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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물 민영화에 관한 오해 몇 가지 (4)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최근 캘리포니아 주의 터미네이터 슈바르츠네거 주지사가 주 차원에서는 지난 1991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적으로 주차원에서의 가뭄(official statewide drought)’을 선포하였다고 한다.(원문 보기) 관련 공무원들은 상황이 매우 이례적임을 실토한 상황에서 주 전체적으로 물 부족 현상으로 인해 각종 개발계획이 뒤로 미뤄지고 있다고 한다. 즉 여하한의 개발계획도 현재로서는 장기간의 물공급 계획이 확실히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허가를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이러한 캘리포니아의 물부족 사태의 원인은 물론 자연재해적인 성격을 띠고 있으나 ‘비효율적인 인프라스트럭처(compromised infrastructure)’나 ‘지나치게 낮은 가격(seriously under-priced)’(주1) 과  같은 공급 및 유지관리적 측면과 ‘도시 지역보다 훨씬 물을 많이 쓰는 주의 농업(the state’s agriculture industry, which uses far more water than urban areas)’으로 인한 수요적 측면도 지적되고 있다.

잭 니콜슨이 주연한 로만 폴란스키의 걸작 ‘차이나타운(Chinatown)’이 바로 로스엔젤레스의 상수도 자원을 둘러싼 음모를 그린 느와르다. 그만큼 물 자원은 예전에도 이미 권력의 핵심적인 도구였거니와(주2) 차이나타운이 그린 1930년대에도 그러했고 현재도 역시 그러하다. 캘리포니아에서도 그러하고 서울에서도 그러하다. 21세기에 들어와서는 특히나 그 희소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여 자본가들은 그것을 ‘파란 황금(blue gold)’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가뭄과 같은 자연현상이 인간이 통제하기 어려운 영역에 있다면 우리는 결국 공급과 수요에 있어서의 변화를 통해서 현재의 위기에 대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선 수요에 있어서는 그것의 조절은 산업정책을 통한 해결방법이 있을 수 있고(주3) 개별 소비자들의 인식전환(주4)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의 대안은 대규모 공급라인의 개발 등의 개발방식에서도 시민사회와 공급자 간의 이견이 존재하거니와 그 조달방식도 민영화냐 국가 또는 지방정부의 직접공급이냐에 따라 엄청난 갈등이 예상된다. 분명한 팩트 하나는 ‘비효율적인 인프라스트럭처(compromised infrastructure)’로 고생하는 것은 캘리포니아뿐 아니라 우리 역시 마찬가지라는 사실이다. 우리의 상하수도 시설 역시 우리가 살림살이에 신경 쓰느라 ‘삶의 질’에 신경을 못 쓰는 사이 급격하게 노후화된 것이 현실이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땅 속에 묻힌 상하수도관의 누수율은 비참할 정도로 높아서 상수나 하수시설에서의 비용증대뿐만 아니라 국토오염이라는 엄청난 기회비용까지 지불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최근 몇 년간 진행되어온 하수관거 BTL 민간투자사업이 바로 이러한 문제인식 하에 다소 무리하게 진행했던 사업이다. 상수관 역시 하수관과 비슷한 처지이고 현재 이에 대해 유수율 제고 사업이라는 타이틀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가 그동안 공공서비스의 공급과 유지관리에 있어서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을 제기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공공서비스의 양(量)적인 측면과 질(質)적인 측면의 계획과 공급, 그리고 유지관리가 과거 몇 십 년 간의 폭발적인 경제성장기에(주5)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하는 것 또한 감안하여야 할 것이다.

여태 쓴 ‘수돗물 민영화에 대한 오해’ 시리즈가 이런저런 사이트에 퍼 올려진 것을 몇 개 보았다. 그런데 퍼다 나르신 분들 중 어떤 분들은 내 졸문에 대해 수돗물 민영화를 “찬성”하는 글이라면서 소개한 것을 보았다. 이것은 상당 부분 나의 졸렬한 글 솜씨 탓이기도 하지만 퍼다 나르신 분도 맥락을 조금은 잘못 이해하신 측면이 있다.

