정해보자. 내가 펀드매니저라면 일단 투자부적격 기업 리스트에 삼성과 이랜드를 적어둘 것이다. 이들 기업은 각각 비자금 조성 등의 기업비리와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갈등 등 그들 업종에 있어서 치명적인 구설수에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구설수는 이익의 감소로 이어져 주가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실 이랜드는 비상장사다. 이 글에서는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위한 가정으로 상장사라 가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랜드 그룹이 곧 상장될 것이다. 재밌게도 상장된느 곳이 국내가 아니라 국외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그들의 계열사 이랜드상하이패션의 홍콩 증시 상장 허가를 받았다고 한다.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에는 상장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이라고 한다.

왜 홍콩에서 상장을 시도할까?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중저가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는 이랜드가 중국에선 꽤 고가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지오다노와는 반대의 케이스같다. 그러니 상장될 때 공모가격이 꽤 높으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여하튼 그래서 현지에서 꽤 인지도가 높은 관계로 국내 모그룹의 구원투수가 될 전망이라고 한다.

‘구원투수’가 무슨 말인고 하니 이랜드의 국내 장사는 현재 죽 쑤고 있다는 말이다. 지난해 이랜드그룹의 핵심 4개사의 실적은 줄줄이 악화돼 총 307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래서 신용평가기관은 여차하면 이랜드 계열사들을 투기등급으로 강등시킬 참이었다. 만약 이랜드의 홍콩시장 IPO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막대한 자금유입을 통해 이런 참사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 그룹의 계산이다.

이랜드의 실적악화의 이유는 역시 일차적으로 무리한 사세확장이다. 뉴코아, 까르프 등을 무리한 차입으로 인수하였고 비정규직 투쟁 등으로 영업실적까지 신통치 않다보니 실적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원인을 살펴보자면 위와 같은 갈등의 기저에 CEO 또는 경영진의 독단이 자리 잡고 있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제법 강경한 종교기업(?)으로 알려진 이랜드는 처음 이러한 이미지가 오히려 플러스요인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후 사세확장에서 드러난 여러 모습을 보면 이러한 강경노선이 초래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회장의 반노동적인 인식, 그에 상응하는 반노동자적인 회사정책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드러냈고 결론적으로 회사의 무리한 M&A 역시 그러한 회사의 의사결정 시스템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지 않은가 싶다.

앞서 사회책임투자펀드의 매니저의 입장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런 기업의 주식은 펀드에 편입시키지 않을 것 같다. 한국경제의 고질적인 병폐인 황제식 경영의 전형이 종교적 근본주의와 결합하여 회사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홍콩의 펀드매니저라면? 편입시킬 것이다. 현지에서는 이런 사실관계도 잘 모를뿐더러 오로지 브랜드이미지로만 승부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하튼 이랜드그룹의 입장에서는 홍콩 증시의 상장에 사활을 걸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 IPO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으면 한다. 경영진이 한번 혼쭐이 났으면 하는 생각도 있지만 어찌 되었든 기업의 쇠락은 나머지 열심히 일하고 있는 종업원들에게 엄청난 고통이기에 그 숨통을 틔워줄 필요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경영진들도 이번 기회에 회사경영에 대한 마인드를 바꿨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업이 주주에 대한 책임만 있는 것이 아닌 사회에 대한 책임도 있고 이를 충실히 이행하면 실적도 좋아질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국내 주식시장에도 상장을 하여 높은 가격도 유지하시라… 뭐 이 말씀을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