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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좋은 것은 GM에도 좋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는 아직도 유효한 발언일까?

이 생각에 대한 실험을 위해, 무역적자가 1년에 6,000억 달러라고 가정해보자. 만약 모든 기업들이 그들이 초래한 “적자”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면, 그리고 그들이 기여한 “흑자”에 대해 세금혜택을 받는다면, 창업가, 기업가, 그리고 제조업자들의 목표와 열정은 국가의 그것과 일치할 것이다.[America’s Fiscal Cliff Can Be a Catalyst for Growth]

미국의 “재정절벽”의 해법에 관한 이 글을 쓴 이들은 다트머쓰의 교수와 전직 관리 컨설턴트다. 미국의 경제계에서 주류라 할만하다. 그런데 그 실효성은 제켜두고라도 흥미롭게도 이들이 제안한 것은 보호무역주의적인 세금이다. 여태 WTO, NAFTA, FTA 등을 통해 주류가 관철시키려 했던 자유로운 무역 및 투자에 대한 원칙과 배치된다.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물리는 대신 수입을 하는 기업 자체에 과세하겠다는 것은 결국 관세와 유사한 효과를 가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그들의 문제의식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그들의 고민은 무역적자가 계속되는 나라에서 세금과 재정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는 나라살림이 온전히 돌아가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에서 출발하고 있다. 글에서 예로 든 월마트는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지만 미국의 무역적자에 악영향을 끼치는 기업이다. 자본의 이익과 나라의 이익이 배치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국민국가와 자본의 이해관계 조정은 현재와 같은 자유무역 시대에 국가가 풀어야 할 큰 과제다.

예전에 GM의 CEO 찰리 윌슨이 “미국에 좋은 것은 GM에도 좋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대답은 자신의 국방장관 임명 청문회에서 기업의 이익과 국익이 상충할 때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대한 오만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그 발언을 할 당시의 기업은 지금의 초국적 기업보다 더 국익과 일치한 것도 사실이다. 이제 구글이나 월마트의 이익이 미국의 이익과 일치한다고 보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고민을 단순히 보호무역주의라 욕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요즘 미국경제 스케치

우리나라 경제도 죽을 맛인데 남의 나라 경제 살펴보게 되었느냐고 뭐라 할 분도 계시겠으나 역시 미국은 세계경제의 버팀목이니까 – 썩은 버팀목인지 든든한 버팀목인지는 모르겠으나 – 항상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우리나라 생산자 물가상승이 OECD 국가 중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높다고 하는데(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는 안 좋은 항목의 랭킹에서는 항상 멕시코 다음의 수위를 차지하는 것이 습관화되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미국 역시 1991년 이래 가장 높은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고 한다. 즉 미국의 소비자물가는 작년 7월 이후 5.6% 상승했다. 역시 원인은 유가와 식료품값의 폭등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러한 살인적인(?) 물가상승으로 말미암아 실제로 미국인들의 소비행태가 달라지고 있다. ‘연방도로청(the Federal Highway Administration)’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승용차 주행거리가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미 지난 11월부터 전년 동월 대비 주행거리가 줄어들고 있었는데 6월에는 휴가철의 시작임에도 불구하고 주행거리가 최대하락폭인 4.7%다. 놀라운 것이 전체적으로 주행거리가 지난 70년대의 석유위기 때의 그것보다 더 많이 줄었다고 한다.[관련기사]

이러다보니 실제로 연료소비도 많이 줄었다. 2007년 11월부터 줄어든 연료소비량은 전년 동 기간 대비 휘발유는 약 4억 갤런, 디젤은 약 3억 갤런 줄었다고 한다. 이러한 소비감소 덕택으로 최근 석유선물 값이 내렸다는 분석도 있다. 그런데 사실 지난 8개월 동안 줄어든 수치니 아무리 국제원유선물가격이 후행지수라 하여도 – 근데 후행지수 맞나? ^^ – 내리려면 진작 내렸어야 했다는 생각도 든다. 선물투자세력들 빠져나가면서 댄 핑계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 와중에도 빛을 발한 곳이 있다. 바로 저가상품의 메카로 서민들의 든든한 친구(?) 월마트(Wal-Mart)다. 월마트는 2분기 순이익이 34억5천만 달러로 29억5천만 달러였던 전년도 2분기에 비해 순이익이 1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관련기사] 이러한 월마트의 탁월한 성적은 지갑이 얇아진 미국인들이 더더욱 저가상품 소비를 늘릴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특히 월마트는 얼마 전 행정부가 공중살포한 ‘환급세금 수표(tax-rebate checks )’를 수수료 없이 현금으로 바꿔주는가 하면 각종 생필품 가격을 더욱 내리는 공격적인 전략을 펼쳤다고 한다.[관련기사]

어째 이런 풍경은 전 세계 어디나 비슷할 것 같은 느낌이다. 살인적인 물가에 몰고 다니던 자동차는 집에 두고(근데 우리나라는 어째 아직도 거리에 이리 차가 많은지), 씀씀이는 줄이려고 한 푼이라도 싼 가게로 순례를 하고, 그 와중에 산유국, 석유메이저, 석유관련기업, 원자재생산업자, 그리고 선물거래에 성공한 투자세력 등은 쾌재를 부르고 하는 모습들 말이다.