즉 이 시리즈의 기획 의도는 공공서비스의 조달방식에 있어서 ‘민영화’와 ‘국가 또는 지자체에 의한 직접공급’으로 나누고 전자를 절대악, 후자를 절대선으로 몰아가는 단순 이분법을 경계하는 것일 뿐이다. 이것은 자본주의 국가의 공공서비스 공급마저 계급성이 존재한다는 측면도 있거니와 특히 우리나라와 같은 개발독재 국가에서의 공급과 유지관리의 비효율성은 섣부른 민영화 못지 않게 비용낭비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주6) 또한 그 조달방식의 세세한 부분에 들어가서는 보다 기술적으로 미묘한, 그러하기에 우리가 세심히 접근하여야할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의료서비스, 상하수도 서비스 등 현재 거론되고 있는 각종 공공서비스의 공급과 유지관리는 이전의 세기에서 계획하고 유지하였던 것보다 공급, 유지관리, 그것을 위한 우리가 감내하여야 할 비용측면에서 더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될 것이고 사실 시기적으로 그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한 실정이다. 그런데 지금 수구적이고 전근대적인 정부의 등장이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한 채 이 사회를 ‘민영화’라는 단어 자체만으로 선악의 구분을 해야만 하는 ‘소통부재의 장’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 현재의 비극이다.

p.s. 오늘 어떤 기사를 보고 노무현 씨가 참 같잖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1) 이 표현은 본래 글의 맥락상으로 전 세계에서의 상하수도 민영화로 인한 가격폭등과 같은 차원이전에 물과 같은 희소자원에 대한 지나치게 싼 가격책정으로 인한 과소비적인, 결과적으로는 그것의 가격인상이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현재와 같은 진퇴양난의 상황에서의 딜레마를 묘사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주2) 모든 문명에서 가뭄이 닥쳤을 경우 기우제는 국가적인, 그리고 종교적인 행사였다

(주3) 대규모 플랜트 농업방식의 지양이나 산업현장에서의 중수도 사용의 적극적 장려 등

(주4) 이제 웬만한 도시인들은 10여분이 훨씬 넘는 샤워를 하지 않고서는 개운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위생의식이 투철해졌지만 이 정도의 물의 엄청난 소비는 불과 몇십년 전만 하더라도 절대 다수의 사람들에게 상상도 못할 사치임은 분명하다. 이로 인한 물 부족 현상의 증가 예상치도 절대 무시 못 한다. 결국 상수 공급 계획은 인구에 대한 원단위로 계산되는데 최근 몇 십년간 이 원단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였다.

(주5) 이는 비단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공업국의 이야기가 아니라 전체 인간의 문명사에 비추어 볼 때 자본주의 문명의 폭발적인 발전 추세를 말하는 것이다

(주6) 물론 소위 ‘효율성’이라는 단어를 쓸 적에는 ‘공공성’이나 ‘사회효용’과 불가피하게 충돌하는 측면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하는 측면도 있긴 하다. 그럼에도 공익적이라고 해서 비효율적인 것이 용인될 수는 없다.

수돗물 민영화에 관한 오해 몇 가지 (3)

이번 글은 이른바 ‘오해’ 시리즈의 번외편이라고 해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번 글은 개별 이슈에 대한 허와 실을 다룬 글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 수돗물 민영화의 논의가 그간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간단하게 살펴보는 것이 전체적인 이해를 도울 것이라 판단되기에 이를 정리해본 글이기 때문이다.

상하수도사업을 포함한 국가의 공공서비스에 대한 민간부문의 참여, 즉 민영화는 1994년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자본유치촉진법’의 제정을 통해서 근거가 마련되었다. 이전에는 개별시설에 대한 개별법들이 민영화의 근거가 되어 왔었다. 그 중에서도 상하수도 민영화론은 IMF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일종의 개혁정책의 일환으로 공기업민영화가 적극 추진되는 과정에서 제기되었다.

이러한 진행과정 속에서 환경부를 중심으로 수도사업 민영화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졌으며 1997년 ‘환경기초시설 민영화 업무처리지침’을 제시하면서 구체화되었다. 그런 와중에 상수도 시설에 대한 민영화의 근거는 2001년 3월, 2005년~2006년 수도법령의 개정에 따라 마련되었다.

