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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차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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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oChavez1823” by Victor Soares/ABr – Agência Brasil. Licensed under CC-BY-3.0-br via Wikimedia Commons.

우고 차베스(Hugo Rafael Chávez Frias)의 사망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소련을 비롯한 舊사회주의 블록이 무너지는 등 좌익에게 구체적인 전망이 보이지 않던 시기, “볼리바리안 사회주의”를 표방하며 새로운 사회주의 실험을 주창하였던 이. 그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평가가 엇갈리지만, 많은 사실들이 그를 단순한 제3세계의 철권통치자라고 치부할 수만은 없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분명 집권기간 내내 대의민주제의 전통을 존중하였으며, 일부 개발독재의 양상을 보이긴 했지만 인민 주도의 입법과정 등의 혁신을 주도하는 등, “독재”의 사전적 정의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 왔다. 그가 남미 좌익블록에 남긴 흔적은 의외로 오래 지속될지도 모른다. R.I.P.

음모론이 꾸미고 있는 음모

인공강우 전문가들은 성공을 증명할 길이 없어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공강우가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믿는 대중의 공포도 감당해야만 한다. 인공강우가 불법 침략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도 있다. 미국은 1960년대에 몬순 기간 동안 게릴라의 보급로가 물에 잠기게 하기 위해 비밀리에 라오스와 북베트남에 인공강우를 실시했다. 또 인공강우는 예기치 못한 홍수를 일으킨다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이 ‘뭉게구름 계획Operation Cumulus’이다. 뭉게구름 계획은 영국남부에서 실시되었던 영국군의 비밀 강우실험으로, 1952년 여름에 익스무어를 강타한 대홍수를 일으켰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영국군에서 단 한차례 구름 씨를 뿌리고 몇 시간이 지난 뒤, 엄청난 기세로 밀려든 흙탕물이 데번 주 린머스를 덮쳐 35명이 목숨을 잃었다. 인과관계에 관한 진실은 결코 알 수 없지만 공문서 보관소에서 나온 기록에 따르면, 대홍수가 일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뭉게구름 계획이 갑자기 중단되었다. 어쩌면 이들은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강의 죽음, 프레드 피어스 지음, 김정은 옮김, 브렌즈, pp415~416]

음모론의 대부분은 세계의 정치경제의 뒷면에 있는 거대한 어둠의 그림자를 소재로 하고 있기에 결코 유쾌한 것이 아니지만, – 폴매카트니가 애비로드 앨범사진에서 맨발이기 때문에 이미 죽었다는 정도는 발랄한 유머이고 –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재미는 있다. 그러니 인류의 삶의 뿌리인 물, 더 정확히는 강의 죽음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이 진지한 책에서도 유난히 이런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뭉게구름 계획에 대해서 좀더 알아보자. 위키피디어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1949년에서 1952년까지 존재하였는데 주된 목적은 적의 움직임을 저지하거나 공항의 안개를 걷어내는 것 등이었다고 한다. 물론 뭉게구름 계획이 실제로 린머스의 비극을 초래했다는 소리는 터무니없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인공강우를 적들의 목숨을 앗아가기 위한 살상의 목적으로 활용하려 했던 의도만큼은 비난받아 마땅해보인다.

기후무기에 관한 음모론은 위와 같은 인공강우 이외에도 꽤 된다. 인도네시아 쓰나미, 아이티 지진 등 최근의 재앙들에는 예외 없이 기후무기 음모론이 끼어든다. 즉, 전자기파를 이용해서 원격으로 날씨를 바꾸고 지진을 일으키고 화산을 폭발시키는 식의 환경 테러리즘이 등장하고 있다는 식의 주장까지도 있다. 이 주장의 최신판은 21세기 사회주의 영도자 중 한분이신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이다.[또 다른 관련 글]

한편 음모론을 꼭 핍박받는 좌익만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잘 알려진 음모론 중 프리메이슨이 전 세계를 장악하고 있다는 주장의 배경 이론(?)은 밀턴 프리드먼의 경제이론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우익적이다. 또 최근 천안함의 비극적인 사고의 배후를 음모론으로 떡칠하고 있는 이들은 조중동이다. 그런 의미에서 음모론은 좌우에 관계없이 자신의 세계관과 사실관계 사이의 빈틈을 채우는 자신만의 편견일 따름이다.

요즘 조중동을 읽으면 북한은 우리가 도저히 못이길 엄청난 군사력을 지니고 있는 나라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나 역시도 때로는 ‘핵무기가 발명된 지 언젠데 그게 최신무기일까. 지금은 무슨 첨단무기가 있을까?’랄지 ‘1969년에 달에 갔다 온 기술로 지금쯤 토성까지는 갔어야 되는 거 아냐?’라는 생각을 가끔 하지만, 결국 진실은 사실관계가 촘촘히 맞춰지기 전까지는 섣불리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오곤 한다. 음모론에 지나치게 적극적인 이는 대개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떤 찌라시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