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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염치한 부동산 공화국, 대한민국

정부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어 주변시세보다 싼 값으로 공급했던 판교신도시 등에 대하여 전매제한을 완화할 방침이라는 소식을 접하면서, 나는 다시 한번 이 나라가 얼마나 몰염치하고 비도덕적인가를 실감하였다. 몰염치하고 비도덕적이고 기억력도 나쁘다. 거기에다 법도 개떡같이 여긴다. 차근차근 알아보자.

판교 신도시의 경우 처음으로 분양가상한제 주택을 공급하면서 투기수요를 막기 위해 중소형 평형은 10년, 중대형 평형은 5년간 전매를 못하도록 하여 각각 오는 2016년, 2011년 이후에야 팔 수 있었다. 이는 싱가포르의 주택개발청(HDP)의 환매조건부 방식을 전매제한과 주택공사 선매 등의 제도 도입으로 어설프게 흉내 낸 것이다.(주1) 환매조건부 방식이란 주택개발청이 실수요자에게 싼 값으로 주택을 공급한 뒤 향후 거주자가 집을 주택개발청에게만 일정 수익률을 더한 가격에 되팔 수 있는 제도다. 우리의 경우 환매조건부는 아니고 전매제한을 통하여 투기요인을 줄이려 시도하였다.

그럼에도 판교 신도시는 당시 ‘판교 로또’라는 별명답게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주변시세보다 20~30%싸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덕택에 분당 아파트 값도 폭등하였다. 이는 실수요자의 기대감도 한몫했지만 수요자가 모두 실수요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실질적으로 전매제한기간 이내에 이면계약을 통해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는, 우리사회의 더러운 관행을 통한 차익실현에 대한 기대감이 한 몫하고 있었다.(주2) 지금도 실제로 은평 뉴타운에서 이면계약, 다운계약, 매수자의 매도자의 세금부담이 노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한다.

그런 와중에 정부는 전매제한 완화를 검토한다고 한다. 실수요자 위주의 주택공급 정책을 펴겠다며 분양가상한제, 후분양제, 전매제한제 등을 줄줄이 도입한 상태에서 이제 한쪽 물길만 터버려 분양가상한제로 싼 값에 아파트를 공급받은 이들의 투기의욕을 고취시키겠다는 이야기다. 그것도 주택법 시행령을 개정하여 소급적용하겠다고 한다. 법률불소급의 원칙은 교과서에나 나오는 소리가 되었다.

싱가포르 주택개발청의 주택공급정책은 상품에 대한 사람들의 두 가지 기대가치, 즉 사용가치와 교환가치 중에서 교환가치 극대화로 인해 사용가치를 추구하려는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춘 정책이다. 바로 ‘소비의 사회화’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이것을 우리는 분양가 상한제와 전매제한이라는 방식을 통해 ‘짝퉁’으로 베꼈다. 어쩌면 도입할 때부터 예상된 일이지만 일원화된 확고한 제도가 아닌 이렇게 짝퉁으로 베끼다보니 제도가 이제 와서 사용가치를 보호하기는커녕 교환가치를 극대화시켜주는 꼴만 된 것이다.

다시 한번 정리해보자. 이전 정부가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고 싼 값에 주택을 공급하는 대신 전매제한을 통해 기대차익 실현을 줄이겠다는 정책을 싱가포르 주택개발방식 등에서 베껴왔다. 현 정부는 주택시장이 침체하자 – 침체한 것인가? – 위헌적 요소가 있는 개정령의 소급적용이라도 시켜서 이전 정부의 정책을 분해시켜버리겠다고 한다. 주요언론은 일말의 비판 없이 부동산 경기 부양의 기대감을 전한다. 부동산 경기 부양은 우리 사회의 종교다. 이게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주1) 환매조건부 방식은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이나 민주노동당이 적극적으로 도입하려고 노력했었다. 문제는 이를 유의미하게 실시할 수 있는 재원마련, 집행기구, 그리고 기득권세력의 저항 무마 등이 관건이었으나 결과가 말해주듯이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하게 해결된 것 없이 존재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주2) 예전에 사법부가 이러한 이면계약도 유효하다고 판결 내려주었다. 참 막나가는 사법부다.

한국 증시를 타깃으로 하는 헤지펀드

한국 증시를 타깃으로 하는 헤지펀드가 생긴다. 싱가포르에 소재해 있는 한리버 코어 펀드는 3천만 달러를 자산으로 펀드를 시작하여 하여 첫해 5천만 달러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 펀드는 중장기적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를 대상으로 하겠지만 초기에는 오로지 한국시장만을 다룰 예정이라 한다.

펀드의 목표수익률은 연간 20%다. 이들이 구사할 전략은 주식시장에서 매수(Long)와 공매도(Short) 전략을 동시에 활용해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하는 일종의 차익거래의 개념인 롱숏(Long-short) 전략(롱숏 전략에 대한 참고 글)이다.

이들이 왜 유독 한국시장에 투자를 하겠다고 할까? 우선 첫 번째 이유는 한리버의 경영진이 세 명의 한국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세 경영진의 성이 모두 한국 성인데다(Klaus Kim, Shawn Kim, Eunice Lee) 신한은행에서 함께 일하면서 처음 만났다 하니 필시 한국인들이 의기투합하여 싱가포르에 이 회사를 설립한 모양이다.

그리고 그들이 내세우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최근의 한국 주식시장 폭락이 저가매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 둘째 새 정부의 탈규제 정책이 기업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 셋째 한국시장이 롱숏 전략에 적합하게 이른바 ‘부문간 순환 거래(sector-rotating trading)’의 경향이 있다는 점 등이다. 아마도 세 번째 언급은 이른바 테마주에 자금이 쏠리고 손바꿈이 심한 현상을 일컫는 것 같다.

흥미로운 점은 이 펀드에 구체적인 연기금의 이름이나 투자규모는 밝히지 않고 있으나 ‘한국의 연기금(Korean pension funds)’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수적인 자금운용이 특징인 연기금이 헤지펀드와 짝을 맺는 경우는 최근 들어 두드러진 현상이었으나 한국의 연기금이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역시 이례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순수 국산 헤지펀드의 설립을 용인하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라 향후 이러한 현상이 보다 일반화될 가능성은 높다. 이글에서 언급하고 있는 이 펀드 역시 싱가포르에 런칭되었다 뿐이지 한국인들이 경영진인 회사에서 대부분을 한국 기관의 투자금으로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한국 펀드이다. 소위 말하는 ‘검은 머리의 외국인’이다.

금융 세계화의 한 에피소드로 기록해놓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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