수도법 제12조 (수도사업의 경영 원칙) ①수도사업은 국가·지방자치단체 또는 한국수자원공사가 경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지방자치단체 등을 대신하여 민간 사업자에 의하여 수돗물을 공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동법 제22조 (수도사업의 민간자본 유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수도사업에 드는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하여 민간자본을 유치할 수 있다.

그러나 상수도 민영화는 하수도(주1)와 달리 상수도 민영화에 따른 안보위기론, 다국적 수도기업들의 국내시장 진입에 대한 위기의식, 독점적 성격이 강한 산업적 특성 등에 따라 본격적인 민영화는 지체되어 왔다. 이러한 우려에 대한 대응으로  선도기업 육성론과 공사화 방안이 대두되었고 환경부는 2006년 2015년까지 세계 10위권 기업을 2개소 이상 육성한다는 ‘물산업 육성방안’을 수립하였다.

“산업적 성격이 강한 상하수도 서비스의 경우에도 물시장 개방과 다국적 기업의 시장 잠식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하루 빨리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여야 함”[물산업 육성 5개년 추진계획 수립 연구 39p, 2006.12, 환경부]

이와 같은 기조 하에 현재 정부는 본격적인 시장개방에 앞서 한국수자원공사가 각 지자체의 상수도사업을 독점할 수 있게끔 20년 운영기간의 복합위탁 방식으로 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전체 지방상수도 167개 중 위탁운영중인 9개 지자체와 현재 협의중인 36개 지자체가 위탁계약을 체결하면 실질적으로 수자원공사는 국내 최대의 물기업이 되는 셈이다.(주2)

“통합 및 위수탁을 통하여 경쟁력 있는 대규모 공공기관을 물전문 선도기업으로 육성”[물산업 육성 5개년 추진계획 수립 연구 50p, 2006.12, 환경부]

이러한 한국수자원공사의 독점강화는 우선 향후 시장개방시 다국적 물기업에 공세에 대한 선제적 예방조치의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자유주의적 전통과 독점에 대한 체질적 거부감이 강한 영국에서의 인수합병의 금지가 오히려 영국산 물기업 테임즈워터의 독일기업으로의 인수합병을 귀결되었다는 사례에 대한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대조적으로 독점 및 과점에 대해 융통성 있는 콜베르티즘이라는 독특한 국가개입방식에서 성장한 수에즈와 베올리아는 프랑스 자국내 과점이 허용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나름의 경쟁력을 키워 전세계 물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것에도 자극받은 것으로 보인다.(주3)

결론적으로 현재 세계 물기업 판도는 사실상 수에즈와 베올리아라는 두 프랑스 업체의 양강 체제라 할 수 있다. 나머지 업체들은 주로 자국내 독점적 지위를 활용하여 사세를 키웠다고 할 수 있다.

이에 정부는 WTO, FTA 등으로 말미암아 상하수도를 포함한 정부조달시장의 시장화가 불가피하다는 판단 하에 사전적인 예방조치의 성격으로 물산업 육성론과 선도기업 육성론을 들고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수돗물 민영화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는 물산업지원법은 사실 그간 진행되어온 각종 입법행위와 정책 수립에 의해 이미 시장이 개방된 상하수도 시장의 추진력을 더하고자 하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코오롱 등 일부 대기업에서 물산업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으나 사실상 환경시설관리공사를 인수한 코오롱 정도가 약간이나마 운영기법이나 전문성의 노하우를 지니고 있을 뿐 나머지 기업은 물산업(특히 상수도)에 대한 경쟁력이 없다고 할 수 있다. 그나마 코오롱 역시 현재 상수도에 있어서만큼은 실적이 전무한 실정이다.

따라서 상하수도 민영화의 흐름은 전반적인 자본주의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선상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단순히 이명박 정부의 민영화 드라이브에 의한 수구적 조치 혹은 독재적 조치로 이해하여서는 곤란하다. 몇 번 이 블로그에서 언급하였듯이 수돗물 민영화 정책은 노무현 정부가 그 고갱이를 마련한 것이며 그 이전에 김대중 정부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오던 신자유주의적 조치의 연장선상이다.