다른 소린데 나는 아직도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것이 정말 인플레이션과 별도로 구분하여 개념지을만한 특성이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사실 인플레이션이란 것이 경제가 성장하며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주2)을 일컫는 말인데 경제성장에는 대개 분배의 불평등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사실 스태그플레이션은 좀 더 분배 불평등이 심화된 인플레이션에 불과할 수도 있다. 경기가 침체하면서 물가가 상승한다? 그것은 상대적인 의미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물가가 상승하였으면 누군가는 분명히 이득을 본다. 바로 지금 시점에서는 석유, 식료품, 기타 원자재와 관련된 세력들이다. 그들에게는 절대 현 상황이 경기침체가 아니다. 최고의 호황기다. 요컨대 나는 스태그플레이션은 좀 더 분배 불평등이 심화되는 인플레이션이라고 생각한다.

말이 옆으로 샜는데 (워~ 워~) 이 와중에 요즘 복덕방에서 장기로 세월을 보내실 것 같은 얼굴의 소유자 알란 그린스펀 할아버지가 또 이런 미국경제에 관해 월스트리트저널과 대담을 나누셨다. 솔직히 언제까지 언론들이 이 영양가 없는 할아버지의 넋두리를 넙죽넙죽 기사로 써댈지 궁금하다. 언제쯤 약발이 떨어질까? 암튼 오늘도 참 영양가 없는 소리를 해대셨다.

요는 Fed 가 프레디맥과 페니메를 처리한 방식에 심히 불만이 많은 그린스펀이 특유의 우회적인 화법을 물리치고 직설적으로 비난하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다가 덧붙여 현재의 주택위기를 타개할 묘책을 하나 가르쳐 주셨는데 그게 바로 ‘숙련(skilled)’ 이민자들을 지금보다 더 많이 두 배 세 배 받아서 그들이 집을 사게 하면 된다는 것이다. 대충 현재 매년 80만 가구가 신규로 느는데 그 중 1/3이 이민자고, 또 그 중 15만 가구(주1) 가 바로 ‘숙련’ 이민자인데 이들 구매력이 있는 이민자 수를 늘려 현재의 과잉 공급 분을 흡수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것이 경제대통령이라는 별명을 가진 이가 할 소리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그린스펀은 그들이 미국 와서 아무 짓도 안하고 집만 살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일까? 이들 이민자들이 그린스펀의 주문대로 ‘두 배 혹은 세 배(A double or tripling of this number)’ 늘면 와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직업을 구해야 한다. 현재 미국의 신규고용이 30만 개 혹은 45만 개의 ‘이민자’ 고용을 받아줄 처지인가?

수치를 들먹일 필요도 없이 미국의 고용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월街에서 사람 몇 백명 자른다는 소식은 이제 언론에서 기사화하지도 않는다. MIT 졸업생인데 실직자라고 광고를 해야 그때서야 주목을 할 정도이다. 그런데 그린스펀은 주택수요자, 즉 소비자가 곧 노동자고 고용시장이 그 노동자를 받아줄 여력이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나 지껄이는지 모르겠다. 우리나라 집값 떨어지니 우리나라 이민오고 싶어하는 돈많은 동남아 사람들 불러들여서 집을 팔자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 언론이 뭐라 할까? 아마 새날아가는 소리 하고 있다고 하겠지.

요컨대 불황은 항상 주기적으로 다가오지만 이번 불황은 참 골이 깊어 보인다. 이 블로그에서도 ‘다가오는 경제공황’이라고 설레발을 칠만큼 심각해보였었다. 내가 꼭 엄청난 허풍을 친 것은 아닌 것이 미국 관계당국이 지난 몇 달 동안 사상 초유의 조치를 일삼아서 해댔다는 사실만 봐도 그 심각성을 잘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다. 소위 좌파가 이야기하는 최종심급일 수도 있고 아주 깊은 골일 수도 있겠다.

오늘 발견한 또 다른 미국식 유머코드의 경구 한마디로 글을 마무리.

“Cheer up, this may be the last crisis of the oil age.”
“힘내. 어쩌면 이번 위기는 석유세대의 마지막 위기일지도 모르잖아~”

(주1) 이 와중에 오늘자 머니투데이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사를 베끼면서 “15만 가구”를 “15만 명”으로 번역하는 번역실수를 저질렀는데 내가 지금 가서 링크를 달으려고 보니 그 사이 고쳐 놓았다.

(주2) 좀 유식한 말로는 사회적 총수요(소비수요와 투자수요의 합계)가 사회적 총공급(소비수요와 저축의 합계)을 초과하는 총수요 어쩌고저쩌고