더불어 현재화되고 있는 수돗물 민영화에 대한 불가피론 중 하나는 역시 예산부족이다. 각 시설의 계획수립권자이자 집행권자인 지방자치단체는 아직도 상하수도 등 삶의 질을 좌우하는 사업으로의 투자여력이 부족하다. 이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도 인색한 실정이다. 정부예산은 사회복지예산으로의 비중은 늘어가는 한편으로 상하수도와 같은 사회간접자본은 해마다 줄고 있다. 이것이 민영화 불가피론의 한 모습이다.

(주1) 하수처리장을 기준으로 시설용량 기준 61.5%가 민간위탁 운영중

(주2) 이러한 수자원공사의 독식은 선도기업 육성론과 함께 규모의 경제의 실현이라는 요소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실은 독점적이고 규모경제를 실현하여야 할 수도사업이 국내의 경우 지자체로 이관되면서 지자체간 수원에 대한 갈등과 규모의 영세성으로 인한 시설의 미흡과 노후도 증대 등의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주3) 프랑스의 상수도 민영화는 19세기에 시작되었다

수돗물 민영화에 관한 오해 몇 가지 (2)

수돗물 민영화(주1)에 관해 시리즈로 하기로 해놓고 속으로 쓸데없는 짓을 했다는 생각도 했다. ‘시각도 다분히 즉흥적인데다 주관적일 수도 있는 이야기를 떠들어서 요즘처럼 민감한 시기에 쓸데없는 뭇매를 맞게 생겼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서.. 라기보다는 귀차니즘 때문이다. -_-;; ‘좋아하는 셜록홈즈 TV시리즈나 편하게 감상할 시간에 이런 글을 써야하나?’라는 귀차니즘. 하지만 그 귀차니즘의 질곡을 넘어 별로 기다리는 사람 없는 시리즈를 이어가도록 하겠다.

두 번째 오해 : 다국적 기업의 안방점령?

이 부분은 굉장히 민감한 사안인데 그런 만큼 미리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아 ‘두 번째 오해’로 선정하였다. 즉 그 오해란 다국적 물기업이 수돗물을 포함한 상하수도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나라 시장을 점령하여 폭리를 취할 것이라는 주장인데, 이는 하루 수돗물 값이 14만원이라는 ‘그야말로 괴담’보다는 꽤나 신빙성 있는 주장이고 꽤나 공신력 있는 단체(주2)나 매체에서도 주장하고 있는 바다.

“꽤나 신빙성 있는” 근거는 첫째로 그간의 세계 상하수도 산업의 민영화 과정에서 실제로 그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남아프리카공화국 크와줄루 나탈 대학의 몰피 은돌부 연구원은 요하네스버그의 물사유화에 따른 실태를 증언하였다. 그에 따르면 물사유화에 따른 고통은 극심하였으며 외국인 혐오 폭력사태의 원인을 제공하기까지 하였다고 할 만큼 우려스러운 것이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수돗물이 민영화되면 남아프리카나 기타 멕시코, 인도와 같은 제3세계에서의 그것과 같은 사태가 일어날까?(주3) 이는 사실은 참으로 난감한 질문이다. 누가 객관적 근거나 실증자료로 증명할 문제는 아니다. 일부의 우려처럼 분명히 개연성은 있다. 하지만 적어도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정부의 속내는 앞서의 나라에서 활개치고 있는 수에즈나 베올리아와 같은 다국적 물기업에게 안방을 내주겠다는 항복 선언은 아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그보다는 수자원공사에게 지자체 상수도 사업본부의 수돗물 운영권을 거의 특혜다시피하여 넘겨주어 거대기업으로 키운 후 영국의 테임즈워터나 브라질의 사베습처럼 주식매각을 통해 민영화시키겠다는 로드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 과정에서 아무리 수에즈나 베올리아와 같은 거대기업이라 할지라도 수돗물 민영화에 있어서만큼은 이런 로드맵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것이 또한 우리나라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들은 사실 이미 지난 1990년대 말 국내 하수도 시장의 민영화 시장에 기진출한바 있다. 당시 김대중 정부의 국운을 건(!) 외자유치 전쟁에서 수에즈와 베올리아는 그야말로 무혈입성이 기대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때나 지금이나 외국기업에게 상당히 배타적인 나라였고 민영화 시장마저 그들의 구미에 맞게끔 융통성(?)있는 곳이 아니었기에 거의 적응을 하지 못하고 패퇴(!)하였던 전력이 있다. 내 생각에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여러 면에서 남아프리카와 같은 상황까지 몰리지는 않을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변수는 다국적 물기업이 그들의 입맛에 맞게 표준을 만들어가고 있는 ISO나 개별기업이 국가를 상대로 제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한미FTA가 될 것이다. 이것들이 효과를 발휘하면 수자원공사의 국내 수돗물 민영화의 독식은 만만치 않은 도전을 받게 될 개연성도 크다. 그럼에도 역시 우리나라에는 다른 제3세계와는 다른 완충지대는 존재한다. 적어도 그들 나라보다는 규제정책이 더 강하고 정부의 협상력도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여하튼 그렇다면 수자원공사가 국내 상수도의 운영권을 독식하는 것은 옳다는 이야기란 말인가? 이것은 또 별개의 문제다. 이 부분은 별도로 다룰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우선은 여기까지만 이야기해두도록 하자. 요컨대 수에즈나 베올리아가 제3세계에서 ‘물사유화의 악의 축’으로 활개치고 다니기도 하지만 그들은 또한 사회주의 성향이 강한 프랑스에서 100년이 넘게 물장사를 하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걔들도 상대보고 달려든다는 이야기고 그들이 국내시장에 들어올 때에는 적어도 분위기 파악 정도는 하고 들어올 것이라는 정도만 이야기하도록 하겠다.

이 오해는 무엇이 문제인가

사실 이 주제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오해라기보다는 향후 전망에 대한 입장차이라 할 수도 있다. 물산업이 민간에게 개방될 경우 어떤 이는 외국의 다국적 물기업이 우리나라 시장을 독식하여 제3세계에서의 그들의 행태마냥 횡포를 부릴 것이라는 것이고 나는 그런 식까지는 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정도다. 누구의 입장이 맞고 틀릴지는 두고봐야하겠지만 적어도 어느 입장이든 시사점은 있다.

그것은 물산업 민영화의 로드맵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또는 대안을 갖기 위해서는 다양한 예상 시나리오에 대한 다양한 대응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제3세계의 현실에 대해서 고발하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것도 중요하겠으나 꼭 그것이 우리의 유일한 미래라고만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가능함 직한 시나리오에 대해서 실용적인 대안, 근본적인 대안을 세밀하게 나누어 순차별로 접근하는 것도 그리 나쁜 방법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수돗물 민영화에 관한 오해 몇 가지 (1)

(주1) 수돗물 민영화라는 표현으로 시리즈를 시작하였으니 만큼, 또 그리고 이러저러한 이유로 본 시리즈에서는 ‘상하수도 민영화’, ‘물사유화’ 등 여러 표현보다는 보통은 ‘수돗물 민영화’라는 표현을 쓰도록 하겠다. 다만 또 이러저러한 사유가 있을 경우 다른 표현을 쓰도록 하겠다

(주2) 특히 물사유화와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지고 반대하고 있는 공무원노조의 연구단위에서 지속적으로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주3) 이들 나라에서의 상수도 민영화에 따른 끔찍한 사태는 ‘블루골드’라는 책에 잘 묘사되어 있으니 일독을 권한다

수돗물 민영화에 관한 오해 몇 가지 (1)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민영화’라는 개념은 이명박 정부의 경제노선을 가장 포괄적으로 설명하는 단어가 되어버린 것 같다. 대운하도 민영화를 통해, 공기업도 민영화를 통해, 의료보험도 민영화를 통해, 수돗물도 민영화를 통해 개발하여 경제를 부흥시키겠다는 로드맵이 일부는 정부 그 자체의 발언을 통해 일부는 반대세력의 발언을 통해 국민들의 뇌리 속에 자리 잡아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중에게 대운하는 국토유린이라는 공포감을, 공기업 민영화는 대량감원이라는 공포감을, 의료보험 민영화는 Sicko에서 볼 수 있듯이 돈이 없어 버려야 하는 자신의 잘린 손가락이라는 공포감을, 그리고 수돗물 민영화는 하루 14만원에 달하는 물 값이라는 공포감을 안겨주고 있다. 사실이 이렇다면 정말 이명박 정부 치하는 지옥 그 자체다.

나는 이중에서도 여러분들의 이해를 돕고 또 나 스스로의 생각의 정리를 위해서도 수돗물 민영화에 대한 진실과 오해를 주제로 하여 몇 개의 별도의 글을 통해 시리즈 형식으로 글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 오해 : 수돗물 민영화는 이명박 정부의 발명품?

지난 대선의 열기가 달아오를 즈음부터 어느 샌가 ‘이명박 = 민영화’의 공식이 자리 잡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명박이 다른 보수진영 후보에 비해 “두드러지게” 민영화에 대해 적극적이었다고 볼만한 개연성이 당시로서는 그렇게 많지 않았음에도 이 이미지는 유권자 – 특히 이명박의 반대자 – 들에게 꽤나 광범위하게 유포되었다. 그리고 물론 이명박은 집권 후에 민영화의 칼을 본격적으로 빼어든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수돗물에 관해서만큼 이명박 혼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은 너무 부당한 일이다. 즉 수돗물 민영화의 초석을 다진 것은 현재 쇠고기 파동의 원인인 한미FTA가 그러하듯이 노무현 정부 시절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의도적이던 의도치 않았던 간에 이른바 ‘수돗물 민영화’는 적어도 인터넷 공간 안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순수 창작품으로 혼자 독박 쓰고 있는 상황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다음 인용글을 보면 이는 사실과 다름을 알 수 있다.

“지난 2006년 2월 14일 환경부, 건설교통부 및 산업자원부는 국내 물산업을 고도성장을 견인하는 핵심미래산업화하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가 2015년까지 글로벌 물산업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물산업 육성방안’을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하였다.”[“미래 전략 산업, ‘물산업’ 육성방안”, 김덕진/환경관리공단 상하수도지원처 팀장, 그린삼성 웹진 2006년 봄호]

이 글에서 분명히 알 수 있듯이 수돗물을 포함한 국내 물관련 시설을 “산업화”하겠다는 구상의 ‘물산업 육성방안’은 당시 대통령이었던 노무현 씨가 의장으로 있던 국무회의의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된 사안이었다. 그러니 그 육성방안의 최종완성품인 물산업지원법을 6월에 입법예고하려는 이명박 정부는 그 옳고 그름을 떠나 적어도 수돗물 민영화에 있어서만큼은 노무현 정부 정책의 계승자인 셈이다.

이 오해는 무엇이 문제인가

사실 이러한 오해 – 또는 곡해 -에서 파생되는 문제는 지금의 美 쇠고기 수입 반대 운동이 자연스럽게 한미FTA의 부당성과 더 나은 대안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문제와 유사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할 수 있다. 즉 현 저항의 상당수 주장은 ‘이명박이라서 문제다 노무현은 그렇지 않았다’식의 과거의 향수에 젖은 유의 주장이 득세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신자유주의 노선의 전면화를 치적으로 내세운 노무현 정부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 그러니 ‘쇠고기는 두렵지만 FTA는 모르쇠’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수돗물 민영화도 비슷한 처지가 될 공산이 크다. 물론 이 사안에 대해서는 그 중심운동세력이 쇠고기 문제와 달리 좀 더 좌파적 경향을 띈 단체에 의해 주도될 공산이 크긴 하지만 그 대중화를 위해 동원되는(?) 자원들은 여전히 수돗물 민영화가 순수한 이명박의 죄과라는 오해를 하게 될 것이고 결국 그 경향은 反신자유주의라는 기치보다는 反수구 또는 反한나라당 정도의 행보에서 그칠 개연성도 무시할 수 없다.

p.s. 사실 개인적으로 수돗물 민영화에 대해서는 – 더불어 총체적인 민영화 반대 운동에 대해서 – 현재 득세하고 있는 反이명박 위주의 세력뿐만 아니라 자칭 ‘좌파 세력’의 주장에도 일정 정도 불만이 있다. 이는 차차 – 기회가 될 때 – 이야기하기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